▲잔치에는 역시 기름기를 쫙~뺀 삼겹살이 있어야최육상
천막 한편, 맛있는 연기를 피워 올리며 숯불 위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삼겹살의 맛은 기가 막혔습니다. 막걸리 한 잔과 함께 기름기 쫙 빠진 삼겹살을 입 안 가득 밀어 넣으니, '이것이 고향의 맛이구나!' 하는 감탄이 터져 나왔습니다. 낮술에 취하면 어미애비도 못 알아본다는데, 벌컥벌컥 대여섯 잔을 받아 마시니 알싸하게 취기가 올랐습니다.
취한 기운을 빌어 어머니를 쫓아다니며 제게 참 많은 이모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옛 시절을 보낸 친구·언니·동생들이 모두 이모였으니까요. 그렇게 많은 이모들은 몇 번 뵀던 분과 저는 모르지만 어린 시절의 저를 기억하시는 분, 외가와 친가의 친척들을 잘 알고 계시는 분 등 이래저래 혈연·지연으로 한가족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아무래도 혈연·지연·학연을 떠올릴 때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와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데에는 이만한 끈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들이 부정되는 것은 부조리와 비리가 연결될 때의 일일 겁니다.
이 날처럼 술잔을 건네고 함께 운동장을 뛰는 모습에는 정을 두텁게 하는 혈연·지연·학연만이 존재한다는 생각입니다. 비록 읍·면으로 천막을 구분하기는 했지만 여러 천막 사이를 오고 가며 봄나들이를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이나 음식과 함께 봄날의 화사함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고향'에 대한 정겨움이 물씬 묻어났습니다.
국회의원과 군수도 참여해 정을 나누는 향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