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교수감금' 사건 1주년...출교 1주년 행사 열려

4월 27일, 5월 3일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행사 마련

등록 2007.04.25 16:32수정 2007.04.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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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 홍보 웹자보.출교철회천막농성일주년사업단
1년 전 봄이었다. 정확하게는 2006년 4월 5일, 고려대학생 1백여명은 고대 병설 전문대생들에게 총학생회 투표권을 부여할 것을 촉구하는 본관 앞 시위를 열었다. 학교 측이 학생들의 요구안조차 받아들이려 하지 않자, 본관 앞에 모였던 학생들은 요구안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본관 안으로 들어갔다. 대화를 요구하는 학생들과 그것을 거부하는 학교측의 기싸움은 17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이 제기하고자 했던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교수감금'이라는 오명만이 남게 되었다.

4월 19일, 학교 측은 시위에 참가했던 학생대표들을 징계조치하는 한편, 7명의 학생들에게는 '출교'라는 사상초유의 징계방침을 결정하였다. 바로 그날 저녁, 4월 5일 시위에 동참했던 학생들과 학교측의 징계조치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학생회관 앞 '민주광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가졌다. 고려대 민주광장의 바닥이 붉은색인 이유는 과거 학원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해 피흘려야 했던 선배들의 혼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상징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바로 그곳에서 학생들은 학교측의 비민주적 학사운영과 학생자치탄압을 규탄하고, 징계조치의 부당함을 학내에 그리고 사회에 폭로하였다.

그 후 1년이 지났다. 출교방침이 내려지고 두번째 맞는 봄이다. 출교자들은 1년을 하루처럼 본관 앞 천막을 지키며 농성을 계속해왔지만, 학교측과 제대로 된 대화 한번 나누지 못했다. 고려대의 학생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출교 철회 농성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학생들의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이들의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지난 1년이 고통과 고난의 시간이었음을 호소하고 있었다.

출교 철회 천막 농성 1주년을 맞아 학생들은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 중이다. 오랜 천막농성으로 무릎에 이상이 생겨 급히 수술을 받아야 하는 학우의 치료비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과 고대생 모두가 함께 하는 학내 촛불집회가 그것이다. 각각 4월 27일, 5월 3일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밖에 "시장주의 고려대가 아닌 민주주의 고려대를 찾아서"를 주제로 한 강수돌 교수(고대 경상대학 교수)의 특별 강연회도 열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때로 누군가에 약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그것을 견뎌내는 일 자체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고통일 수 있다. 그 고통은 무작정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치유되지 않는다. 약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람'이며, 또 '사람이어야' 한다. 출교자들이 요구하는 학생자치 보장과 학사운영의 민주화가 곧 그들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었듯이 고려대 구성원들 모두의 의지로 출교자들이 다시 강의실로, 과실로 돌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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