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한화그룹 고문으로 영입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경찰청장 재직 당시 모습.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그룹 고문으로 재직 중인 최기문(55) 전 경찰청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올해 1월 한화그룹 고문으로 영입된 최 전 청장은 김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 벌어진 며칠 뒤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여부를 물었다. 장 서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최 전 청장이 사건 발생 2~3일 뒤 한화그룹 폭행 건이 있느냐고 전화를 해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최 전 청장은 사건 발생 나흘 뒤인 12일께 장 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부터 이첩되기 전이라 수사 중인 사건이 없다고 답했다는 얘기다. 3월 20일 첩보를 얻은 광역수사대는 28일에야 남대문경찰서로 사건을 이첩했다.
최 전 청장은 경찰이 첩보를 얻어 내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 전화를 걸만큼 빠른 반응을 보였다. 최 전 청장이 수사를 무마하려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27일 < MBC >와의 인터뷰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경찰총수 출신 첫 그룹 고문... 정보력과 영향력 샀기 때문이란 분석도
사실 경찰총수가 대기업 고문으로 영입된 사례는 최 전 청장이 처음이다. 따라서 최 전 청장이 고문으로 영입될 때부터 그의 역할이 한화와 관련된 경찰의 수사 정보를 수집하거나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경찰총수를 지낸 영향력과 정보력을 한화가 높이 샀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찰은 '외압설'을 부인하고 있다. 장 서장은 "전직 경찰총수와 동문사이고 인사청문회 때 준비팀장으로 일한 인연은 있지만 (문의전화 외에) 다른 전화는 일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전화를) 외압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 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최 전 청장은 이후 언론과 접촉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외압설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금 이 상황이 외압이 통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느냐"며 "외압을 하려고 시도하지도 않았고 (전화를 건 것도) 그럴 뜻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전 청장이 관할 경찰서장에게까지 직접 전화를 한 사실은 경찰의 '늑장수사 논란'과 맞물리면서 의혹을 키우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9일 112를 통해 김승연 회장 아들이 폭행 당사자에 포함됐다는 신고를 받고도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에 김 회장과 아들은 문제의 룸살롱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첩보를 받고도, 일주일 동안 내사를 벌이다가 뒤늦게 관할 경찰서로 인계한 과정도 석연찮다. 경호원까지 동원된 조직적 폭력행위를 단순한 쌍방 폭행과 합의로 종결한 첫 조치에도 의혹의 눈길은 머물고 있다. 김 회장과 아들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데도 해외에 나가 있는 것으로 파악한 경찰 정보력의 허점도 비판 대상이다.
김 회장 소환 여부 30일 이후로 미뤄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