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축구공으로 뭘 하고 있었을까?

[쩡우의 영어그림책 두 번째] < Dylan’s Day Out >

등록 2007.04.30 14:26수정 2007.04.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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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주인아저씨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달마시안 딜란. 그의 지루한 일상을 바꿔줄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현관문이 열려 있는 것! 신이 난 딜란은 마당을 뒹굴다가 빨간색 스포츠카를 쫓아 야외로 나온다. 넓은 들판에서 갑자기 축구공이 딜란의 머리를 강타한다. 그 축구공을 찾아가는 이는 바로 펭귄.

"Dylan’s Day Out" by Peter Catalanotto. 표지
"Dylan’s Day Out" by Peter Catalanotto. 표지Orchard Books
피터 카탈라노토(Peter Catalanotto)의 첫 작품인 < Dylan’s Day Out >(딜란의 하루 외출)에서 글은 상황을 설명하는 처음과 끝부분의 서너 줄이 전부다. 화면을 가득 메운 수채화가 글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수채화의 특징을 살려 부드럽게 번진 색채가 자연스럽고 잔잔하지만, 달마시안이 헉헉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귓가에 들릴 것처럼 생동감이 넘쳐난다.


"Dylan’s Day Out" by Peter Catalanotto. 중에서 : 주인아저씨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딜란
"Dylan’s Day Out" by Peter Catalanotto. 중에서 : 주인아저씨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딜란Orchard Books
이 책의 첫 장은 딜란의 뒷모습이다. 아저씨가 출근하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딜란의 어깨는 축 처져있다.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은 회색 벽이 하루 종일 빈 집에 덩그러니 앉아 있어야 하는 딜란의 외로움과 지루함을 대신 말해준다.

"Dylan’s Day Out" by Peter Catalanotto. 중에서: 축구공을 가지러 온 펭귄
"Dylan’s Day Out" by Peter Catalanotto. 중에서: 축구공을 가지러 온 펭귄Orchard Books
갑자기 축구공을 얻어맞은 딜란은 정신이 없겠지만 화가 났을 것이다. 그 축구공을 찾으러 온 사람에게 사납게 짖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펭귄의 모습에 딜란은 그냥 뒤로 넘어간다(혹은 축구공 맞아 넘어진 채, 펭귄의 출현에 놀라 일어나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난데없이 펭귄이라니! 사과의 말은커녕 방해된다는 듯이 쏘아보는 건방진 표정에 딜란은 더욱 기가 차지만, 느닷없는 펭귄의 등장에 얼이 빠졌을 게다.

"Dylan’s Day Out" by Peter Catalanotto. 중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언덕 너머 축구공
"Dylan’s Day Out" by Peter Catalanotto. 중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언덕 너머 축구공Orchard Books
그리고 언덕 너머로 보이는 축구공. 얹어 맞은 아픔, 뻔뻔한 펭귄의 태도에 화가 난 것 따위를 모두 잊게 만드는 축구공이 통통 튀고 있다. 대체 펭귄은 축구공을 가지고 뭘 하고 있는 걸까?

원근법을 다양하게 이용한 구도 덕분에 딜란과 충분히 공감하며 그림을 넘기게 된다. 지루함, 설렘, 놀람, 호기심… 바로 우리 아이들이 평소에 갖는 감정들이 이렇지 않을까?

‘엄마는 같이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밖에도 못나가게 한다. 심심해 죽겠는데! 앗, 외출이다! 앞마당이든,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이든, 현관 밖으로 나서기만 해도 신이 난다. 어라, 언덕 너머 축구공이 보인다. 무슨 일일까? 보고 싶다! 알고 싶다!’


힘들다는 핑계로 너무 집에만 있은 것은 아닌지. 조심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호기심을 가로막기만 한 것은 아닌지. 나는 아이에게 지루한 주인아저씨의 뒷모습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는지, 잠시 반성해 본다.

축구공을 가져간 펭귄은 대체 뭘 하고 있을까? 당연하지만 축구를 한다. 그것도 스컹크 팀을 상대로 시합을 한다. 딜란은 과자를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난 골키퍼를 대신해 펭귄팀에서 뛰게 된다. 모든 슛을 막아내어 펭귄팀이 1:0으로 승리! 해가 질 무렵, 딜란은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를 뗀다.


이 그림책에서 또 재미있는 것은 흑백의 주인공들이다. 평소 '달마시안' 딜란은 집에서 '팬더', '두루미', '얼룩말'과 뛰노는 공상을 하곤 한다. '젖소'와 '양떼'가 있는 들판에서 '축구공'에 맞는다. '펭귄'과 '스컹크'의 '축구시합'에 딜란을 집어넣은 펭귄팀 코치는 '수녀님'이다. 화사한 배경만 아니라면 딜란의 빨간 목걸이만 눈에 띄는 흑백화면으로 보일 것이다.

스컹크군의 결의에 찬 마지막 슛 동작을 소개한다. 아쉽게도 골대를 흔든 것은 축구화였다는 슬픈 사실!

"Dylan’s Day Out" by Peter Catalanotto. 중에서: 스컹크군의 마지막 슛
"Dylan’s Day Out" by Peter Catalanotto. 중에서: 스컹크군의 마지막 슛Orchard Books

덧붙이는 글 | "Dylan’s Day Out" story and painting by Peter Catalanotto, Orchard Books, 1989

덧붙이는 글 "Dylan’s Day Out" story and painting by Peter Catalanotto, Orchard Books,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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