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lan’s Day Out" by Peter Catalanotto. 중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언덕 너머 축구공Orchard Books
그리고 언덕 너머로 보이는 축구공. 얹어 맞은 아픔, 뻔뻔한 펭귄의 태도에 화가 난 것 따위를 모두 잊게 만드는 축구공이 통통 튀고 있다. 대체 펭귄은 축구공을 가지고 뭘 하고 있는 걸까?
원근법을 다양하게 이용한 구도 덕분에 딜란과 충분히 공감하며 그림을 넘기게 된다. 지루함, 설렘, 놀람, 호기심… 바로 우리 아이들이 평소에 갖는 감정들이 이렇지 않을까?
‘엄마는 같이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밖에도 못나가게 한다. 심심해 죽겠는데! 앗, 외출이다! 앞마당이든,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이든, 현관 밖으로 나서기만 해도 신이 난다. 어라, 언덕 너머 축구공이 보인다. 무슨 일일까? 보고 싶다! 알고 싶다!’
힘들다는 핑계로 너무 집에만 있은 것은 아닌지. 조심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호기심을 가로막기만 한 것은 아닌지. 나는 아이에게 지루한 주인아저씨의 뒷모습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는지, 잠시 반성해 본다.
축구공을 가져간 펭귄은 대체 뭘 하고 있을까? 당연하지만 축구를 한다. 그것도 스컹크 팀을 상대로 시합을 한다. 딜란은 과자를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난 골키퍼를 대신해 펭귄팀에서 뛰게 된다. 모든 슛을 막아내어 펭귄팀이 1:0으로 승리! 해가 질 무렵, 딜란은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를 뗀다.
이 그림책에서 또 재미있는 것은 흑백의 주인공들이다. 평소 '달마시안' 딜란은 집에서 '팬더', '두루미', '얼룩말'과 뛰노는 공상을 하곤 한다. '젖소'와 '양떼'가 있는 들판에서 '축구공'에 맞는다. '펭귄'과 '스컹크'의 '축구시합'에 딜란을 집어넣은 펭귄팀 코치는 '수녀님'이다. 화사한 배경만 아니라면 딜란의 빨간 목걸이만 눈에 띄는 흑백화면으로 보일 것이다.
스컹크군의 결의에 찬 마지막 슛 동작을 소개한다. 아쉽게도 골대를 흔든 것은 축구화였다는 슬픈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