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한미FTA, 더불어 살 길 모색해야"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방인성 뉴스앤조이 대표 대담

등록 2007.05.01 12:06수정 2007.05.0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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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사람을 빛내는가 하면, 그 사람이 있기에 그 자리가 확고해지는 경우도 있다. 한완상이라는 인물이 총재로 있기에 대한적십자사는 엎치락뒤치락 하는 한반도 정세에도 '인도주의적 지원'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한 총재가 이야기하는 인도주의 지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으로 하는 돕는 것을 말한다. 북한 정권이 어떤 태도를 취하더라도, 미사일을 쏘고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도움이 필요한 북한의 인민들에게 구호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가 남북 정부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대원칙을 흔들리지 않게 지켜주는 선장이 있기에 최근의 급변하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변화 속에서도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한 총재가 주장하는 '불구하고'의 정신은 예수 따르미의 정신이기도 하다. 약자와 더불어 먹고 마셨던 예수의 길을 따르는 기독교인이라면 한 입으로 평화를 이야기하고, 북한과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말은 할 수 없다.

'내'가 살기 위해 '너'를 죽이는 것은 로마의 길이고, 내가 죽어 나와 너도 사는 것은 부활의 길이다. 한 총재는 한미FTA 문제도 이러한 눈으로 바라본다. 이길 수 없다면 무조건 개방 반대를 선언할 게 아니라 더불어 살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한 총재는 예수 따르미라는 일관된 정신으로 남북, 북미, 한미 관계 등 국제 질서를 조명하는 것은 물론, 한국 사회 내부의 교육, 토지 문제 같은 고질적인 병폐에도 접근한다. 또 그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벌이는 신학적인 논의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신학적 성찰을 거친 신앙인의 길을 추구한다.

한 총재를 지난 4월 19일 대한적십자사 총재실에서 만나 한반도 정세와 예수 따르미의 대응에 대해 물었다. 대담은 <뉴스앤조이>·<복음과상황> 대표 방인성 목사(성터교회)가 맡았다.


대한적십자사 한완상 총재와 <뉴스앤조이> 방인성 대표가 통일, 한미FTA, 교육, 신앙 문제를 놓고 대담을 했다. 한 총재는 전술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 기운을 전략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적십자사 한완상 총재와 <뉴스앤조이> 방인성 대표가 통일, 한미FTA, 교육, 신앙 문제를 놓고 대담을 했다. 한 총재는 전술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 기운을 전략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뉴스앤조이 신철민
"2·13합의는 근본적 전환 아니다"

방인성 : 북한의 핵 실험 이후 긴장이 고조되던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불안 요소는 여전하지만 평화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완상 : 2·13합의가 이뤄지니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평화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낙관하는 분들이 있다. 만약 미국의 신념이나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해서 2·13합의가 이뤄졌다면 맞는 판단이다. 그렇지만 이념적, 정책적인 변화보다는 전술적인 변화 수준에서 북과 미국의 합의가 이뤄졌다.

방인성 :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한완상 : 미국은 이라크전쟁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부시 정권은 이 사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이라크에서 실패한 만큼 다른 지역에서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할 절박한 필요가 있다. 때마침 이라크전쟁을 합리화한 네오콘이 퇴조했고,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했기에 2·13합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신념을 180° 돌려 원수 북한을 예수님 명령에 따라 갑자기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낭만적으로 보면 곤란하다. 그러나 미국이 절박한 상황에 몰려 선택한 전술적인 변화를 어떻게 정책적인 변화로 고양할 것인가 하는 게 우리 정부와 국민의 과제다. 북한의 국방위원장 입장에서도 그의 아버지의 유훈인 한반도 비핵화를 소홀히 처리할 수 없을 것이다.

방인성 : 남북관계는 호전되다가도 급속도로 위축되기를 반복했다. 미사일 사건 때도 그렇고, 북한이 핵 실험을 했을 때도 그렇다. 특히 남북관계가 냉각될 때마다 남에서는 북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했다.

한완상 : 북한에 대한 지원에 관련해 세 차원이 있다. 우선 인도적인 차원이다. 이것은 '불구하고'의 정신으로 해야 한다. 상대방이 어떤 입장이든 조건을 달지 말고 도와줘야 한다.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적십자는 북한에서 발생한 재난이나 이산가족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분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이런 문제는 정치·경제·군사적인 조건과 인도적 지원을 연계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인 지원이 있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호주의 입장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남에서 자본과 기술을 주면, 북에서는 자원과 인력을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 마지막으로 군사적 차원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논리로 간다. 그런데 적십자는 경제적 호혜적 상호주의를 존중하지만 그것에 매이지 않으며 군사적 응징의 논리는 항상 초월한다.

작년에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 인도주의적인 교류와 협력마저 중단했다. 여론을 의식한 것인데, 인도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그렇다. 그렇지만 지금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원활하게 지원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료가 북에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중단한 수해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방인성 : 쌀 지원도 같은 맥락인가.

한완상 : 쌀 지원도 두 차원이 있다. 하나는 수해로 인한 인도주의 지원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 당국 간 차관 형식의 경제 지원이다. 두 번째 차원은 적십자와 직접 관계가 없다.

"보수 진영도 북 인식 수정할 처지"

방인성 : 북미 관계가 호전되면서 한나라당에서도 북한에 대한 정책을 수정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남한의 북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 아닐까.

한완상 : 국민의 인식이 변한 것은 꽤 오래됐다. 1980년대 후반 교수 시절 전국 여론 조사를 벌인 적 있다. 북한과 미국이 축구 시합을 하면 어디를 응원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때도 북한을 응원하겠다는 국민이 훨씬 많았다. 북한을 주적에서 동반자로 보는 식으로 국민의 인식이 변하는구나 싶었다. 90년대 들어서 남북기본합의서가 가능해진 것도 변한 국민의 인식이 배경으로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와서 한나라당이 대북 정책을 변화시키는 조짐이 보인다. 미국이 2·13합의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전술적인 차원이라 하더라도 미국이 변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같은 조짐이 가능한 것 같다. 보수적인 분들은 대체로 미국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미국을 존경하고 의지했던 분들은 이런 변화를 불쾌하게 여기면서도 북한에 대한 견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런데 이제는 통일이나 북한에 대한 문제를 좌우의 논리로 볼 때는 지났다. 상호주의라고 하더라도 탄력적이고 호혜적 상호주의를 존중해야 한다. 남과 북이 공통의 이익을 이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질 때다.

방인성 : 동북아 평화와 세계의 평화적 질서를 위해서도 민족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한완상 : 6자회담이 성공하면, 이 틀은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다자적 연대의 틀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남과 북의 교류가 활발해져 사실상의 통일 효과가 나면, 동북아시아라는 세계의 중심 지역으로 떠올라오는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경제·정치·문화 블록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6자회담은 이 동북아시아 블록을 강화해주는 새로운 틀이 될 수도 있다.

방인성 :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이 시기에 꼭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어떤 논의를 해야 할까.

한완상 : 원칙적으로야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좋지. 현실적으로 북한이 하자고 하면 비교적 성사되기 쉽다. 그러나 우리가 하자고 한다고 저쪽에서 응하겠나.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2·13합의가 빨리 진척되어서 워킹그룹이 가동되어 성과가 나오면 올해 안에도 남북정상회담은 가능하다. 북한이 핵 시설을 폐기하고, 미국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빼주고 체제 안정도 보장해주면서 관계를 정상화하고, 휴전체제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단계가 올해 안으로 이뤄진다면, 그때는 남북 당사자와 한반도에서 전쟁을 했던 미국과 중국 등 네 나라가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그것이 필요하다. 4자 정상회담 틀 속에서 남북 정상회담도 별도로 가능할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한완상 총재
대한적십자사 한완상 총재뉴스앤조이 신철민
"FTA는 주체적으로, 상호 이익이 되게"

방인성 : 한미FTA가 타결되어 국회 비준을 남겨놓았다. 한쪽에서는 더 강한 조국을 만들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고, 다른 쪽에서는 미국에 경제적으로 예속되는 계기라고 비판한다. 한 총재님은 견해는.

한완상 : 분명 농민을 비롯해 한미FTA 체결 때문에 단기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 정부가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멀리 보면, 민족국가(Nation-State) 간의 장벽은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가의 문을 여는 게 21세기의 흐름이다. 기왕에 개방하는 것, 주체적이고 투명하게 열어 다른 국가와 공정하게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방식으로 역사적 흐름을 관리해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절대로 손실을 안 보려는 승리주의 입장이나 무조건 이기는 비법은 현실성이 없다. 우리도 좋고 그들도 좋은 상생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EU·중국·동남아·일본·남아메리카 등 여러 나라와 상호 호혜적 협상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끌려가면서, 손해만 보는 협상은 곤란하다.

방인성 : 미국과 우리가 맺은 FTA가 그렇게 밀려서 하는 건 아닌가.

한완상 :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는 한미FTA에서 미국이 이익을 본다고 하지 않았다. 보수적이면서 신뢰를 얻고 있는 세계적인 주간지가 미국이 손해 보는 면도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민주당도 손해볼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앞으로 우리를 압박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협상 전문이 공개되지 않아 손익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방인성 : 기독교인들도 한미FTA를 보는 시각이 갈린다. 보수 일각에서는 찬성하고,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 진영 일부에서는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기독교인, 예수 따르미로서 한미FTA를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까.

한완상 : 예수 따르미라면 내가 잘되기 위해 남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또 경제적 이익에만 복종해도 안된다. 처참한 십자가 고난이 있기에 영광의 부활이 있다. 남에게 고통을 줌으로 승리하는 로마의 지배와는 다르다. FTA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이기고 상대방도 이기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남북관계에서는 이 문제를 판단하는 게 비교적 쉬운 편이다. 그러나 한미FTA는 복잡해서 판단이 쉽지 않다. 어떤 부분은 우리가 유리하고, 어떤 부분은 불리하기 때문이다. 섬유는 우리가 유리한 것 같고, 감귤 같은 농수산물, 소고기는 상당히 불리한 것 같고…. 악을 악으로 이기는 것이 로마와 오늘날 일부 정치인들의 논리요 방식이다.

예수 따르미의 삶은 단기적으로만 보면 항상 지게 되어 있다. 시저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를 외친다. 예수는 "왔노라, 보았노라, 졌노라"라는 정신으로 고난의 삶을 사셨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러한 고난의 의미를 무시하고, 승리주의를 지향한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기도도 꼭 "승리하게 하소서"라고 한다. 기독교를 병들게 하는 건 고난의 참뜻을 모르는 성공주의(Triumphalism)다.

특정 교육 정책을 반대하면서 바퀴 달린 십자가를 굴리며 시위하는 기독교인들을 보면 십자가는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한 승리주의의 부적 같다고 느끼게 된다. 기독교인이라면 한미FTA로 고통을 겪게 될 이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것이 소중하다. 지금은 고난을 함께 이겨낼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필요는 창조의 어머니다. 곤경에 빠지면 거기서 서로 도우는 창조의 지혜가 나오고 더 나은 방식을 모색하는 게 예수 따르미의 삶이다.

뉴스앤조이 대표 방인성 목사(성터교회).
뉴스앤조이 대표 방인성 목사(성터교회).뉴스앤조이 신철민
"대입이 아니라 대졸 정책 세울 때"

방인성 : 한 때 국가의 교육을 책임진 이로써 갈수록 흔들리고 있는 한국의 교육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시는지. 그리고 생각하시는 해법은 없을까.

한완상 : 한 시간을 이야기해야 할 주제다. 짧게 이야기하자면, 우선 3불 정책을 비판하는 분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국제 사회에서는 경쟁력이 별로 없는 한국의 인류 대학들이 고졸 중에 우수한 학생들을 제일 먼저 더 많이 데려 가려고 3불 정책을 반대한다. 그것도 성이 차지 않아 더 확실하게 우수한 학생을 데려가려는 상황에서 3불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경제는 세계 10등, 철강과 조선은 세계 1등, 아이티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나라에서 어떻게 된 게 100위 안에 든 대학이 이렇게 없나.

수십만 명의 고졸자가 성적순에 따라 일류대학 앞에 한 줄로 선다. 서울대가 몇 천 명을 먼저 뽑아가고, 두 사립대학이 그 다음 우수 학생들을 데려가고, 또 나머지가 데려가는 식이다. 그런데 현재 입시 방법은 변별력이 없다고 느꼈는지,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아 더 우수한 학생들을 더 많이 뽑아가려고 본고사를 해보겠다는 거다. 세계적으로는 경쟁력 없는 대학이 국내에서는 기득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난 그 학교(서울대)를 졸업해 그 학교에서 가르쳐서 잘 안다. 한국에서 어느 일류대를 나왔느냐가 그 사람의 계급적인 위치를 결정한다. 그래서 그곳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열을 올린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불평등은 강화된다. 대학들이 노력하지 않아도 젊은이들이 서로 그 대학 들어가려고 하니 문제다. 학생들이 특성화된 여러 좋은 대학들 앞에 줄서게 하기 위해 3불 정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본고사를 비롯해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는 안 된다는 거다.

방인성 : 그렇다. 우리에게 인재를 배출하는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한완상 : 3불 정책은 대학 입시에 대한 국가 정책이다. 이제는 우리의 교육 정책을 대학 입시 중심에서 졸업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3까지는 혹독하게 공부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공부를 제대로 안 한다. 각종 고시, 취직시험, 영어 공부에만 매달린다. 세계와 인류, 민족, 국가가 원하는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인도주의적인 인재는 별로 배출되지 않는다.

시장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학생조차도 힘든 지경이다. 어떤 성적을 가진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인재가 대학에서 배출되느냐가 중요하다. 이제는 어떤 대학에 들어갔다고 으쓱해하거나 열등감을 느끼게 해선 안된다. 대학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을 배우느냐에 따라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방인성 : 교육 문제와 함께 남한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는 게 부동산 문제다. 몇몇 교회들과 기독교시민단체들이 토지공개념 실현을 위한 연대 단체 결성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예수 따르미라면 우리 시대의 우상에 당당히 맞서야 하지 않을까.

한완상 : 토지는 우리가 이 세상에 살고 난 뒤 돌아갈 육체의 고향이지 살아 있을 때나 죽어서나 영원한 소유 대상이 아니다. 또 토지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것이고, 우리는 잠시의 청지기일 뿐 이다. 예수의 첫 설교도 희년 선포다. 땅은 개인 소유로 영원히 남는 것이 아니다.

예수 따르미가 땅을 기반으로 권력을 창출하고 부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쓴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소유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땅으로 얻는 소득을 공공을 위해 나눠 써야 한다. 독일이 통일되고 난 뒤 가장 큰 소송이 재산 문제와 관련된 소송이었다. 우리가 이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예수 따르미의 삶"

방인성 : 통일 시대를 살아가는 예수 따르미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한 총재님의 고견을 듣고 싶다.

한완상 : 우리가 자각하느냐와 상관없이 우리 시대는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로 나아가는 시대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확신을 삶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2·13합의 전만해도 전쟁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만일 전쟁이 나면, 지난 60년간 분단, 열전과 냉전 그리고 온갖 비민주적 상황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가 이만큼 자랑스럽게 이룩해 놓은 것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다. 전쟁은 어떤 경우도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

팔복 중 가장 큰 복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복이다. 그건 평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나는 예수를 믿는다면서 북한과는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독교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교회는 원수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메시지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예수복음을 왜곡하고 다른 복으로 대치시켜서 그렇다. 역사적 예수 연구자들 중 진보적인 분들은 예수의 말씀을 크게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고(예수 세미나), 근본주의적 신앙과 신학을 가진 분들은 예수님의 메시지가 갖는 변혁적 동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하나님나라의 도래에 관한 예수의 말씀은 강력한 변혁의 힘을 갖고 있다.

방인성 : 맞다. 진보와 보수 따질 게 아니다. 말씀이, 말씀대로 사는 삶이 상실한 시대다.

한완상 : 복음주의 신학의 거장인 라이트(Tom Wright)와 역사적 예수 연구를 주도하는 진보 신학자 크로산(Dominic Crossan)이 작년에 부활 논쟁을 벌였다. 라이트는 빈무덤과 예수의 현현 사건이 함께 초대교회의 예수 부활, 특히 몸의 부활에 대한 신앙의 충분조건이라고 주장했다. 크로산은 빈무덤과 현현 사건을 사실(fact)로 보기 보다는 은유(metaphor)로 보면서, 은유의 동력을 높이 평가한다.

크로산은 초대 교회의 부활신앙에 끼친 영향으로 빈무덤과 현현에 앞서 역사적 예수의 하나님 나라 도래 선포와 그 실천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부활 사건이 사실이냐 은유냐 하는 것보다 '오늘', '여기서' 그 부활이 갖는 실천적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두 사람 모두 제자들이 예수를 메시아고 고백하는 것은 로마 질서 입장에서는 국가반역죄에 해당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시저가 유일한 메시아로 추앙되는 로마 정치 현실 속에서 초대교회는 시저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자신들의 참된 메시아라고 고백한 것이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것은 쉬운 듯하나 그 말대로 실천하고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힘들다. 나도 예수 따르미라고 스스로 말하지만 나는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예수를 제대로 따르고 있다고 절대로 자신 있게 말 못한다. 늘 스스로 부끄러워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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