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대표 방인성 목사(성터교회).뉴스앤조이 신철민
"대입이 아니라 대졸 정책 세울 때"
방인성 : 한 때 국가의 교육을 책임진 이로써 갈수록 흔들리고 있는 한국의 교육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시는지. 그리고 생각하시는 해법은 없을까.
한완상 : 한 시간을 이야기해야 할 주제다. 짧게 이야기하자면, 우선 3불 정책을 비판하는 분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국제 사회에서는 경쟁력이 별로 없는 한국의 인류 대학들이 고졸 중에 우수한 학생들을 제일 먼저 더 많이 데려 가려고 3불 정책을 반대한다. 그것도 성이 차지 않아 더 확실하게 우수한 학생을 데려가려는 상황에서 3불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경제는 세계 10등, 철강과 조선은 세계 1등, 아이티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나라에서 어떻게 된 게 100위 안에 든 대학이 이렇게 없나.
수십만 명의 고졸자가 성적순에 따라 일류대학 앞에 한 줄로 선다. 서울대가 몇 천 명을 먼저 뽑아가고, 두 사립대학이 그 다음 우수 학생들을 데려가고, 또 나머지가 데려가는 식이다. 그런데 현재 입시 방법은 변별력이 없다고 느꼈는지,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아 더 우수한 학생들을 더 많이 뽑아가려고 본고사를 해보겠다는 거다. 세계적으로는 경쟁력 없는 대학이 국내에서는 기득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난 그 학교(서울대)를 졸업해 그 학교에서 가르쳐서 잘 안다. 한국에서 어느 일류대를 나왔느냐가 그 사람의 계급적인 위치를 결정한다. 그래서 그곳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열을 올린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불평등은 강화된다. 대학들이 노력하지 않아도 젊은이들이 서로 그 대학 들어가려고 하니 문제다. 학생들이 특성화된 여러 좋은 대학들 앞에 줄서게 하기 위해 3불 정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본고사를 비롯해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는 안 된다는 거다.
방인성 : 그렇다. 우리에게 인재를 배출하는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한완상 : 3불 정책은 대학 입시에 대한 국가 정책이다. 이제는 우리의 교육 정책을 대학 입시 중심에서 졸업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3까지는 혹독하게 공부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공부를 제대로 안 한다. 각종 고시, 취직시험, 영어 공부에만 매달린다. 세계와 인류, 민족, 국가가 원하는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인도주의적인 인재는 별로 배출되지 않는다.
시장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학생조차도 힘든 지경이다. 어떤 성적을 가진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인재가 대학에서 배출되느냐가 중요하다. 이제는 어떤 대학에 들어갔다고 으쓱해하거나 열등감을 느끼게 해선 안된다. 대학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을 배우느냐에 따라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방인성 : 교육 문제와 함께 남한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는 게 부동산 문제다. 몇몇 교회들과 기독교시민단체들이 토지공개념 실현을 위한 연대 단체 결성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예수 따르미라면 우리 시대의 우상에 당당히 맞서야 하지 않을까.
한완상 : 토지는 우리가 이 세상에 살고 난 뒤 돌아갈 육체의 고향이지 살아 있을 때나 죽어서나 영원한 소유 대상이 아니다. 또 토지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것이고, 우리는 잠시의 청지기일 뿐 이다. 예수의 첫 설교도 희년 선포다. 땅은 개인 소유로 영원히 남는 것이 아니다.
예수 따르미가 땅을 기반으로 권력을 창출하고 부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쓴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소유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땅으로 얻는 소득을 공공을 위해 나눠 써야 한다. 독일이 통일되고 난 뒤 가장 큰 소송이 재산 문제와 관련된 소송이었다. 우리가 이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예수 따르미의 삶"
방인성 : 통일 시대를 살아가는 예수 따르미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한 총재님의 고견을 듣고 싶다.
한완상 : 우리가 자각하느냐와 상관없이 우리 시대는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로 나아가는 시대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확신을 삶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2·13합의 전만해도 전쟁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만일 전쟁이 나면, 지난 60년간 분단, 열전과 냉전 그리고 온갖 비민주적 상황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가 이만큼 자랑스럽게 이룩해 놓은 것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다. 전쟁은 어떤 경우도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
팔복 중 가장 큰 복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복이다. 그건 평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나는 예수를 믿는다면서 북한과는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독교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교회는 원수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메시지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예수복음을 왜곡하고 다른 복으로 대치시켜서 그렇다. 역사적 예수 연구자들 중 진보적인 분들은 예수의 말씀을 크게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고(예수 세미나), 근본주의적 신앙과 신학을 가진 분들은 예수님의 메시지가 갖는 변혁적 동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하나님나라의 도래에 관한 예수의 말씀은 강력한 변혁의 힘을 갖고 있다.
방인성 : 맞다. 진보와 보수 따질 게 아니다. 말씀이, 말씀대로 사는 삶이 상실한 시대다.
한완상 : 복음주의 신학의 거장인 라이트(Tom Wright)와 역사적 예수 연구를 주도하는 진보 신학자 크로산(Dominic Crossan)이 작년에 부활 논쟁을 벌였다. 라이트는 빈무덤과 예수의 현현 사건이 함께 초대교회의 예수 부활, 특히 몸의 부활에 대한 신앙의 충분조건이라고 주장했다. 크로산은 빈무덤과 현현 사건을 사실(fact)로 보기 보다는 은유(metaphor)로 보면서, 은유의 동력을 높이 평가한다.
크로산은 초대 교회의 부활신앙에 끼친 영향으로 빈무덤과 현현에 앞서 역사적 예수의 하나님 나라 도래 선포와 그 실천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부활 사건이 사실이냐 은유냐 하는 것보다 '오늘', '여기서' 그 부활이 갖는 실천적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두 사람 모두 제자들이 예수를 메시아고 고백하는 것은 로마 질서 입장에서는 국가반역죄에 해당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시저가 유일한 메시아로 추앙되는 로마 정치 현실 속에서 초대교회는 시저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자신들의 참된 메시아라고 고백한 것이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것은 쉬운 듯하나 그 말대로 실천하고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힘들다. 나도 예수 따르미라고 스스로 말하지만 나는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예수를 제대로 따르고 있다고 절대로 자신 있게 말 못한다. 늘 스스로 부끄러워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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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한미FTA, 더불어 살 길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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