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침공 3주년인 지난 2006년 3월 20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조지 부시 미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같은 러시아의 반발은 냉전 해체이후 NATO가 러시아의 뒷마당까지 확장되고 21세기 들어 미국이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유지해온 전략적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를 깔고 있다. 여기에는 과거 초강대국으로서의 향수와 그 지위를 회복하고자 하는 푸틴의 야심이 숨어 있기도 하다.
러시아가 MD에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론해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에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가 ABM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러시아와 협의없이 동유럽에 MD를 배치하려고 하는 것은 자신을 무시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러시아의 시각이다.
둘째는 지금 당장 MD가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MD는 기본적으로 '다층-다각도' 체제이다. 지상-해상-상공-우주로 이어지는 MD 체제에서 현재 개발이 완료되고 실전배치에 들어간 것은 지상MD와 해상MD이다. 미국은 이를 점차 상공과 우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2012년까지 핵미사일을 1700-2200개 수준으로 감축키로 했다. 핵미사일 수는 줄어드는 반면에 미국 주도의 MD가 막강해지면, 러시아의 전략적 손실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러시아가 꺼내들 다음 카드는 2001년 미국과 체결한 전략핵무기감축협정(모스크바 협정) 탈퇴 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신냉전 오나?
이처럼 미국이 동유럽 MD 배치 고집을 꺽지 않고, 러시아가 유럽의 냉전해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여러 군축조약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냉전의 유령'이 다시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이념 경쟁의 색채는 거의 사라졌지만, 냉전시대에 버금가는 상호불신과 군비경쟁의 악령은 성큼 다가서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의 MD에 대응해 군비증강을 추진해온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2001년 5월 들어 미국의 MD 구축이 본격화된 이후, 러시아는 냉전 시대 레이건의 전략방위구상(SDI)에 맞서 추진했다가 중단한 핵전력 증강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탄두 핵미사일 성능 개량, 이동식 핵미사일 증강, 궤도 수정이 가능한 탄두 개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INF와 CFE에 따라 감축했던 중장거리 미사일 및 재래식 군사력마저 강화하고 나선다면, 미러관계와 그 사이에 낀 유럽은 냉전해체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절대안보의 신화'에 빠진 미국과 '강대국으로서의 지위 회복'을 노리는 러시아 사이의 충돌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역시 대단히 크다. 두 강대국의 충돌은 유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MD의 명시적, 잠재적 대상국인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가장 가까이 있는 한국을 MD의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다.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를 가장 먼저 배치한데 이어, 중장거리 미사일 요격용인 해상MD체제와 전역미사일고고도방어체제(THAAD) 배치도 서두르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항공기탑재레이저(ABL) 배치 필요성까지 들고 나왔다.
이러한 계획이 강행되면 한반도는 또 다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에 처할 수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팔짱끼고 보고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또 다시 MD에 주목해야 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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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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