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 중인 아이들. "야, 너희 집에 누룽지 서리하러 갈까?" "그래 좋아!"박정순
공개수업의 절정은 아이들이 직접 '극본'을 만들어 공연한 연극 '별 따러 가자'였다. 주인공 유민역을 맡은 윤진현 학생이 극본을 쓰고, 김연주 정주희 나현준 신영민 정혜란 김소희 김기범 최용재 임시훈 최회란 학생이 출연했다. 책 속에 나오는 진뫼마을 벼락바위의 커다란 사진을 칠판에 붙여 연극무대 배경으로 삼았다.
2006년 여름. 두메산골 섬진강 가에 있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자그마한 진뫼마을. 20여 가구 옹기종기 모여 사는 강변마을에 유민이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된다. 이사 오던 날, 유민이는 거름냄새 팍팍 풍겨오는 이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휴대폰도 잘 안 터지는 이곳이 싫다며 부모님께 짜증을 낸다.
지나가는 땅강아지를 보고 까무러치는 유민이를 보고 민철이가 손으로 덥석 잡으며 '뭐, 이딴 걸 가지고 그러냐'며 핀잔을 준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던 유민이는 차츰 진뫼 생활에 익숙해지고 서리 가는 것도 앞장설 정도로 잘 적응을 해가고 있다. 그러다 벼락바위에 누워 북두칠성을 찾으며 별 헤는 밤을 보낸다. 서울 별들은 다 죽었는데 진뫼 별은 이렇게 초롱초롱 떠서 나를 보고 말을 걸어오는 구나. 유민이는 잊지 못할 별 헤는 밤의 추억을 쌓고 있었다.
아이들은 책을 완전히 소화해 내고, 문학적 상상력을 더한 창작물을 내놓고, 멋진 연기까지 해내고 있었다. 수업을 참관한 사람들 모두 감탄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마지막으로 김호경 박재준 유지인 학생이 돌아가며 내는 '독서 퀴즈놀이'. 책을 대충 읽었다가는 한 문제도 못 맞출 문제들이 나왔다. "진뫼마을 아이들은 뭐하고 아이스께끼를 바꿔 먹었나요?" "50만원에 팔린 고향집을 얼마에 다시 샀습니까?" "해바라기 놀이는 어떻게 합니까?" 아이들은 여기저기 손을 들며 척척 알아 맞춘다. 읽은 책의 내용을 아이들 스스로 시로, 노랫말로, 극본으로 바꾸려면 섬진강 푸른 물에 '퐁당' 빠져야만 가능했을 터. 내 보기에는 최소한 두 번 이상씩 책을 읽은 듯했다.
하지만 '서리'란 단어를 모를 정도로 시골생활을 전혀 체험하지 않는 아이들이다. 시골의 일상을 책만 읽고 극본으로 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신정화 선생님은 세 번째 고쳐온 극본을 읽고 나서 깜짝 놀랐단다. 전혀 손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책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고 있어서였다.
"우리 아이들 마음에 아름답고 맑은 섬진강 이야기가 스며든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섬진강 맑은 물 한 줄기를 아이들 마음 속에 흘려 보내주고 싶었는데, 뜻이 이루어진 것 같아서 행복했습니다."
"수업을 자랑하거나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보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김도수씨 같은 분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본보기로 내세우고 싶었습니다."
신 선생님이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라는 책을 주제로 공개수업을 한 이유를 학부모들에게 설명했다.
"이번 주에 고추 모 심으러 진뫼에 가야 허지 않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