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를 솎아주시는 부모님김혜원
"상추를 솎아줘야 할 것 같아. 상추가 아주 많아 자랐더구나."
새벽부터 밭에 올라가신 엄마가 아침식사 시간이 다 되어도 밭에서 내려오실 줄을 모르십니다. 시장하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뭣 때문에 저리도 밭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계시는 걸까요?
"아버지 밭에 좀 올라가 보세요. 엄마 식사하시라고 하세요.”
기다리다 못해 아버지에게 엄마를 모셔 오시라 부탁을 했지만 엄마를 모시러간 아버지도 내려오시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살짝 화가 나려고 합니다.
이미 차려놓은 밥은 다 식고 국도 두 번이나 다시 데워 놓았는데도 엄마는커녕 모시러간 아버지도 내려오시지 않으니 화가 날 밖에요. 기다리다 지쳐 모자를 눌러 쓰고 밭으로 올라가 봅니다.
"아침 드셔야지요. 밥도 다 식고 국도 식고… 얼른 내려오세요."
"이거 조금만 더 솎아주고 내려가마. 배고프면 너 먼저 먹어. 난 이거 다 하고 아버지랑 함께 먹을 테니."
"그래, 나도 엄마랑 좀 더 있다가 내려가마. 너 먼저 먹어라."
일하러 가신 엄마는 물론 이젠 부르러 가신 아버지까지 오히려 귀찮다는 듯 저를 쫒아버릴 기세입니다. 식사를 하고 다시 일을 하셔도 될 텐데 배고픈 것까지 참아가면서 저렇게 밭에 매달리는 이유가 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얼른 내려오시라니까요. 밥상을 몇 시간씩 차려놓게 하시는 거예요. 빨리 내려 오시라구요. 식구 몇 된다고 아침을 몇 부로 나누어서 먹어. 내려오세요."
"아휴, 성화도 해쌌는다. 먼저 먹으라니까."
"햇빛보고 자란 채소가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