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오자 '감사합니다'를 연발하시며 손을 들어 일일이 악수를 청하는 이복례 할머니가 오래 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게다.송상호
내후년이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0세가 되는 할머니지만 농담하는 실력이나 웃기시는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시시한 개그우먼은 뺨칠 정도이다.
"아, 내가 요즘 고기 땜시 환장을 혀."
"아니 무슨?"
"내가 작년(97세)까지는 고기를 별로 안 먹었는디 말여. 지금은 고기 먹는 힘으로 산다니께. 지금이야 없어서 못 먹지 허허허허."
실제로 그랬다. 이복례(98세, 경기 안성 미양면 갈전리) 할머니는 작년에 몸이 극도로 안 좋아지셔서 다들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하지만 불사조처럼 다시 살아나신 할머니는 이제 고기든 뭐든 주는 대로 드신단다. 먹어야 기운을 차리고 살 수 있다는 뭐 그런 이야기인 게다.
"그때 가는 건데 말여."
"할머니, 그때 안 가셔서 섭섭하셔유?"
"그러지는 않지. 이런 좋은 세상 놔두고 어찌 눈 감누. 이렇게 좋은 사람들도 만나 보잖여. 아 그리고 가고 안 가고는 하늘에 달린 거 아니 겄어."
"할머니, 연세 100세는 문제 없것시유."
"그럴 거 같어? 그럼 나야 고맙지 뭐. 호호호호."
오늘따라 말씀이 많아지자 옆에서 딸인 조봉희(76세) 할머니가 자꾸 누우시라고 한다. 기운 빠지실까봐 그러는 게다.
"엄니. 이제 누우셔유."
"아 가만있어 봐. 내가 기분이 좋아서 그러니께."
이복례 할머니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누우셨다가 또 다시 일어나신다.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 이야기랑 자손들 이야기랑 이야기보따리를 자꾸 풀어놓으신다.
"내가 옛날 같았으면 지금 뛰고 놀 것인 디."
"할머니, 젊은 남정네가 손잡아 드리니께 좋으셔유."
"허허허 그걸 말이라고 하남. 두말하면 잔소리 제."
이 말이 떨어지자 같이 앉아 있던 봉사도우미 아줌마들과 조 할머니는 배꼽을 잡는다. 하지만 할머니의 개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사진 한 번 찍자는 나의 제의에 딸 조봉희 할머니는 기운이 없어서 힘드실 거라고 말하지만, 이복례 할머니는 어느새 그 말을 들으시고는 한말씀 하신다.
"아, 그거 좋지. 찍어요, 찍어."
"그럼 찍습니다."
"아, 지금 말고 내가 웃을 때 찍어 여."
조금 있다가 정말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100년짜리 개그 퍼레이드가 이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이 할머니는 웃는 포즈와 함께 '촬영용 박장대소'를 날려 주신다.
"하하하하!"
"예, 좋아요 할머니."
"안 좋으면 이 포즈는 워뗘. 호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