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적인 풍경을 보여주다

김지연 사진전 '묏동' 리뷰

등록 2007.05.05 19:57수정 2007.05.0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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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묏동' ⓒ 김지연

풍경사진의 시작은 예술로서의 풍경사진이 아니라 지극히 실용적인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19세기 서부 개척 사진이다. 서부지역을 개척하면서 철도 부설과 지도제작을 위한 자료로서 자연풍경을 찍은 것이다. 그 이후에 모더니즘 사진에서는 웅대하고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찬양하기 위해서 풍경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 현대풍경 사진에서는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기록하기보다는 인간에 의해서 변형된 자연환경 혹은 문화적인 현실풍경을 기록하였다.

김지연은 묘지가 있는 풍경을 찍었다. 작가는 묘지와 주변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어 생성된 풍경을 담담하게 찍어서 보여 주고 있다. 특별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외형적으로 특별한 풍경도 아니다. 누구나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풍경사진이다. 표현대상과의 거리도 지극히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흑백필름을 사용하여 중형카메라로 찍었는데, 작품에서는 작가의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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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묏동' ⓒ 김지연

너무나도 고요하게 다가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작품 한 장 한 장을 시간을 두고서 차분하게 감상해 보면 감정을 차분하게 정리해주고 명상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작품에 담겨 있는 표현대상들이 정서적으로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김지연이 찍은 묘지풍경사진은 자극적인 컬러나 강한 톤으로 시각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흑백사진의 묘한 톤과 대상에서 느껴지는 정서적인 분위기가 상호의미작용하여 완성도 높은 최종결과물을 생산하였다. 동 시대적인 풍경도 화려한 컬러로 시각을 자극하는 풍경도 아니지만 렌즈의 광학적 특성과 흑백사진의 단순한 톤이 잘 어우러져서 보는 이들의 정서를 순화시켜준다. 한국의 전통적인 자연풍경 혹은 문화적인 풍경을 재현해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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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묏동' ⓒ 김지연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다음과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묏동은 단순히 묘지가 아니다. 자연이며 풍경이다. 바다가 산이 되고 산이 다시 강물이 되는, 역사 속에 순응하는 땅이며 우주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묘지는 죽음이며 단절이며 끝이며 절망이며 허무다.

어린 시절, 혹시 이른 봄 뒷동산에 올라가서 햇볕 잘 드는 묏동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던 기억을 가져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그것이 그저 우리 일상의 풍경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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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묏동' ⓒ 김지연


김지연의 이번 전시회 작품들은 동 시대적인 풍경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지만 보는 이들과 깊은 교감을 형성한다. 무엇인가 추억에 빠지게 하고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50대 이상 기성세대들에게는 도시화. 산업화 과정 속에서 잊어지고 있는 고향풍경을 연상시키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정서적인 것을 깨닫게 한다. 흑백사진과 풍경사진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는 전시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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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묏동' ⓒ 김지연

덧붙이는 글 | 2007년 5월 2일 ~ 5월 15일 갤러리 룩스

덧붙이는 글 2007년 5월 2일 ~ 5월 15일 갤러리 룩스
#김지연 #묏동 #풍경사진 #갤러리룩스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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