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오른 박근혜 "여성 대통령이 세계적 현상"

[현장] 측근 30여명과 산행... "꿈을 이루기 위해 뛰고 있다"

등록 2007.05.06 20:36수정 2007.05.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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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40분경, 청계산 등반로 입구에 모습을 나타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등산복 차림이 아니었다. 면으로 된 연보랏빛 상하의를 입었고, 신발도 등산화가 아닌 낮은굽의 단화였다.

한나라당 최경환·이혜훈·한선교 의원 등 측근 인사와 30여명의 지지자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20여명의 취재진이 그를 에워쌌고, 그를 알아보는 등산객들까지 몰리면서 순식간에 등산로 입구 전체는 박 전 대표 일행으로 채워졌다.

태극기를 들고 있던 초등학생 남자 어린이가 박 전 대표와 악수를 하며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 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어머! 박근혜다."
"열심히 하세요!"
"TV보다 훨씬 예뻐요."

엄마 손에 이끌려온 아이부터 노부부까지, 박 전 대표를 발견한 등산객들이 쫓아와 악수를 청했다. 어떤 등산객은 박 전 대표의 모습을 보기 위해 바위나 나무 등걸에 올라섰고, 어떤 등산객은 박 전 대표를 '폰카'에 담았다.

그러나 박 대표를 둘러싼 취재진과 지지자들의 '부담스런' 규모에 놀라 길 한쪽으로 피하는 등산객도 많았다.

앞서나가던 캠프 관계자가 하산하는 등산객들에게 "박근혜 전 대표가 오셨습니다. 악수 한 번 하세요"라고 '호객 행위'를 하자, 박 전 대표가 눈살을 찌푸린다. 결국 "그러지 마세요. 왜 억지로 그래요"라고 한마디했다.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국민이 가족"

오전 11시40분, 원터골 제1약수터에 도착했다. 일반 등산객의 경우 20여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박 전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약수터 주변에 있던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눈 박 전 대표도 약수를 한 바가지 떴다. 물 마시는 포즈도 취재진을 위해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취해야했다.

약수터 한켠에 자리를 만들고, 산상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대선후보 경선 룰이 화두로 올랐다. 박 전 대표는 "세 번이나 양보했다, 더 이상의 양보는 말도 안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사실상 이날 박 전 대표가 기자들을 이끌고 산에 올라온 이유다.

기자간담회를 끝내고, 박 전 대표는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하산길에 나섰다.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보'라는 표현이 적합한 거리였다.

산을 내려오면서 박 전 대표는 '정계입문 만 10년차'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선진한국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다. 이번 기회에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뛰는 것이다."

한 여기자가 '외롭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전 시장을 비롯해 다른 예비대선주자들은 배우자의 내조가 뒷받침되는 반면 박 전 대표는 혼자가 아니냐는, 듣기에 따라서는 좀 '서글픈' 질문이었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라와 전 국민이 편안하고 안심하면서 잘 살고, 노력하는 만큼 보상 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개인적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특유의 '애국주의'다.

어떤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브리핑>에 계속 (정치 관련) 글을 올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기대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우리 당 얘기하기도 바쁜데 '(열린)우리당' 얘기까지 할 수 있느냐"며 농담으로 받아쳤다.

"여성 대통령이 세계적 추세... 루아얄은 좌파인데"

다시 등산로 입구에 도착, 점심식사를 위해 한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박 전 대표가 기자들에게 막걸리를 따라주며 "놀러왔어요? 취재왔어요?"한다.

국회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박 전 대표의 흰머리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박 전 대표는 "(2004년) 4·15총선 때 흰머리가 가장 많이 늘었다. 야당 대표직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 중의 하나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마침 이날은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가 있는 날이다. 이 선거는 좌우파 대표정당의 후보가 치르는 이념선거이자, 남녀 후보가 펼치는 성대결이기도 하다.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가 여성이다.

박 전 대표도 관심을 갖고 있을까? 프랑스 대선에 대해 물었더니, "미국도 그렇고 (여성 대통령은) 세계적인 현상이죠"라고 말했다.

그럼, '루아얄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런데 박 전 대표는 처음엔 "그러면 좋죠"라고 말해놓고는 "근데, 루아얄 후보는 좌파 쪽이죠?"라고 되물었다. '한명숙 전 총리도 대선후보 출마 선언을 했다'고 하자, 이번에도 "나오신대요?"라고 반문했다. 그리고는 "(여성 대통령은) 세계적인 현상이죠"라고 스스로 정리해버렸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표는 "다음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것은 나라의 제도와 규범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가가 나서서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면 안된다"고 말해, 우파의 지론인 '작은정부론'을 강조했다.
#박근혜 #이명박 #청계산 #여성대통령 #루아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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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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