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희망의 길이다.최종수
"불쌍하고 안쓰러운 아들이고 고마운 며느리인데 내가 왜 그런지 몰라. 하루 빨리 하늘로 불러달라고 기도하는데 그 기도를 안 들어 주시는 거야."
아들 이야기에 자꾸 눈물을 훔치는 김씨 할머니와 그 말을 듣는 박씨 할머니 두 눈에도 눈물이 가득하다. 눈물을 감추려고 천장을 보지만 이내 들키고 만다. 연민의 마음은 이렇듯 이심전심인가 보다.
손을 잡고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골목길을 걸어오는데 발걸음마다 할머니의 천사 같은 아들이 떠올랐다. 자라나는 뼈의 고통 때문에 약을 먹어야 한다는데, 최첨단 의학이라면 자라는 뼈의 고통은 물론, 뼈에 보조기구를 박아서 의족을 할 수 있을 텐데. 트럭으로 생선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것도 대형마트에 밀려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이라 의족은 꿈도 꾸지 못할 텐데. 어떻게 도울 수 없을까.
20억~30억 아파트 운운하는데, 단 몇 백 만원이 없어서 의족도 할 수 없는 사회, 가난하지만 천사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유럽처럼 세금을 거둬서 해 주는 사회는 정말 꿈일까….
화창한 봄날에 고개가 자꾸 땅으로만 떨어졌다. 그 길가에서 장애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한 할머니를 만났다. 손수레에 무언가 잔뜩 실려 있었다.
"할머니 무엇을 그리 무겁게 실고 가세요?"
"아, 식품 도매상에 가서 가끔 허드렛일을 하는데, 유통기한 며칠 남지 않았거나 며칠 지난 오뎅이나 맛살 같은 것이에요. 끓여서 먹으면 아무 탈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려고요."
횡단보도를 건너 손수레가 할머니와 함께 덜거덕 덜거덕 걸어간다. 할머니를 뒤따르는 손수레가 점점 작아지더니 휘어진 골목길로 사라진다. 아파트 한 평만 국민 복지를 위해 세금으로 낸다면 손수레는 사라지고, 한쪽 다리가 없어 안타까운 우리의 시선도 사라질 것이다. 50평에서 한 평이 작은 49평, 70평에서 한 평이 작은 69평. 그 한 평이 얼마나 행복한 사회를 만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