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광주까지, 작지만 큰 발걸음"

달구벌고 21인의 작지만 큰 발걸음, 518 광주를 가다

등록 2007.05.08 11:55수정 2007.05.0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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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km 국토횡단에 나선 21인의 달구벌고 학생들. ⓒ 김용한

"5. 18은 민주주의가 짓밟힌 날 아닙니까?"

대구에서 처음으로 개교한 대안학교 달구벌고등학교 21명의 학생들과 3명의 교사들이 지난 7일, 대구에서 광주까지 도보여행을 떠나 눈길을 끌었다.

230km에 이르는 대장정의 길, 영남에서 호남까지 하루에 약 25km가량을 단지 도보만으로 11박 12일 일정으로 5월 핏빛으로 물들었던 광주로 향한다.

"5. 18은 전두환 씨가 군인을 동원해 광주 시민들을 죽인 날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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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횡단에 나선 학생들. 대구에서 광주라는 글귀가 적힌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는 광경 ⓒ 김용한

첫날 무더위 속에서 펼쳐진 도보행군으로 지친 학생들은 벤치에 앉아 더위와 피곤을 달래면서 5. 18을 묻는 기자에게 어렴풋이나마 설명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1명의 학생들과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을 하며 새로운 여행길을 떠나게 된 3명의 교사들도 아이들의 대견함과 당당함에 놀란 듯 자신들의 제자들을 챙기느라 쉴 틈도 없이 바빴다.

윤상욱 교사(윤리)는 "작년에 광주 망월동에 가보고선 다시 광주엘 가보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대구 시민들이 광주에서 참배하는 것을 보고 너무 고마워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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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일정을 위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국토횡단 참가자들. ⓒ 김용한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김진열 교사(수학)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니 감회가 새롭다. 아이들이 역사적인 의미를 잘 모르지만 이후 5. 18이 다가오면 그 의미를 되새겨보면 평생 역사에 남을 것 같다"며 뿌듯해 했다.

미술을 맡고 있는 권경훈 교사(미술)도 "아이들 스스로 이번 일을 기획하고 국토횡단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고 소회했다.

여행을 떠난다는 마음에 피곤함도 잊은 채 마냥 신나있는 학생들은 졸음도 떨쳐버린 채 삼삼오오 짝을 이뤄 담소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해맑고 순수하게만 느껴졌다.

장난 끼가 넘치는 이진욱 학생(2학년)은 "5. 18은 전두환이 독재를 한 것을 광주시민들이 항거한 것이 아닌가요. 일반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자청했던 김성익 학생(2학년)은 "5. 18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부각시켜 주고 싶다. 힘들기는 하지만 이 고통스러운 것도 나중에는 보람되고 뜻 깊은 행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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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의 마음을 담아 흰천에 자신들의 소망과 바람을 적은 깃발. ⓒ 김용한

광주가 고향이면서 몸이 불편함 속에서도 국토횡단에 나선 김성진 학생(2학년)도 "5. 18 망월동에 많이 가봐서 잘 안다"고 강조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강제로 군사력을 동원해 광주시민들을 폭력으로 다스린 것을 광주 시민이 막은 것에 대해 광주 시민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친구와 함께 광주에 가는 것 자체를 즐거워했다.

이번 국토횡단에 대표를 맡은 장예진 학생(3학년)은 "전두환 정권 때 광주 시민들을 광주에 가둬놓고 화려한 휴가를 즐기면서 광주 시민들을 탄압하고 학살한 것 아닌가요"라고 광주에 의미에 대해 정의하였다. 이어 그는 "5. 18 의미를 되새기며 작지만 큰 발걸음이 되고자 이번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깃발에 작은 소망과 힘든 여정 속에 겪은 느낌들을 소상히 적으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 주고 위로하는 모습들이 대견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훈훈해 보였다.

"힘들게 시작은 했지만 마지막은 기분 좋게 마무리하자."

"비록 힘들지만 마무리까지 모두 힘내자. 빨리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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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학생들. 한 남자 학생은 도보행진에 지친 듯 잠에 취해 있다. ⓒ 김용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속에서도 아이들은 그 무엇인가를 얻고자 기나긴 국토횡단의 길을 나선다. 학생들은 담양에 도착해 대안학교 한빛고등학교, 산마을고 학생들과 합류해 5 18국립묘지에 다다르게 된다.

학생들의 국토횡단은 대구에서 고령, 거창, 함양, 남원을 거쳐 순창, 담양, 광주 518국립묘지 도보행진에 나서게 된다. 달구벌고등학교 학생들은 518 국토횡단팀과는 별도로 5. 18을 맞아 전교생이 참배하는 이색적인 행사를 갖을 계획이다.
#달구벌고 #국토횡단 #대구 #518국립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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