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오늘처럼만 웃고 사신다면...

제50회 어버이날 '효 문화 축제'가 펼쳐진 김포시 노인복지회관

등록 2007.05.09 09:19수정 2007.05.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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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값

- 신천희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 열 달을 세 들어 살고도, 한 달 치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 년씩이나 받아먹은 따뜻한 우유 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
이승에서 갚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지고 가려는 당신에 대한 나의 뻔뻔한 채무입니다.


부모에게 있어 영원한 빚쟁이일 수밖에 없는 이 세상의 자식들. 그럼에도 늘 잊고 산다. 그러나 우리네 부모님들은 단 한 번의 채근도, 아니 단 한 번의 서운함도 내비치지 않으신다.

오히려 자식들의 고단한 삶이 혹여, 당신들 때문이 아닐까 노심초사 가슴을 쓸어내리신다. 그렇기에 자식은 빚쟁이라는 이 시 한편에도 순간, 자식의 애달픔이 미리 일렁거려 기어이 눈물 바람을 하시는 우리네 부모님.



8일 오전. 제50회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김포시 노인복지회관 4층 어울마당에선 어르신들의 한바탕 축제가 펼쳐졌다. 이름 하여, ‘효 문화 축제’. 축제에 앞서 시인 신천희의 ‘외상값’이라는 시가 낭송되자 어울마당을 꽉 채운 어르신들의 눈가에 촉촉한 이슬이 맺힌다. 그것이 부모 마음이거늘. 그럼에도 우리 자식들은 부모 마음을 미처 다 헤아리기엔 언제나 부족하다. 그것이 또 자식이거늘.


1년 365일 중 단 하루. 바로 어버이날이다.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는 날이다. 이른 아침. 떨리는 손끝으로 달아 드린 불효자식의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 하늘보다 높고 바다 보다 깊다는 어버이 은혜를 그 무엇으로도 보답해 드릴 수 없는 우리네 자식들. 그나마 어버이날 아침, 부모님 야윈 가슴팍에 달아 드리는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에 다시금 뼈저린 불효를 되새김질한다.

그러나 우리네 부모님들은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로도 그리 흡족하신가 보다. 어울마당을 꽉 채운 어르신들의 얼굴 마다엔 그 가슴 뿌듯함이 역력하다. 아들이 달아 주고, 며느리가 달아 주고, 딸이 달아 주고. 침이 마르는 자식 자랑에 오늘 하루만큼은 골 깊은 주름도, 뼈 속 깊은 시름도 환한 웃음 속에 묻혀 버린 듯하다.

a 더도 덜도 말고 이처럼 환하게 웃고 사신다면...

더도 덜도 말고 이처럼 환하게 웃고 사신다면... ⓒ 김정혜

김포시 홍보대사인 가수 오현숙의 사회로 축제가 시작되었다.

먼저 김포시 노인복지회관의 최고령 회원이신 김정암(98세). 권금엽(88세) 어르신들께 ‘오래오래 만수무강 하시라’의미로 복지관 유경호 관장의 ‘헌수식’이 있었다.

복지예술단 윤소리단장의 구성진 ‘헌주가’ 덕분인지 이 ‘헌수식’은 어울마당을 가득 채운 많은 어르신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내년에도 두 분 어르신들의 건강한 모습을 뵐 수 있기를 많은 어르신들이 또한 바란다고 하셨다.

이어 세종무용학원 원생들의 째즈 댄스로 막을 연 ‘효 문화 축제’는 창작 검무, 복지예술단의 스포츠 댄스, 복지 회관 어르신들의 동화 구연과 하모니카 연주, 주디 유치원 원생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율동과 노래까지 매우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 중, 어르신들의 뜨거운 환호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이어 뜨거운 박수와 환한 웃음.

이외에도 떡 매치기, 가훈 써 주기, 추억의 사진 촬영, 추억의 놀이인 투호, 고리 던지기와 제기차기 등 어르신들의 그 옛날 추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복지관 곳곳에서 펼쳐졌다. 행사 내내 어르신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가실 줄 몰랐다.

저리도 즐거우실까. 저리도 좋으실까. 눈길을 뗄 수 없을 만큼 행복해 보이는 어르신들의 웃음. 골 깊은 주름 사이로 진한 삶의 향기를 풍기며 환하게 피어나는 어르신들의 그 웃음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해본다. 진정한 ‘효’란 과연 무엇일까. 참으로 어려운 그 물음 앞에 어르신들의 행복한 웃음이 내내 가물거리는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 #김포시 노인복지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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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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