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한나라 폭탄, 누가 터뜨릴까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당심은 반반... "상대가 뛰쳐나가게 만들어라"

등록 2007.05.10 09:49수정 2007.05.10 12:22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2월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란히 앉아 각각 다른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월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란히 앉아 각각 다른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나라당은 쪼개질까? 한나라당 스스로, 그리고 모든 언론이 그럴지도 모른다고 내다본다. 전망이 일치하는 게 하나 더 있다. 오는 21일 열리는 전국위원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뤄질 표 대결이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전국위원회가 빨간 신호등 구실을 하는 걸까? 아닐 수도 있다. 기껏해야 노란 신호등에 불과할 수도 있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재섭 중재안'이 나오자마자 박근혜 캠프에서는 '위헌 소지'를 제기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건 표의 등가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타협 불가능한 이·박, "너가 먼저 나가"

원칙을 강조해온 박근혜 전 대표다. 강재섭 대표가 내놓는 경선 룰은 중재안이 아니라 대표 개인의 입장일 뿐이라고 차단막을 친 바도 있다. 그런 그가 위헌 소지가 있는 당헌 개정안을 표결에 부치는 건 비원칙적인 행동이다. 그래서일까? 박근혜 캠프에서 전국위원회 상정 저지 얘기가 나온다.

불리할 게 없다. 박근혜 캠프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다. 중립지대에 있는 홍준표 의원도 '위헌' 주장에 동의한다. 그는 지난해 당 혁신위원장으로 현행 당헌당규를 만든 장본인이다. 중립지대에 있는 인사들이 '위헌' 주장에 동조하면 여론 공세를 이어갈 수 있다.

여론공세만이 아니다. 사법부에 위헌 여부를 묻는 방법도 있다. 물론 그 방향은 '강재섭 중재안' 원천무효다. '강재섭 중재안' 반대가 아니라 원천무효다.


때마침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학원 의원도 '상정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주자가 합의하지 않은 경선 룰은 상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위원회를 기점으로 '도 아니면 모'가 판가름 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진개진' 상황이 지루하게 되풀이될 수 있다. 흐름이 그렇다. 지금은 아슬아슬하게 폭탄을 돌리는 단계다.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주자의 대타협, 대화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상황이 이렇다면 압도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힘으로 눌러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 가능하지 않다.

이명박, 앉아서 당할리는 없지만

a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9일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논란을 빚어온 대선후보 경선 룰에 대해 선거인단 확대 및 투표율 제고, 여론조사 비율의 가중치 산정 등 중재안을 발표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9일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논란을 빚어온 대선후보 경선 룰에 대해 선거인단 확대 및 투표율 제고, 여론조사 비율의 가중치 산정 등 중재안을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당심은 반반이고,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민심은 조금씩 빠지고 있다. 누가 누구를 제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재로선 최악의 경우가 가장 현실적인 경우다. 갈라서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갈라서는가 하는 점이다. 먼저 뛰쳐나가면 타격이 크다. 상대방이 뛰쳐나가도록 하는 게 최선의 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국위원회 소집을 저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에 하나 전국위원회가 소집돼 '강재섭 중재안'이 가결되면 자신은 울면서 겨자를 먹어야 한다. 겨자 먹는 게 싫어서 뛰쳐나가면 배신자가 된다.

이명박 전 시장에 비해 지지폭이 좁은 박근혜 전 대표다. 여기에 배신자 낙인까지 찍히면 뛰쳐나가더라도 승산이 줄어든다. 이명박 전 시장이 폭탄을 터뜨리게 하는 게 상책 중의 상책이다.

전국위원회 소집을 저지한다고 해서 폭탄이 곧 터지는 건 아니다. 아마도 '원 위치'가 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박근혜 전 대표가 밑질 건 없다.

시간을 벌 수 있다. 번 시간만큼 대립과 분열을 계속할 것이고, 그럴수록 골수 지지층 외에 유입 지지층의 동요는 커진다.

계산이 선다. 유입 지지층의 대다수는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이 동요하면 번 시간만큼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빠진다. 박근혜 전 대표에겐 깨소금에 버금가는 묘미를 선사한다.

그래도 상투잡은 쪽은 박근혜

문제는 현실이다. '생각 따로 현실 따로'인 게 세상사 이치다. 이명박 전 시장이 앉아서 당할 리는 만무하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래도 상투를 잡은 쪽은 박근혜 전 대표다. 전국위원회가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동의 요건을 채워야 한다. 과반수 동의는 둘째 문제다. 당장의 문제는 과반수 출석이다.

자칫하다간 성원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 이러면 이명박 전 시장은 치명적인 내상을 입는다.

과반수 출석을 이끌어내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킨다 해도 정치적 부담을 면하기 어렵다. 이명박 전 시장은 일방·독주·횡포의 멍에를 쓰는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가시관을 쓰게 된다. 일방·독주·횡포의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고 탈당 명분은 배가된다. 이명박 전 시장 입장에서도 선택폭은 그리 넓지 않다.

'원 위치'로 돌아가면 한나라당은 새로운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여론조사 반영비율이 문제가 아니다. 경선시기를 새로 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나라당 #경선 #이명박 #박근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3. 3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4. 4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