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꽃 구경하세요

친구와 둘이 꽃 구경하던 날

등록 2007.05.11 09:45수정 2007.05.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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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입구에 핀 금낭화 ⓒ 정현순


며칠 전, "빨리 찍어 빨리, 정말 예쁘다. 난 우리동네에 이렇게 꽃이 많은 줄 진짜 몰랐네"친구가 숨이 넘어간다. 친구가 채근을 해도 난 그냥 걷기만 했다. 친구는 "얼른 찍지 뭐해?" 한다. 난 할 수 없이 카메라를 꺼내어 공원 입구에 있는 철쭉을 찍었다.

조금 걸어가다 보니 작고 앙증스런 금낭화가 거리를 환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는 쪼그리고 앉아서는 "이 꽃 이름이 뭔지 알아?" "알지 금낭화야" "유식하네" "공부 좀 했지" "이 꽃 씨 받아서 나도 심어봐야겠다" 한다. 요즘은 이 꽃이 피었나 하고 뒤돌아서면 또 다른 꽃이 피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친구도 화사하게 핀 꽃들에게 정신을 완전히 빼앗긴 듯하다. "우리 이왕이면 공원에 가서 꽃구경 좀 하고 가자" 한다. "좋지"하곤 공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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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내려다본 풍경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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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 핀 철쭉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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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고 예쁜 철쭉 ⓒ 정현순


공원에 와서도 친구는 주변에 핀 꽃들을 보느라 바쁘다. 난 그의 그런 태도에 "아니 공원에 처음 와 봐?" "아니 처음은 아니지. 그런데 작년에 오고 안 왔나 보다" 한다.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인데 웬일이니 웬일이야. 정말 너무했다." 하기야 난 가끔 산책도 하고 사진을 찍으니 자주 오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도 그 친구처럼 계절 바뀌는 것도 모르고 지났을 것이다. 그는 꽃을 보는 대로 나한테 찍으라고 재촉을 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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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목단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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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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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주홍색튤립 ⓒ 정현순


그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며칠 안 온 사이 목단이 활짝 피었고 어느새 꽃잎이 떨어지는 것도 있었다. 사과꽃도 피고 튤립꽃도 막바지에 이루고 있었다. 우리 둘이는 벤치에 앉아 한동안 말없이 꽃에 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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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철쭉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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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 복숭아꽃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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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과 가족사진 ⓒ 정현순


공원에서 눈이 부시도록 핀 꽃들을 실컷 봤다. 공원입구에 핀 철쭉 사이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딸이 친정어머니와 아기를 찍어 주는 모습인 듯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정겹던지 꽃들과 가족사진을 찍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친구가 얼른 "아기 엄마도 저리 가서 서요. 내가 찍어 줄게" 한다. 그는 무언가 만지작거리더니 자신이 없는지 나를 부른다. "자기가 찍어줘라." 그냥 찍어 주라고 해도 한사코 나보고 찍어 주란다. 친구는 기분이 매우 좋은 것 같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다.

난 그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본다. 꽃은 사람의 마음을 평화스럽고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묘약인가 보다. 그가 "나도 앞으로는 공원에 자주 좀 와야겠다. 자기가 말했듯이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인데. 공기도 좋고 바람 냄새도 너무나 좋다. 얼마나 좋아. 이렇게 예쁜 꽃을 공짜로 마음껏 볼 수 있으니. 그리고 어디 사진 찍으러 갈 때 나도 데리고 가라" 한다. "그래 잘 됐다. 혼자 가기 좀 그럴 때가 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이 무척 가벼워 보였다.
#꽃구경 #금낭화 #철쭉 #봄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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