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약장수들 약 사지 마, 다 가짜야!"

시골 노인 대상 사기 치는 약장수, 제발 단속 좀 해주시라

등록 2007.05.12 11:13수정 2007.05.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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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 혹시나 해서 어제 저녁에 시골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아버지가 전화를 받으신다. 무슨 일 없느냐 묻고는 엄마 좀 바꿔 달라고 했더니, 으~ 우리 엄마 동네 어른들하고 약장수 구경 가셨단다. 지난 주말 일요일에 시골 갔을 때만 해도 약장수 얘기 없었는데, 그 사이 약장수가 왔나 보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그동안 안 가다가 어제가 마지막 날이라고 약장수들이 차를 동네까지 보내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가자고 하는 바람에 동네 어르신 분들과 함께 재미삼아 약장사 구경하러 가셨단다.

혹시 또 뭐 사신 건 아니겠지?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면서 전화해서 "뭐 산 것 없죠?" 했더니, 우리 엄마 "읍어. 사긴 뭘 사~" 근데, 어쩐지 수상한 우리 엄마 말투.

"또 사셨죠?" 했더니, 에휴! 우리 엄마 관절염에 좋다면서 무슨 알약 같은 것을 5만원씩이나 주고 샀단다.

그런 거 다 가짜인데 뭐 하러 샀느냐고 물었더니 우리 엄마 하는 말씀. "냄비도 주고, 라면도 주고, 이것저것 공짜로 받았는디, 그거 하나만 사 달라고 하는디 미안해서 안 살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샀다. 그리고 이거 먹어 본 사람들이 무릎 안 아프다고 하더라"고 하신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씀, "그래도 이거 10만원 짜린디 5만원에 산거여" 하신다. 싸게 샀다는 것을 유달리 강조하는 우리 엄마 때문에 웃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시골로 내려가서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왜 힘없는 노인들 상대로 사기 치냐고. 뭐로 만들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약 드셨다가 잘못되면 책임질 거냐고.

다들 일흔이 넘은 시골 어른들이다. 벌면 얼마나 버신다고 그 걸 사기치나. 그리고 제발 행정기관도 단속 좀 해 달라.


무료 공연과 공짜 선물로 환심산 후 고가의 물건 팔아 넘겨

a 요즘 엄마 무릎이 안 좋다. 시골에 계신 어른들, 대부분 연세 많으셔서 관절염이나 허리통증을 앓고 계신다. 관절염이나 이런 허리통증에 만병통치약이라며 현란한 말솜씨의 약장수에게 시골 어른들, 대부분 고가의 약을 결국 구입하신다.

요즘 엄마 무릎이 안 좋다. 시골에 계신 어른들, 대부분 연세 많으셔서 관절염이나 허리통증을 앓고 계신다. 관절염이나 이런 허리통증에 만병통치약이라며 현란한 말솜씨의 약장수에게 시골 어른들, 대부분 고가의 약을 결국 구입하신다. ⓒ 장희용

시골에서 자랐거나 시골이 고향인 분들은 아마 다들 아실 거다. 사실 시골에는 이렇게 1년에 2-3번 정도 소위 약장사 하는 사람들이 한적한 곳 공터에 천막을 쳐 놓고 시골 노인들 상대로 한 '사기 약장수'가 판을 친다.

내 기억으로도 이렇게 시골에 약장수가 온 지 10년은 족히 더 된 것 같다. 최근 2-3년까지는 약장수 왔다는 소리 못 들었는데 또 시작됐나보다.

이들은 노래 등 유흥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일단 어른들의 환심을 산 후 화장지나 냄비, 플라스틱 그릇 등 자잘한 공짜 선물을 준다. 처음에는 물건 사라고 안 하고 이렇게 계속 재밌는 놀이나 공짜 상품을 주다가 점차 물건을 파는 속셈을 드러낸다.

엄마 말씀대로 괜히 사람 미안하게 만들어 놓고는, 그 미안한 심리를 이용함과 동시에 성분이나 효용 등을 만병통치약으로 과장광고 하는 수법을 동원, 충동구매를 하게 해서 물건을 팔아넘기는 것이다.

그 물건이라는 것이 보면 건강과 관련된 건강보조식품이 대부분이다. 농촌 어른들은 대부분 무릎관절이나 허리 통증 등 대부분 만성질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란한 약장수의 말솜씨에 넘어가기 일쑤다.

또 앞서 말한 것처럼 공짜 물건을 많이 받았으니 이거 하나만 사 달라고 애원(?)하면 마음 약한 시골 어른들 그 자리서 거절하지 못하고 다만 얼마짜리라도 꼭 사신다. 어른들 중에는 수십 만원어치 사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런 사기행각이나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른들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작정하고 사기 치는 사람을 마음 약한 시골 어른들이 무슨 수로 당해내랴?

솔직히 이런 약장수 오면 시골은 금방 떠들썩해진다. 행정기관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이런 일 있으면 단속 좀 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소박하신 시골 어른들 상대로 사기 좀 치지 마라. 어디 사기 칠 때 없어서 일흔 넘으신 노인 분들 주머니를 털려고 하나.
#시골 #약장수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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