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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것은 나만의 희망이었다. 어린이 집에서 내주는 숙제를 돕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 간다. 생각을 키우는 책 친구라는 것이 있다. 책을 읽고 생각나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냥 집에서 해보라는 것으로 알았다. 같이 해보아야지 하면서도 잊고 지나갔던 어느날 그것이 숙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그려온 것을 다른 아이들과 같이 발표하는 것이었다.
어제는 아이를 데리러 간 어머님께 선생님이 우리가 아들의 가방을 열어보지 않는 듯 하다고 말씀하셨단다. 가방 속에는 부모님 심부름 등을 하면 한 장씩 주는 효도 카드가 들어 있었다. 세 장을 받아 오면 선물을 준다고 적혀 있었다. 급기야 오늘 담임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다른 아이들은 선물을 받아갔는데 우리 아들은 우리 엄마는 그런 거 안준다고 말했단다. 블럭 만들기는 잘하는데 그림 그리기는 잘 안된다고 하셨다.
우선 첫 번째 효도 카드를 주기로 했다. 부모님 안마와 뽀뽀 한 번이 적혀 있는 것을 한 장 주었다. 물론 안마와 뽀뽀를 하도록 하고 말이다. 강아지똥을 읽고 같이 그림도 그렸다. 민들레와 강아지똥을 그리고 옆에 소도 그렸다. 구름을 그리라고 했더니 비를 내리는 구름은 검은 구름이라며 검은 색을 칠한다.
부지런을 떨어서 어린이집에서 심어온 봉선화를 화분에 옮겨 심었다. 음료수 통으로 만든 작은 화분에 심어온 씨앗에 열심히 물을 주었다. 싹이 난 것을 보고 아들이 무척이나 좋아한다. 유리창에 갇혀 있는 녀석들에게 바람을 주고 싶다. 세탁소 옷걸이로 창 밖에 걸어 보았다. 강낭콩 인 듯한 녀석도 매달아 놓았다. 지난 번 체험활동에 가져온 고추모종은 딸기 박스에 심어 놓았다. 마침 오늘은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기쁨반 박현수가 심어온 봉선화는 시간이 흐르면 꽃을 피울 것이고 우리 아들 박현수도 그 만큼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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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쁨반 박현수가 심은 봉선화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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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낭콩 매달다.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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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아들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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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자라 꽃을 피워라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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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 모종 ⓒ 박영호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보면서 반성을 한다. 가끔 오줌 싸고 똥 싼 아이들 치닥거리를 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 손수 준비하는 교재도 많다. 아이들의 세세한 것까지 파악하여 늦은 시간에 상담 전화도 하신다. 지금까지 내가 맡아왔던 학생들에게 했던 것은 정말 보잘 것 없는 일들이었다. 상담은 일 년에 한 두 번 의례적이었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의 대부분이 잔소리였다. 말썽 없고 조용한 아이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아이들 학교 생활에 대해 한 두 번씩 전화로 알려준다면 부모님들이 참 좋아할 것이다.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 마음을 알아 간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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