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식 시인의 서재장승현
"예. 괜찮습니다. 지나가다 이 동네가 기억나 들렸습니다. 선생님 잘 계시죠? 지금은 시 많이 쓰시나요. 시집이 나왔을 테데…."
"집에 가서 차나 한잔 하고 가요. 참 이번에 시집도 나왔는데 시집 한 권 가지고 가고요."
"네, 차는 괜찮고요. 시집 한 권 가지고 가고 싶네요."
박운식 선생님 댁에 가서 시집을 한 권 받았다. 박 선생님의 핸드폰 번호와 집 전화번호를 적어 서울에 있는 박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러니까 15년만에 거는 전화였다.
"저 선생님 저 대전에 사는 장세문인데 아시겠어요?"
"아아, 아… 알지. 장세문 잘 알지. 그래 지금 어디여?"
"선생님 댁에 왔어요. 지나가다 이 동네가 기억이 나서 들렸어요."
"응 그래? 그러면 나 지금 서울서 대전가는 차를 탔는데… 기다려. 오늘 우리 집에서 술도 먹고 자구 가. 내 빨리 내려갈게."
술 먹고 자고 가라는 이야기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멘트였다. 그 소리를 듣자 전화기를 통해 뜨거운 정감이 날아오는 듯했다. 예전 같으면 눈 질금 감고 술한잔 얻어먹고 박 선생님과 자고 왔는데 지금의 현실은 그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