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드라마 아카데미> 겉그림.도서출판 펜타그램
"자존심을 사수하면서 작가로 활동할 수 있으려면 책을 읽으세요. 그것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요즘 사람들 너무 너무 책을 안 읽습니다. 적어도 우리 세대의 작가나 우리 선배 작가들은 기본적인 틀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입니다. 선배 작가들은 기초가 튼튼하고 작가 소양이 풍부하셨습니다. 그 역시 책을 많이 읽은 데서 비롯됐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곧 작가로서의 밑천이고 재산입니다." -책 본문 중에서, 드라마작가 김수현
책 <드라마 아카데미>는 드라마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훌륭한 교과서가 되어줄 TV드라마 작법서이다. 1부에는 현재 명실 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마작가인 김수현과 노희경의 '작가의식'에 관한 글이 실려 있고, 2부와 3부에서는 드라마를 쓰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드라마 구성 원리와 작법 등에 관해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아침드라마부터 시작해서 시트콤, 일일드라마, 미니시리즈에다가 요즘에는 케이블 채널에서 수십 년 전에 했던 드라마까지 재방송해주고 있으니 그야말로 '드라마 공화국'이다.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다면, 질 높고 품격 있는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져야겠지만 우리 드라마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연성 없고 우연이 남발되는 '말도 안 되는 드라마'들이 횡행하는데다, 국어책 읽듯 감정 없이 연기하는 아이돌 출신 스타들이 주연 자리를 꿰차고 앉아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 뿐인가. 각종 매체에서는 "드라마 작가의 수입이 한 회당 얼마더라"라며 몇몇 스타작가들의 수입이 모든 드라마작가들의 수입인양 부풀려 보도하곤 한다. 그렇기에 일부 작가 지망생들은 드라마작가가 되기만 하면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호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야말로 망상에 불과하다.
KBS, MBC, SBS에서 매년 열리는 '드라마 대본 공모전'의 경쟁률은 수백 대 일정도로 어마어마한데, 그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해도 정식 드라마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방송이 될법한 대본을 꾸준히 습작해야 한다. 기회를 잡아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해도, 애국가 시청률이 나온다면 또 몇 년간을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다.
이렇듯 드라마작가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며 냉정하다. 그럼에도 간절히 그 길을 가고 싶다면, 노희경 작가의 다음과 같은 충고를 새겨들을 일이다.
"저는 많은 분들이 작가로 데뷔한 후에 길게 명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을 이른바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인생은 선택이란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다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글을 쓴다는 것은 방구석에 처박혀야 하는 일인데 나가서 놀고 싶으면 되지 않겠죠.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 두 가지 이상을 다 갖고 싶어 합니다." -책 본문 중에서, 드라마작가 노희경
방구석에 '박혀' 외로움, 불안함과 친구하며 글을 쓸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이 책의 2부와 3부로 넘어가자. 2부에서는 드라마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좋은 드라마란 우선 재미있어야하고, 우리가 주제라고 말하는 작품의 의미가 감동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필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주제를 선택해야 하며, 주제가 부실하면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어도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3부에서는 소재 잡는 법, 매력적인 인물 설정하는 법, 시놉시스와 대본 쓰는 방법에 관해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무턱대고 처음부터 씬을 쓸 것이 아니라, 씬 디스크립션을 만들어서 매 씬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간단하게라도 메모하고 나서 대본을 쓰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이 책을 드라마에 관한 만능 비법서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정독하고 나면 드라마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관해 희미하게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드라마작가가 되려면 엄청난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글 서두에 인용했던 김수현 작가의 말처럼 좋은 책 많이 읽으면서, 노희경 작가의 '헝그리 정신'으로 써나간다면 당신 역시 그들처럼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드라마 아카데미 - 우리시대 최고 작가들의 TV 드라마 작법 강의
김수현.노희경.이금주.박찬성 지음,
펜타그램,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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