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교수.뉴스앤조이 신철민
토론자로 나선 신학자들의 지적에 대해 도올은 우선 자신이 구약의 이해가 모자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도올은 "헬라어 원전을 보면서 요한복음을 강의했지만 히브리어를 모르기에 구약을 깊게 논의할 수 없었다. 원전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구약을 논의하는 것은 학자적인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히브리어를 가르쳐주시면 공부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도올은 "교리의 세계에 깊이를 갖추지 못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도 말해, 학자로서 겸양을 잃지 않았다.
또 구약의 하나님이나 율법의 의미를 평가 절하했다는 비판에 대해, 도올은 요한복음이 말하는 바를 강조하기 위해서 대비되는 구약을 인용했던 것이며, 이것은 자신의 의도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방편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니 단어나 문장에 얽매여 저자의 의도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말이다.
"내 논리가 유치하다고? 기독교에 애정 갖고 치밀하게 분석했다"
그러나 김광식 교수의 '싹둑복음' 발언에 대해서는 "어머니에게 신앙을 물려받았고 한국 기독교가 잘되기를 바라는데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며, "유치하게 비판하지 말고 원로답게 말하라"고 맞섰다. 해체의 방법을 썼다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학문 방법론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대꾸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아마추어라는 비난에 대해서도, 도올은 "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전학자"라며 "남이 따라올 수 없는 학문적 엄밀성을 지녔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고전학적 분석만으로 책을 쓸 수는 없기에 드라마적 요소를 삽입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취화선>의 대본을 쓴 바 있는 도올은 드라마를 엮어가는 자신의 은사를 성서 풀이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기독교 내부에서 도올의 주장을 영지주의, 마르시온주의, 아리우스의 입장에 경도되었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신약성서가 기록되던 시대를 논하면서 안 다룰 수 없어서 언급했을 뿐, 오늘날에는 그러한 논쟁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도올은 "권력을 잡은 이들에 의해 아리우스나 마르시온 등에 대한 자료가 왜곡되었기에 그것을 지적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해방적인 기독교가 윽박지르는 기독교 변질"
패권적인 기독교에 억눌린 또 다른 기독교를 복원하려는 도올의 노력은 한국교회의 역사를 보는 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도올은 "대한민국의 기독교는 선교사에 의해 수동적으로 유입된 게 아니라 시대적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이들이 주체적으로 수용했다"고 말했다. 조선 시대 율법과도 같았던 유교가 지배하던 신분제 세상에서 기독교는 평등한 세상을 맞보게 해주었다. 그러나 사람을 율법에서 해방시킨 기독교 정신이 시간이 흐르면서 퇴색되었다고 도올은 한탄했다. 급기야는 이해를 추구하지 않고 믿으라고 윽박지르는 식의 기독교가 20세기 대한민국을 지배했다는 것이다.
도올은 이러한 기독교는 21세기에 더 유지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억압적인 상황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과거의 방식으로는 목회가 안 된다는 것이다. 도올은 자신이 두 권의 책을 쓴 이유도 한국교회가 20세기적 기독교를 뛰어넘어 21세기에 걸맞게 이해를 겸비한 종교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교회사에서 기독교를 주체적으로 수용했던 이들이 가장 좋아한 성서가 바로 요한복음이다. 도올은 요한복음에는 해석과 추상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학자들에게도 도전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요한복음이 말하는 하나님은 진리다. 인격체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거다. 또한 인간이 진리를 깨달을 가능성을 100% 긍정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예수와 다른 인간은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이런 래디칼한 측면까지 들어가서 요한복음을 해석하지 않으면 진정한 신학자가 아니다. 이러한 이론을 수용하더라도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고 겸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도올은 이렇게 주장하면 이단으로 몰리는 한국교회의 풍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신학자들이 침묵하고 자신과 같은 이들이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올은 자신이 개인 자격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상대편에서도 개인으로 나서서 치밀한 논리로 대응해야 하는데, 한국교회는 교회나 단체의 권위를 빌려 윽박지른다고 주장했다. 도올은 신학자들이 교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로운 신학을 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도올 김용옥 교수가 발표한 '<기독교성서의 이해>, <요한복음 강해> 이서와 관련된 신학토론회의 발제' 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