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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의장이 15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 창립총회에 참석, 나란히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눈을 돌리자. 한나라당은 내분 사태를 봉합했다. 그럼 범여권은? 목불인견이다. 통합을 외치면서도 곳곳에서 실밥 터지는 소리를 내고 있다.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빠지라고 하고, 친노 인사들은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에게 물러서라고 한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노무현 정부 국정실패 책임자'는 안 된다고 한다.
통합하겠다는 사람들이 배제를 운위한다. 입으로는 당기고 발로는 차버린다. 질서를 찾아보기 힘든 난타전이다.
친노와 비노의 대립구도는 새삼스런 현상이 아니다. 굳이 다시 짚을 필요가 없다. 새 현상이 있다. 김근태·정동영 요인이 부상하고 있다.
먼저 상투잡고 덤비는 왕따
청와대가 치고, 두 사람이 되받고, 다시 박상천 대표가 뒷덜미를 잡으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게 두 사람의 거취다.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두 사람의 거취가 범여권 통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걸까?
두 측면에서 살필 수 있다. 하나는 명분이다.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은 참여정부의 대주주였으면서도 지금에 와선 참여정부 총수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친노 세력으로선 두 사람의 '반란'을 제압해야 비노의 '발호'를 제어할 수 있다. 민주당 중심의 비노 세력에겐 이 두 사람과 거리를 둬야 비노의 선명성이 강화된다.
이렇게 보면 두 사람의 처지는 뚜렷하다. 왕따 분위기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두 사람이 상투를 잡고 있는 형국이다. 세력 때문이다.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이 확보한 세력은 크다. 두 사람은 이 세력을 기반으로 버틴다. 버틸 뿐 아니라 자기 주도의 통합을 꾀한다.
이런 상황에선 범여권 통합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없다. 감질나는 탐색전과 지루한 공방이 거듭될 뿐이다.
상황 변화 요인이 뭘까? 외부의 대선주자가 혜성같이 떠올라 바람을 일으키면 두 사람의 세력을 제압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건·정운찬 두 사람이 이미 낙마한 상태에서 제3의 외부인사는 부상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공격은 멍석만 깔아주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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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만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이 대통합을 결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현재로선 청와대의 입이 관전 포인트다. 날선 공격을 퍼붓다가 잠시 입을 봉하고 있는 청와대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다시 입을 열지, 또 그에 발맞춰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어떻게 공세를 취할 것인지에 따라 두 사람의 입지가 조정될 것이다.
물론 조정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예단할 수 없다. 청와대와 참여정부 평가포럼의 융단폭격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건재하다.
아니, 건재할 뿐만 아니라 계기를 잡았다. 책임론에 발목 잡히고,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통합 전권 위임시한에 가로막혀 정치적 운신을 제대로 못하던 차에 청와대의 융단폭격이 개시되자 자위권 발동 명목 아래 정치 전면에 나섰다.
이런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 자위권을 발동하다 보면 책임론이 탈색되고 그에 비례해 자강력이 커질 수 있다. 청와대로선 멍석만 깔아주는 결과다.
그런 것일까? 청와대가 어느 순간 입을 닫은 이유를 이 맥락에서 살필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또한 예단할 수 없다.
청와대의 공격에 정동영 전 의장은 '비화 공개'로 맞불을 놨다. 지난달 27일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오간 얘기를 공개했다. '특정인사 밀어주기' 의혹을 제기했고, 그 덕에 대통령의 정치개입 부당성을 부각시켰다.
문은 정동영 전 의장이 먼저 열었다. 견해가 아니라 비화로, 주장이 아니라 사실로 싸우는 이전투구 국면을 정동영 전 의장이 먼저 연 마당에 청와대가 그 문을 통과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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