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만에 철마는 달린다

17일 오전 경의선·동해선 남북 열차시험운행

등록 2007.05.16 18:31수정 2007.05.1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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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문산역에서 개성역까지 남측 열차를 운전하는 신장철 기관사
17일 문산역에서 개성역까지 남측 열차를 운전하는 신장철 기관사철도공사

56년만에 철마가 달리게 된다.

17일 오전 남북은 문산역과 금강산역에서는 각각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행사를 열고 경의선과 동해선 철로를 연결한다. 동해선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경의선은 1951년 6월12일이 완전 끊겼다. 꿈속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민족의 혈맥을 잇는 작업이 드디어 이뤄지는 것이다.

이날 오전 11시30분 문산역에서는 남측 신장철(55) 기관사가 모는 열차가 북측 개성역을 향해 출발한다. 같은 시각 금강산역에서는 북측 기관사가 모는 열차가 남측의 강원도 고성 제진역을 향해 출발한다. 신 기관사의 부친 신현우(1997년 작고)씨 고향은 황해도 평산군 적암면이다. 신 기관사 역시 실향민인 셈이다.

남측 인사 100명과 북측 인사 50명을 태운 경의선 열차는 문산역을 떠나 도라산역에서 세관·통행검사를 받으며, 이어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뒤 북측 판문역을 통과해 오후 1시에 개성역에 도착한다.

역시 남북 대표단 150명을 태운 동해선 열차는 금강산역을 떠나 감호역에서 세관·통행검사를 받고 낮 12시30분에 제진역에 들어온다. 양측 열차는 오후 3시30분 다시 MDL을 넘어 자기 측 지역으로 돌아간다.

운행구간은 경의선이 편도 27.3km, 동해선이 25.5km다. 디젤 기관차 1량과 객차 4량, 발전차 1량으로 구성된 남측 열차의 경우 최고 시속은 105km다. 그러나 시험 운행 당일은 안전을 위해 평균 40km 이하(남북관리구역 안에서는 20~30km)를 유지할 예정이다.

열차 출발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45분부터 문산역에서는 열차 시험 운행 공식 행사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남측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원웅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위원장, 백낙청 6·15 공동위 상임대표 등 100명, 북측에서는 권호웅 내각 참사(장관급 회담 북측 단장), 김철 철도성 부상, 박경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 등 50명이 참석한다.

또 일반 시민 400여명도 초청된다. 행사는 내빈소개, 경과보고, 이재정 장관의 기념사 및 북측 권호웅 내각 참사의 축사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같은 시각 금강산 역에서도 북측 김용삼 철도상 등 50명과 남측 이용섭 건교부 장관 등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행사가 열린다.

오전 11시 4분께 경의선을 잇는 열차가 문산역에 등장한다. 이어 신장철 기관사의 승무신고, 남북 대표단의 기념촬영 뒤 11시30분 열차는 북녂 땅을 향해 힘찬 출발의 기적 소리를 울린다.

이미 15년전 합의 했건 만…

이번 열차시험운행은 '천신만고' 끝에 이뤄졌다. 철도 시험운행까기 오기위해 그동안 남북은 장관급 회담을 포함 모두 61번의 회담(회담 총 일수 196일)을 했다.

남북 철도 연결 구상이 나온 것은 이미 15년이 넘었다. 지난 1992년 2월 맺어진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제 19조에는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남북 철도 연결 추진은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0년 7월31일 제1차 장관급회담 때 남북은 경의선 철도연결에 합의했고, 이어 같은해 9월1일 2차 장관급회담 때 경의선 도로연결에 의견을 같이했다. 2002년 4월5일 당시 임동원 대통령 특사가 방북해 동해선의 철도·도로 연결에 합의했다.

2002년 12월31일 경의선 남측구간 연결공사가 완료됐고 2005년 12월31일에는 동해선 남측 구간 연결공사가 끝났다. 북측 구간 공사완료를 위한 자재 등은 남측에서 댔다. 철도 연결을 위한 비용은 남측 구간에 3645억원이, 북측 구간에는 대북 자재·장비 차관 1523억원과 관련 부대비용을 포함해 1809억원이 각각 들어가, 모두 5454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지난 2004년부터 북측은 원칙적으로 시험운행에 합의해놓고 차일피일 이행을 미뤘다.

철로가 한번 연결되면 개방의 흐름이 물밀듯 몰려들어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열차가 군사분계선을 통과할 때 필수적인 군사보장을 이용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거론하는 카드로 이용하려는 뜻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 5월12일 12차 철도·도로 실무접촉 때는 5월25일로 열차시험운행 날짜를 확정했으나 하루 전날 북측이 군사보장 미비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더구나 지난해 7월 북측의 미사일 시험발사, 10월의 핵 실험 등으로 열차시험운행은 영녕 불발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올 2·13 합의 뒤 남북관계가 풀리면서 지난 4월 13차 경추위에서 5월17일 시험 운행 날짜를 확정했고, 지난 11일 5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적 보장에 합의했다.

아직 시험에 불과하지만...

이번 열차 시험운행은 말 그대로 '시험'일 뿐이다.

일단 북측은 이번 시험행사에 소극적이다. 북측의 참가인원은 50명이다. 남측이 100명이니까 이전의 관례대로 보면 같이 숫자를 맞춰야 했는데 북측은 '철도와 관련된 인원만 탑승시키겠다'며 절반 수준으로 했다. 또 북측 인원에 대한 남측 기자들의 취재도 거부했다.

남측이 시험 운행에 대해 정치적인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데 비해 북측은 단순한 물리적 연결로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셈이다. 북측은 남측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17일 하루에 한에서 군사 보장을 고집했다. 앞으로 상시적인 군사보장과 도로연결까지 완료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군사적 보장과는 별개로 노후화된 북한 철도를 개보수하는데도 수십억 달러의 돈이 들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단 '시험'이라 할지라도 한번 뚫리게 되면 길은 결국 뚫리게 되는 속성이 있다.

더구나 지난해 7월 김용삼 북한 철도상과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은 경의선(서울-개성-황해도 평산)-청년이천선(평산-강원도 세포)-경원선(원산-함흥-청진)을 통해 TKR(한반도 종단철도)과 TSR(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이 노선은 앞으로 남북한, 남북러 3자간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TKR과 TSR 연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꿈으로만 생각했던 '철의 실크로드'가 의외로 빠른 시간에 열릴 가능성을 예고한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16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도산아카데미 조찬 강연에서 "17일 시험운행은 남북철도 정상 운영을 위한 기술적 토대가 마련됐다는데 의미가 있으며 향후 남북 철도 정식 개통과 더불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북측의 의지만 있으면 올해 하반기 남북철도 개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통 초기에는 경의선은 개성공단 소요 자재, 생산물자를 수송하고 동해선은 금강산 관광객 수송에 이용할 계획"이라며 "북한 전체와 대륙횡단 철도를 이용하려면 북한의 철도 실태 조사와 현대화 사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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