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프로그램 과연 진짜 리얼리티인가?

방송국 시청률 효자 프로그램, 끊임없는 논란

등록 2007.05.16 18:52수정 2007.05.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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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프로그램의 핵심은 ‘리얼리티’다. <무한도전> <무릎팍 도사> <아찔한 소개팅> <독고영재의 스캔들>까지. 인기 예능프로그램은 죄다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나섰다. 방송사에게는 톡톡히 효자노릇을 하고 있지만 적잖은 문제점도 있다. 그것은 더욱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자 무분별하게 작위적인 연출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아찔한 곡예를 탐구해 보자.

사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공영방송사보다 케이블 방송사의 주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방송사에서 즐기는 아이템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질적으로 프로그램이 성장했는지는 의문이다.

스타등용문, 그 실체는 거대 소속사 지배

그 중에서 스타등용문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이용되었다. M.net에서 가수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 그러했다. MBC에서 과거 <악동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다. SBS에서 방영한 <세기의 대결>도 같은 맥락에서 출반한다. 즉,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대체로 연예인 지망생 배출구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그러한 스타 등용문 프로그램이 얼마나 실력 있는 연예인들을 배출하는 것일까, 얼마나 리얼리티를 담아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가령 <세기의 대결>은 강타와 문희준이 진행한 연예인 발굴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강타와 문희준이 속한 소속사 지망생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른바 ‘끼워 팔기’를 했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M.net에서 진행한 < I am a model> 시즌 1도 마찬가지다. 온갖 고생과 노력을 다해 3천 명 중 두 명이 선발되었다. 하지만 뒤늦게 합류한 박희현이란 인물이 최종 선발되었다. 결과적으로 리얼리티를 몸소 보여준 두 명의 모델은 어떤 이유였는지 그동안 들러리 역할을 한 듯 보인다. 이 프로그램 또한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대체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연예인 배출구 역할을 하며, 그들의 훈련과정과 그 속에 그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나와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는다. 하지만 대부분 프로그램들은 그러한 방향으로 진정한 리얼리티를 보여주지 않고 거대한 소속사 지망생 띄워 주기 혹은 철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시선을 끌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과연 진정한 스타로 예술인으로 거듭날지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선정성과 자극적인 말초신경을 위한 리얼리티

여기에 최근 들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영역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아찔한 소개팅>이라는 짝짓기 프로그램부터 토크쇼, 버라이어티 쇼, 시사 고발 프로그램까지. 그 영역은 날로 확장되고 있으며, 날로 인기를 더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프로그램들이 질적으로 좋은 방송이냐는 물음에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그것을 유지하려하다 보니 더욱더 자극적이고 선정성이 더해져 작품 자체만으로 놓고 볼 때 논란이 계속 될 수밖에 없는 것.

<무한도전>의 경우 제7의 멤버로 자막이 손꼽히고 있다. 기발한 자막 처리로 시선을 끌며 인기 상승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문제는 자극적인 자막을 삽입하거나, 맞춤법과는 동떨어지는 자막처리로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자막은 아무것도 아니다.

최근 인기를 끌며 인터넷을 장악한 <무릎팍 도사>는 솔직한 토크쇼 형식을 취해 연예인들의 사건과 사생활 등을 솔직하게 언급하면서 전국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 거듭 출연시키며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더불어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 문제일 수도 있는 것들을 꼬집어 물어본다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이승환의 이혼 문제 등이 그러하다. 지극히 사생활에 해당하는 문제를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침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은, 마치 그러한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입방에 오르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무릎팍 도사>도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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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영재 스캔들은 재연프로그램이지만 실제처럼 구성해 문제가 되고 있다. ⓒ tvn

케이블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아찔한 소개팅>과 <독고영재의 스캔들>은 그 수위를 넘어섰다. 특히 시즌 3 방영을 앞둔 <아찔한 소개팅>은 절묘한 편집으로 서로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작위적으로 편집해 자극적인 전개를 하고 있으며, 소개팅 킹카, 혹은 퀸카의 선택을 돈 100만원과 맞바꿀 수 있다는 구성 자체만으로도 선정성을 더한다.

거기에 외모지상주의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심지어 에로배우 출신을 출연시켜 일부러 그녀의 직업이 에로배우라는 사실을 그려낸 바 있다. 그녀의 직업을 뭐라 나무랄 순 없지만 사회적인 잣대를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감춰줄 수도 있는 문제를 대놓고 드러내는 것은 시선 끌기를 위한 일밖에는 안 된다.

<독고영재 스캔들>도 마찬가지다. 실제 영상인 것처럼 극을 구성해 놓고 재연 화면이라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아 첫 방송부터 문제가 되었다. 그 이후로도 줄곧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만을 골라 사건을 재연으로 구성해 담아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케이블 시청률 사상 최초 4%를 경신하며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을 보여줘 지금의 수위가 시청자들에게 별다른 반응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앞으로 얼마다 더 자극적이고 선정성을 더하려고 하는지 우려가 될 뿐이다.

창의력 산물이 아닌 베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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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소개팅>은 아찔한 방송으로 유명하다. ⓒ M.net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이 어찌되었든 참신한 기획으로 새롭게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만은 인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아닌 단지 베끼기 혹은 차용을 한 것뿐 창의력을 발휘한 산물이 아니라는 사실!

이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찔한 소개팅>(M.net)은 미국 프로그램인 <넥스트- 마음에 들 때까지>와 진행방식이 비슷해 표절 시비가 불거졌고, <독고영재의 스캔들>(tvn)역시 미국 프로그램인 <현장고발 치터스>와 매우 흡사해 아예 대놓고 표절했다는 소리를 들은 바 있다.

물론 <스캔들>은 차용했다고 제작 단계부터 이야기했지만 제대로 된 참신한 기획 없이 차용한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일까 생각한다. 또한 스타 등용문 프로그램은 <아메리칸 아이돌>을 따라했다는 소리를 일찌감치 들어왔고, < I am a model>은 미국 슈퍼모델 타이라 뱅크스가 진행한 <도전 슈퍼모델>과 다를 게 없다.

이처럼 표절과 무분별한 차용은 결국 한국 고유의 색깔이 담긴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베끼기에 급급한 제작진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할 때이다. 분명 창작은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그것이 실패한다 해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교과서적인 진리를 다시 한 번 배워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리얼리티프로그램 #아찔한 소개팅 #독고영재의 스캔들 #무한도전 #무릎팍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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