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난 멸종위기식물

대부도에 이어 화성시에서 최대군락지 발견

등록 2007.05.17 08:36수정 2007.05.1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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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M지역에서 발견된 대규모 매화마름 군락지 전경 ⓒ 시화호환경연구소 김호준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생물종을 일컬어 '생물의 다양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생물의 다양성은 석탄이나 석유 등의 무생물 자원과 같이 지역에 따라 그 분포가 다르다.

종의 다양성은 극지방에서 적도 지방으로 갈수록 커지고, 포유동물이나 해양 생물도 열대 지역이 가장 많다. 현재 지구에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되는 생물은 1000만~1200만 종이나 되지만, 아직까지 상세한 연구가 부족하여 이 중 약 17% 정도만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4월에 발표된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앞로 30여년 뒤에는 양서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생물종 가운데 20~30% 가량이 멸종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멸종위기에 놓이는 생물종은 갈수록 늘어나 세기말이면 전지구적 범위에서 대규모 생물종 멸종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추정하였다.

우리나라도 갈수록 많은 생물들이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되고 있는 생물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환경부에서는 현재의 위협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아니할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생물을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로 지정하여 생물종 보존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고, 자연은 후손에게 물려줄 귀중한 자산 가치로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보존운동과 환경복원이라는 용어가 그리 낯설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매화마름이라는 식물은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잘 나타내어주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농업이 활발하게 장려되던 시대에는 서해안의 대부분의 무논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식물이었지만, 도시화와 최근의 FTA 체결 등으로 인하여 쇠락의 위기에 몰린 농업과 함께 매화마름도 사라져가는 생물종 대열에 서게 되었다.

내가 속한 시화호환경연구소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려진 서해안과 도서지역의 군락지와 비교할 때, 화성시 일대에서 발견된 군락지만큼 보존방안수립이 쉽고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태안의 경우 군락지가 소규모로서 매립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불과 10수년 전에 대규모 군락지가 있었던 영흥도와 서해안 몇몇 도서지역에서는 도로공사와 농지전용 등으로 아예 서식지 자체를 찾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시민 문화유산 1호로 지정된 강화도 초지리의 군락지는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시민 참여형 보존운동을 전개한 공로는 인정할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군락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지역으로 평가되었다.

나는 1998년 경기도의 영흥도와 선재도, 대부도에서 매화마름을 채집한 바 있으며, 최근 '매화마름의 생육지 및 생태적 특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대부도와 화성시의 군락지가 외부에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도·영종도·장고도·태안 등의 서해안의 해안 또는 도서지역에서 서식지가 확인되고 있으며, 내륙으로는 부안, 예산 에서도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지역은 대부분 소규모의 농지와 수로에서 발견되는 것이 대부분이나, 대부도와 화성의 경우 군락지의 면적이 각각 약 4만여평과 약 35만평으로서 규모 면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이다.

특히 화성의 경우 단일 집단이 최소 5만평에서 최대 15만평이상의 대군락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군락지를 유지하게 된 이유는 농민들에게 있다. 즉, 벼농사에 필요한 물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농민들의 지혜가 자칫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식물을 살리는 데 필요한 여건을 제공한 것이다.

매화마름이 발견된 지역은 주변에 높은 산이 없고 해마다 농번기만 되면 물 부족으로 시달려 왔으나, 가을 추수 이후부터 논에 물을 저장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늦가을부터 농사가 시작되는 5월초까지 항상 40~50cm의 수위가 확보되고 논농사가 시작되면 물을 빼냄으로서 땅이 노출된다.

매화마름은 이러한 환경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농민들은 알지 못했었겠지만, 매화마름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 좋은 혜택을 받는 지역이 없을 것이다. 보존을 위한 보존이 아닌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이고 사람과 자연의 공존함으로서 저절로 보존 할 수 있는 사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수 환경 조사결과에 따르면 화성시에 분포하는 2개의 대규모 군락지의 경우 염분농도(실용염분, PSU)가 S지역의 집단은 평균 583.6㎲/cm이고, M지역에서는 평균 737.66㎲/cm로서 S지역에서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강화도는 1,500㎲/cm로서 화성시 군락지보다 매우 높다. 2004년도 농업기반공사의 벼생육에 미치는 수질의 영향에 관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염분도 1500㎲/cm이상에서는 벼의 수확량이 감소하고, 벼 생육에 있어 최대 허용농도는 1000㎲/cm로 나타났다.

따라서 화성시의 대규모 군락지는 염분허용 농도가 벼의 생육 지장이 거의 없는 범위에 있기 때문에, 염분농도가 낮은 내륙보다는 해안지역을 선호하는 매화마름의 군락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이제는 매화마름도 자신들을 보호해 준 농민들에게 보답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세상에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이 지역에서 만큼은 당당히 세상에 나와 더불어 사는 지혜를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이 곳만큼 보존하기 쉬운 곳이 없고,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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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위해 논갈이를 하고 있으며, 매화마름은 영농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 시화호환경연구소 김호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화호 #매화마름 #화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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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분류 및 생태학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공기업 연구소에서 환경생태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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