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주식의 맛, 그러나 정신차려라"

[해외리포트-르포 ③] 주식투자 광풍, 중국 대륙을 달군다

등록 2007.05.21 16:01수정 2007.05.2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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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중국인들이 주식투자 광풍에 휩싸여 있다. 작년 한해 130%가 상승한 상하이 A주 지수는 올해 들어서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초 2680P에서 5개월만에 4000P를 돌파했다. 주식투자를 위해 신규계좌를 열려는 중국인들이 날마다 30만명 이상 몰리고 있다. 뜨거운 일반인들의 주식투자 열기와 달리 전문가들은 거품 붕괴 가능성을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중국 대륙을 달구고 있는 주식투자 광풍 현장을 충칭, 우한, 창샤, 시안, 정저우 등 내륙 도시에서의 르포를 통해 3차례로 나누어 보도한다. <편집자주>
a <font color=a77a2>"한시도 딴눈 팔 새 없다" 중국 모든 증권사 영업소에는 목좋은 시황 단말기를 차지하기 위한 '구민'들간의 자리다툼으로 날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한시도 딴눈 팔 새 없다" 중국 모든 증권사 영업소에는 목좋은 시황 단말기를 차지하기 위한 '구민'들간의 자리다툼으로 날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 모종혁

상하이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김태환(가명·36)씨는 요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올해로 중국 거주 13년째인 그는 안정을 찾은 사업과 더불어 큰 수익을 내고 있는 중국 주식 투자 덕택에 귀가길이 행복하다.

김씨는 "작년 6월 중국인 아내가 산 상하이 A주 주식 4만 위안(한화 약 480만원) 어치가 3배 가까이 수익을 냈고 올 1월초 직접 매입한 상하이 B주 주식도 10만 위안(약 1200만원)이 지난 달 말부터 급등하면서 2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중국 주식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실제로 투자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펀드 투자가 아직은 다수이지만 직접 투자를 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념을 초월해 남북 모두 중국 증시로 '통일'

a <font color=a77a2>"연일 신고가 갱신!" 상하이 B지수는 4월 말부터 한 달도 되지 않아 50% 이상 급상승했다.

"연일 신고가 갱신!" 상하이 B지수는 4월 말부터 한 달도 되지 않아 50% 이상 급상승했다. ⓒ 출처: 시나닷컴

a 선전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1만2000선을 돌파했다.

선전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1만2000선을 돌파했다. ⓒ 출처: 시나닷컴

지난 4월 18일 <연합뉴스>는 재중 한국인들 사이에 불고 있는 '바이차이나' 열풍을 소개했다. 연합뉴스는 "랴오닝성 선양시 코리아타운인 시타의 한 은행 지점은 같은 달 10일 하루에만 868만 위안(약 10억4000원)에 달하는 펀드를 판매해 선양시 46개 지점 가운데 3위의 판매실적을 올렸다"면서 "놀라운 영업실적의 이면에 한국인들의 중국 증시 펀드 구매 열풍이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북한에서 파견된 일부 무역회사의 주재원들까지 가세하여 여유자금을 중국 펀드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며 "북한 사람들도 연 2% 안팎의 은행 이자보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중국 증시 펀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중국 주식시장에 중국에 거주하는 남북한 사람들도 몸이 달았다. 지난 17일 중국 선전지수는 2.81%P 상승한 12011.08로 마감하여 사상 처음으로 1만2000선을 돌파했다.


외국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상하이 B주 지수의 상승률은 더욱 눈부시다. 상하이 B지수는 같은 날 무려 8.04%P나 오른 357.14로 장을 끝냈다. 4월 30일 230선을 넘어선 이래 한 달도 되지 않아 50% 이상 급상승한 것이다.

5월 들어 B주 시장이 연일 급등하는 데에는 지난 1분기 A주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은데다 A주 시장과 B주 시장 통합될 거라는 기대 심리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주식시장의 과열 양상을 염려하면서도 몇 차례의 조정 속에 연일 상승하는 증시의 과도기적인 시장구조를 통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바이차이나'

B주 시장은 시가총액과 거래량에서 A주 시장의 5%에 불과하지만 향후 시장 통합 이후 개별 종목의 주가가 엄청나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위안화 절상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핫머니가 끊임없이 B주 시장에 유입되면서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조용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15일 주가 폭락 속에서도 B주 주식계좌의 신규개설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면서 "A주의 신규계좌 개설수는 30만개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B주는 5만6600개로 4월 이전의 하루 개설수 1000여개에 비하면 천문학적인 증가세"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들의 발걸음도 늘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5월 14일 기준 중국 펀드의 수탁액은 4조8000억원으로 전체 해외투자펀드 비중의 16.33%에 달한다.

외환은행·한국씨티은행 등이 A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PCA차이나드래곤A셰어주식형펀드'도 엄청난 수요자가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외환은행은 당초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배정받아 지난 7일 판매를 시작했는데, 11일 오전 배정분을 모두 팔아치우고 고객의 요구가 빗발치자 추가로 44억원을 판매했다.

한국에서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해 중국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시대도 열렸다.

굿모닝신한증권은 18일부터 선인완궈증권과 제휴하여 중국증시 전용 HTS인 '굿아이 차이나'를 출시했고, 키움증권도 사우스차이나증권과 업무 제휴를 체결하여 6월부터 중국증시에 대한 직접투자 하는 HTS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중국인들은 홍콩 증시에 손을 뻗치고

a "A주 신규계좌 개설수는 줄어들었으나…." 외국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상하이 B주의 신규계좌 개설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주 신규계좌 개설수는 줄어들었으나…." 외국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상하이 B주의 신규계좌 개설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상하이 증시 일평균 거래금액 (단위: 위안)

2005년

2006년

2007.1

2007.2

2007.3

2007.4

79억

240억

860억

776억

958억

1455억

ⓒ 재정경제부
자국 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어들인 중국인들이 이제 홍콩 증시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지난 17일 <중국증권보>는 "홍콩 증시의 증권계좌 개설수가 수직상승하고 있다"면서 "5월 들어 개설된 신규계좌의 40% 이상은 중국인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인은 홍콩 H시장에 직접투자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신문은 한 홍콩내 증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투자자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한 입으로 H주를 사달라고 아우성친다"면서 "H주는 A주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이 적지않아 소리소문 없이 상승랠리를 질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증시의 과열 현상을 우려하는 중국정부도 해외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 은행관리감독위원회는 지난 11일 중국 상업은행들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해외투자적격 기관투자자'(QDII)의 제한 완화를 발표했다.

비록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해외주식에 투자할 수 없고 5% 이상은 한 종목에만 투자 못하도록 제한했지만, 중국인들은 은행에서 판매될 상품을 통해 해외증시 펀드에 투자할 기회를 갖게 됐다.

한편에선 빈부격차에 주식증후군도

이에 중국 내에서는 주식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칭시 시난증권 위베이루 영업소에서 만난 양리(48)도 자신은 수익을 내고 있다면서도 "주변에 쪽박을 찬 이들도 적지 않다"도 말했다. 그는 "상장회사들이 무분별하게 실적 발표하거나 세력에 의한 주가조작도 난무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루머에 의해 투자를 하기에 큰 수익을 낸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후난성 창사시 타이양증권 황씽중루영업소에서 만난 한 중년여성도 "아무런 준비없이 너도나도 증시에 뛰어드는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를 시작한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나나 주변 사람들이나 은행에 놔두는 것보다는 많이 벌지만 평균 10% 안팎의 수익을 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 투자를 할 목돈을 가지지 못하거나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상대적 허탈감도 클 것"이라며 "주식 때문에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 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 온 정신을 쏟는 '지우산주'도 늘고 있다. 아침 9시 증시 개장에 맞추어 일찍 객장에 '출근'하여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한 뒤, 먹고 자면서 시황 변동에 신경을 집중하는 '구민(주식투자자)'들의 무질서와 쓰레기 방치로 각 증권사 영업소들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들은 오후 3시 폐장 되면 마음이 황망해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주식증후군'을 앓고 있다.

파죽지세의 상승지속인가, 버블붕괴의 도래인가

a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들은 객장에서 자기가 차지한 단말기를 결코 남에게 내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객장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들은 객장에서 자기가 차지한 단말기를 결코 남에게 내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객장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 모종혁

중국경제 2007년 1분기 주요경제 지표

성장률(%)

무역수지

(억달러)

FDI

(억달러)

M2증가율

(%)

CPI상승률

(%)

투자증가율(%)

소비증가율(%)

2007.1

11.1

158.8

51.8

15.9

2.2

-

-

2007.2

238.0

45.3

17.8

2.7

23.4

14.7

2007.3

68.7

61.9

17.3

3.3

23.7

15.3

ⓒ 재정경제부
중국 '구민'들의 묻지마 투자와 고삐 풀린 중국 증시의 상승세에 국내외에서 우려 섞인 경고도 늘어나고 있다.

장화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중국 주식시장이 버블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자국통화 강세,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 외환보유고 급증, 높은 실질성장률과 낮은 금리, 넘치는 유동성,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이벤트 그리고 투자자들의 광기 등 버블 형성의 요소를 교집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국가가 현재의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과거 한국 증시의 궤적을 유추해 보면 상하이 A주 지수는 5000을 넘어 6000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잔치의 즐거움보다는 잔치 후의 뒤처리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김태주 재정경제부 주상하이 재경관이 한국에 보낸 보고서에도 "향후 중국정부가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1~2개월 내에 A주 지수가 5000선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며 "버블 가능성이 제기되는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급등은 중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의미하고 이에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재경관은 "중국 증시가 조정과정 없는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중국 경제의 경착륙 촉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주식거래액의 80% 이상이 개인투자이고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은행 또는 사채시장에서 조달된 상황에서 증시의 버블붕괴는 개인파산, 금융기관 부실확대, 경기위축 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고음, 하지만 쇠귀에 경읽기

이런 주장에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과열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덩티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A주의 1분기 주당 순익증가율은 82%로 어닝 서프라이즈가 발생했을 뿐"이라며 "지금은 고평가된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덩은 "중국정부가 주식차익에 대한 자본소득세 징수 등 주식시장 과열을 잠재우기 위한 강도 높은 억제책을 가을철까지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중국 증시가 비이성적인 단계에 들어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베이성 우한시 후베이증권 한커우영업소에서 만난 마순준(53)도 "언론에서 주식투자 성공기와 고수들의 활약상이 난무하고 주변 사람들이 주식으로 재미를 봤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상 중국인들의 투자 열기는 결코 식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뒤늦게 시장에 참여할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만큼 이익을 보기 위해서,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내지 못한 사람들은 남들만큼 벌기 위해서, 시장에 뛰어들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은 장밋빛 거시경제와 올림픽까지 상승하리라는 믿음 속에서 투자를 그만 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푸춘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은 "모두 즐거울 때 정신을 차려야 한다"면서 버블 붕괴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주식의 단맛을 본 중국인들에게 이런 경고가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6000선까지의 파죽지세 상승인가, 버블붕괴로 인한 악몽의 도래인가. 세계 4위의 경제, 세계 2위의 증시를 지닌 중국과 1억 '구민'들의 행보에 전 세계가 숨죽이면서 지켜보고 있다.

a 변화무쌍한 주가 시세만큼 '구민'들 또한 일희일비하고 있다. 중국 증시와 '구민'들의 움직임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주가 시세만큼 '구민'들 또한 일희일비하고 있다. 중국 증시와 '구민'들의 움직임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모종혁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지난 18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이전에 작성, 송고되었음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지난 18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이전에 작성, 송고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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