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먹이습성을 가진 심해어도 있다

이마의 낚싯대를 흔들어서 다른 물고기를 유인해 잡아먹어

등록 2007.05.21 16:58수정 2007.05.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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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200m를 경계로 그보다 얕은 곳을 대륙붕, 그보다 깊은 곳을 심해(深海)라고 한다. 대륙붕은 저서어나 표층·중층 유영어를 비롯, 각종 패류나 조류(藻類)가 풍부하며 대개 근해어업은 이 구역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심해는 수온이 낮은 데다 햇볕이 비치지 않아서 어두우므로 어류만이 아니라 생물의 발육에 좋지 않은 환경이다. 따라서 여기에 서식하는 생물은 수량이 적을 뿐 아니라 생물의 성질·형태·습성도 다양하게 변화했다.


심해어의 식성과 먹이를 먹는 습성에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그런데 심해어의 식성은 두 가지로 크게 대별할 수 있다. 심해어 중에서는 그 먹이를 취할 때 심해 바닥에서만 먹이를 취하는 것과 심해 바닥으로부터 중상층에 헤엄쳐 올라와서 먹이를 취하는 것이 있다. 심해는 환경적으로 생물이 성장하기 어려운 조건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생물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은 먹이를 먹을 필요 때문에 심해어의 포식방법에 나타나는 흥미 있는 사실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먹이 생물을 제 쪽으로 유인해서 잡아먹는다. 이것은 운동량을 최대한 줄이고 먹이를 간편하게 낚기 위한 행동이다.
②먹이를 보면 피하지 않고 도망하지도 않으며 무조건 달려든다.
③먹이가 있는 경우 탐식한다. 언제든 먹이저장을 할 수 있다.

아귀류(씬벵이)는 심해에서도 1~2백m 안팎의 아주 얕은 곳에 있지만 이 물고기의 등지느러미 안과 앞쪽에는 실 모양으로 변형된 지느러미가 있어서 이것을 살살 흔들어서 물고기를 유인한다. 낚싯대처럼 흔들어대는 것이 마치 먹을 것처럼 보이므로 여기에 흥미를 가지고 작은 물고기가 입 가까이 접근하면 단번에 잡아채어 먹는다. 아귀류(씬벵이)의 몸색깔은 진흙이나 모래와 닮아있기 때문에 물고기는 이 실 모양의 지느러미를 먹이감으로 잘못 알고 달려든다. 이 때 큰 입을 벌리고 있다가 그 물고기를 단박에 잡아먹는 것이다.

이 아귀류(씬벵이)의 재미 있는 포식방법에 관해서는 이미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여러 가지 관찰기록도 있다. 그러나 1935~1936년 영국의 윌슨(Wilson)이라고 하는 학자는 프리마우스 수족관에서 10마리의 아귀류(씬벵이)를 사육하며 먹이 포식방법을 자세히 관찰한 기록이 있다. 그에 의하면 아귀류(씬벵이)는 헤엄 치는 일은 극히 드물고 양 가슴지느러미는 걸어갈 때 사용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물밑 바닥에 정지해 있으며 체색을 교묘하게 바닥의 모래나 돌과 같은 색깔로 위장하고 천천히 배회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아귀류(씬벵이)는 배가 고파지면 곧바로 이마 뒤에 달린 실 모양의 지느러미를 움직여서 충분히 잡아먹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까지 물고기를 유혹한 다음, 번개같이 달려들어 한입에 삼킨다.


낚싯대처럼 생긴 실 모양으로 흔들거리는 이 지느러미에 대부분의 물고기가 아주 쉽게 유혹당하는데, 물고기가 입 가장자리 근처에 오면 배지느러미를 땅에 편 채 몸을 전방으로 향한 상태에서 입을 재빨리 열어 물과 함께 물고기를 머리서부터 먹어치운다. 물고기를 포식하면 입을 닫아버리고 모래 속에 몸을 묻고 포획물을 천천히 먹거나 소화시킨다.

흔히 아구라고 부르는 아귀는 굶어죽은 귀신 아귀(餓鬼)와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전에는 먹지도 않고 두엄더미에 버리던 것이었으나 언제부텅니가 고급고기로 통하게 되었다. 부산이나 마산, 울산 등지에서는 물꿩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물텀벙이라고도 한다. 남해안 사람들은 그냥 아구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 아귀를 예전에는 조사어(釣絲魚)라고 했다. 바로 이 조사어라는 이름은 이마에 낚싯대처럼 달려있는 지느러미에서 나왔다. 낚싯줄고기라는 의미인데, 항간에서는 속명으로 아구어(餓口魚)라 불렀다. 배고프다며 밥 달라고 입을 한껏 벌린 놈 같은 물고기라는 의미인데, 한자명은 안강어(鮟鱇魚)이다. 안강망이란 그물은 바로 이 아귀의 주둥이처럼 생긴 그물이라는 의미이다. 영어명도 앵글러 피시(Angler fish)이니까 그 뜻이 서로 같다. 피부 껍질색이 달라도, 눈동자 색깔이 다르고 코의 높이가 달라도 사람의 보는 눈은 이처럼 대략 같다.

아귀의 산란기는 4-6월이며 알은 마치 도롱뇽알처럼 4-5m의 긴 띠 모양으로 생긴, 한천질에 싸인 채 방출된다. 이것이 바다를 떠돌면서 부화한다. 아귀의 제1등지느러미는 네 개의 연한 가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머리쪽에 나있는 제1가시가 제일 길며 마치 낚싯대처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고 그 끝에는 연한 피막이 붙어있어 낚싯대 끝에 미끼가 달린 모양이다. 이것으로 먹이를 가까이까지 유인하여 입으로 덥썩 삼키므로 조사어이며 앵글러피시라고 부르게 되었다.

영국의 윌슨보다도 1백20년 먼저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아귀를 관찰한 기록을 이렇게 남겼다.

"윗입술 끝에 두 개의 낚싯대가 있으며 그 크기는 한의사가 쓰는 침과 같다. 이 낚싯대의 길이는 4-5치 정도이다. 낚싯대 끝에 낚싯줄이 있으며 그 크기는 말 꼬리털과 같다. 실 끝에는 흰 밥알과 같은 미끼가 달려 있다. 그것으로 다른 물고기를 유인하며 다른 물고기가 그것을 먹으려고 접근해 오면 후려갈겨서 그것을 잡아먹는다.(脣頭有二釣竿大如醫鍼長四五寸竿頭有釣絲大如馬尾絲末有白餌如飯粒美其綸餌他魚以爲食而來就則攫而食之)"

우리나라 아귀에는 아귀와 황아귀의 두 가지가 있다. 황아귀는 입 속 및 복막이 희다. 아귀는 입속이 검으며 백색의 둥근 반문이 있다. 아귀는 종편형이며 체색은 바닥의 색깔에 맞춰 금세 알아보지 못하도록 위장하고 있다.

1925년 영국의 리간(Reegan)은 심해산의 초롱아귀류는 1m가 넘는 암놈한테 1cm밖에 안되는 수컷이 기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이 수놈은 암컷의 번식에 필요한 기능만 하고 먹는 것은 암컷에게 의존한다. 수컷이 기생하지 않으면 암컷의 난소는 발달하지 않으며 수컷이 암컷에 기생해야만 난소가 성숙하여 생식을 할 수 있다. 이들 심해산 아귀는 1-2백m 이상 5-6백m의 심해에 서식하므로 발광기인 지느러미의 낚싯대로 다른 물고기를 유인해서 잡아먹고 산다. 심해산 아귀로서 Ceratias holboelli는 암컷이 1.2m, 수컷은 8-15cm이며 Cryptopsaras couesi는 암컷은 45cm나 되는데 수컷은 1.5cm 안팎으로 아주 작다.

심해어는 먹이를 먹되 확실하게 포획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심해어 중에는 이빨이 매우 발달한 종류가 많다. 왜 그럴까? 물고기의 이빨은 먹이를 씹는 것은 인두치이며 입에 있는 이빨은 오로지 일단 입에 물은 먹이를 놓치지 않게끔 잡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심해어의 입안에 있는 이빨이 발달해 있는 것은 주목해볼 가치가 있다.

그러나 심해어 중에는 입에 이빨이 전혀 없다든가 또는 퇴화한 것도 적지 않다. 이것은 지금까지 말한 것과는 전혀 대치되는 모순이다. 여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얕은 바다에서 죽은 동물이나 식물, 또는 강으로부터 천해로 흘러온 유기물은 오랜 세월 대륙붕을 거쳐 심해로 운반되며 심해의 바닥에 쌓여 침전된다.

그리고 이 층을 이루는 동식물의 유해는 박테리아의 분해에 의해 마치 젤리처럼 변하는 ‘젤리화’가 진행되고 이것은 심해어가 아주 좋아하는 먹이가 된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먹이를 포획하지 않는 심해어의 경우는 이것을 포식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종류는 굳이 이가 필요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젤리화된 침전물을 다량으로 섭취하기 위한 큰 입과 어두운 해저에서 특별한 먹이가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한 감각기, 즉 입수염이다.

이들 심해어는 먹이를 먹고 일정량을 저장하는 습성이 있다. 심해에는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생물이 적다. 그래서 심해어는 일단 먹이를 취할 수 있는 생물을 보면 이것을 놓치지 않고 포획할 뿐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이 먹어서 저장함으로써 다음에 먹이를 찾기까지 장기간을 지내도 끄떡없을 정도로 대비한다.

“맘껏 먹어도 난 끄떡없어. 난 뭐든지 있을 때 먹어둬야 된단 말야.”

이러한 필요에 의해 몇몇 심해어는 재미 있는 적응을 보인다. 우선 마치 고무풍선처럼 크게 늘릴 수 있는 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심해어 중에 일부는 위벽이나 배 껍질을 늘리기 쉽게 되어 있으므로 위벽을 늘려서 위를 확장하면 자기 몸의 두 배 이상이나 되는 큰 물고기를 삼킬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coeo.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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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및 중국 고대사 연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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