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에 바쁘신 아빠전복순
"아빠 둘째에요."
"응 ○○가 앵두 가져갔냐?"
"예 아빠 지금 먹고 있어요."
"팔도 아프신데 뭘 이렇게 많이 따셨어요. 엄마 아빠 드실 것만 따서 드시죠."
"너그들 생각이 나서 땄재. 오래두면 상헌게 후딱 먹어라이."
"근데 아빠 팔은 이제 괜찮으세요."
"병원서는 일을 허지 말라고 허지. 시골 농사짐선 어떻게 일을 안허냐 해야제."
"아빠 바쁜 일 끝나면 엄마랑 전주로 한 번 올라오세요. 제가 엄마 아빠 좋아하시는 장어 사 드릴께요."
"응 알았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전화 한 통화에 좋아하시는 아빠 목소리가 저를 더욱 부끄럽고 가슴 아프게 합니다. 갈수록 늙고 쇠약해지는 아빠, 어릴 적 내 기억 속 아빠의 모습은 매일 호통만 치시고 칭찬보단 항상 질타와 꾸중이 먼저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사랑보다 마음의 상처를 주는 아빠의 그런 모습들이 너무도 싫고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런 아빠에게 우리 가족은 점점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려 아빠와 더 멀어지게 된 것 같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새 할머니 밑에서 모진 세월을 견뎌오신 아빠, 어쩌면 우리보다 더 외롭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지 못한 채 고독한 삶을 살아오신 건 아닌지 왠지 모를 측은한 마음이 듭니다.
이젠 아빠의 모습에선 호통과 질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 함께 흘려보내신 것 같습니다. 아빠 마음속에 표현하는 사랑만이 남은 거 같아 그저 행복합니다.
저는 이제 압니다. 사랑을 주지 않은 게 아니고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아빠는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거였습니다. 그 누구보다 아빠는 우리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고 계셨다는 걸 저는 이제야 압니다.
올해 가을이 되면 벌써 아빠의 환갑이 돌아옵니다. 세 자매들이 4년 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이참에 효도를 할 생각입니다. 중국에 사는 언니가 이번에 나오면 같이 다니면서 시골집에 없는 전자제품이며 이것저것 사드리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아빠 엄마께서 기뻐하실 생각에 우리 자매들은 무척 행복하답니다. 역시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은 두 배로 크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아빠 회갑 땐 꼭 두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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