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권정생이 묘사한 예수는 멜 깁슨이 감독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연상시킨다. 최후의 만찬부터 골고다 십자가에 못박히고 사흘만에 부활하는 동안의 모습을 표현한 영화다.
십자가에 못박히기 앞뒤 반나절의 모습을 두시간에 걸쳐 자세하고, 거대한 화면에 처절하게 그리고 있는데 마치 세밀화 같은 그림은 현깃증이 나게 잔혹하다.
가시관을 머리에 씌우고, 매질과 채찍질, 철사로 갈기고 살점이 저미고, 찢기고 , 피가 흘러 응고하고, 온 몸이 난자 되고, 무거운 통나무를 가파른 골고다 언덕으로 끌게하고, 오그라든 팔을 끈으로 당겨 펴고, 한 손에 못을 박고, 다른 손도 박고, 발을 포개 발등에도 박고, 십자가를 뒤로 엎어 뒤로 나온 못끝을 꺽어 박고, 구름하늘 아래 세워 박고, 그도 부족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고….
참혹한 수난을 냉혹히 만행의 증거처럼 눈앞에 들이밀어 보여준다. 할 말을 잃었다. 빈 자리 없이 꽉찬 객석은 숨소리 마저 없다. 가끔 아, 하고 탄성을 지르고, 입을 막고 눈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다. 더 이상 보지 못하고 자리를 출입문 밖으로 나가는 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