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가 5·18 감사패 받아야 하나"

기자회견, 5월단체 회원들 반발에 무산... 막말 오간 5·18재단 앞

등록 2007.05.21 21:48수정 2007.05.2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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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ont color=a77a2> YS의 5·18묘지 참배가 격한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21일 오후 진보연대와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등이 5·18기념문화회관 앞에서 "YS 초청과 감사패 전달을 취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자, 5월 단체 회원들이 몰려와 이를 막아서면서 실랑이가 벌여졌다.

YS의 5·18묘지 참배가 격한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21일 오후 진보연대와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등이 5·18기념문화회관 앞에서 "YS 초청과 감사패 전달을 취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자, 5월 단체 회원들이 몰려와 이를 막아서면서 실랑이가 벌여졌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5·18민주화운동 제27주년 기념 행사 주간에 보이지 않아야 될 풍경이 5·18기념재단 앞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5월 단체들의 김영삼 전 대통령 공식초청과 감사패 전달 때문이다. 과거 5월 문제 해결을 위해 길 거리에서 '진상규명 투쟁'을 함께 했을 이들이 막말과 주먹다짐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드러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5월단체와 5·18기념재단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공식 초청해, 김 전 대통령은 22일 오전 취임 이후 한번도 참배하지 못했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5월 단체 회원들, 진보연대 기자회견 막아서... 막말·주먹다짐

21일 오후 3시 광주전남진보연대(상임대표 허연)와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여명은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5월 단체들과 5·18기념재단 사무실이 있는 5·18기념문화회관 앞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초청과 감사패 증정을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원 등 13여명이 나와 "회견을 하려면 시청 앞에서 하든지, 너희들이 뭔데 여기서 회견을 해"라며 격하게 막아서 기자회견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30여분 이상 격한 실랑이와 막말이 오갔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원으로 보이는 한 회원이 "뭐야"라며 다가와 진보연대 한 회원에게 주먹다짐을 하면서 실랑이가 시작됐다.


5월 단체 회원들은 "니들이 뭔데 여기서 해", "니들 사무실에 가서해"라며 기자회견을 못하게 막아섰다. 이에 진보연대 회원들은 "여기가 당신들 건물이냐, 막아서는 이유가 뭐냐"며 반박했다.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막말과 육두문자도 나왔다. 5월 단체 한 회원은 진보연대 한 여성에게 "XX를 확 XX해버려"라며 모욕적인 말을 하기도 했으며 "이 노동귀족들아"라고 비난했다. 이에 사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진보연대 한 회원은 "5월단체가 깡패야", "정부에서 보상이나 받아먹고…"라며 민감한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5월 단체 회원들은 "자존심을 건들지 말라"며 더욱 흥분했고, 한 여성은 길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실랑이 과정에서 5월 단체 회원 일부가 진보연대 회원의 배를 발로 걷어차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으며 주먹다짐을 하기도 했다.

"턱밑에서 하면 되느냐, 시비 부추켜... "이게 인권 인권하는 5월 모습이냐"

a <font color=a77a2> 상처가 되는 발언도 나오고... 5월단체 일부 회원들은 한 여성에게 성적 모욕감을 주는 발언도 했다. 이에 진보연대 한 관계자는 5월 단체 회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보상 받아먹고..."라고 말해 이들을 흥분시켰다.

상처가 되는 발언도 나오고... 5월단체 일부 회원들은 한 여성에게 성적 모욕감을 주는 발언도 했다. 이에 진보연대 한 관계자는 5월 단체 회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보상 받아먹고..."라고 말해 이들을 흥분시켰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 과정을 길을 가던 일부 시민들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지켜보기도 했다. 흥분이 다소 가라앉은 후 보상금 발언을 했던 진보연대 회원은 "그 말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고, 당사자는 아니지만 5월 단체 한 회원은 "막말하고 때리고 한 것은 미안하다"고 했다.

결국 30여분의 실랑이 끝에 진보연대는 기자회견을 포기하고 오후 3시 40여분 쯤 철수했다.

차명석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기자회견 무산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힐 수 있지만 마찰이 있을 수 있으니 문화회관 앞에서는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면서 "자기 사무실에서 하는 것이 맞다, 단체 턱밑에 와서 하는 것은 시비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불쾌해 했다.

이에 대해 진보연대 한 관계자는 " 5·18를 두고 세계에서 광주에 대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도시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폭력을 써가면서 기자회견도 못하게 하는 것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월단체와 재단에서 초청한 것이니 이들은 사무실 앞에서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면서 "박광태 시장이 초청했느냐, 왜 시청 앞에서 하라고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5월 단체 "YS, 5월 자리매김 노력 매우 지대"

5월 단체와 기념재단이 김 전 대통령을 공식초청해 감사패를 전달하겠다고 나선 것은 "5월 문제만큼은 김 전 대통령이 많은 노력을 했다는데 대한 감사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부분에 대한 평가는 예외로 하고 '5월 문제만큼'은 평가해 줘야한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 사례로 ▲95년 5·18특별법 제정 ▲96년 전두환·노태우 5·18관련 처벌 ▲5·18 국가기념일 제정 등을 들었다.

이들은 "광주사태를 5·18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 한 점에 있어서 김 전 대통령의 노력이 매우 지대했다"면서 "감사의 차원에서 초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서도 달았다. "물론 80년 이후 진실을 알리려는 광주시민들의 노력과 우리 국민들의 민주화 투쟁의 결과임은 두 말할 필요없다"고 했다.

차명석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월문제 해결은 국민들의 투쟁에 의한 것이지만 문제는 결과"라며 "국민의정부에 대한 기대도 있었는데 실제 5월 관련해서 의지가 없었고 해 놓은 것도 없어서 실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YS의 행보를 보면 선뜻 모시고 싶은 생각은 없을 수 있지만 고마운 마음의 표시다. 그 전에 3∼4차례 무산됐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올해 들어서 갑자기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시민단체들도 별로 문제제기 하지 않았고 시민들도 생각보다 긍정적인 입장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오겠다는데 막을 필요 없지만"... "학살자와 야합한 사람"

그러나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오겠다는데 굳이 막아설 이유가 없다는 의견과 방문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 혼재돼 있다.

진보연대 등은 이날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패 증정은 5월 항쟁 정신의 훼손과 변질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방문 자체를 반대했다.

특히 이들은 5월단체가 공적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책임자 처벌 등은 피 어린 투쟁을 전개한 광주전남 지역민들과 국민들의 승리의 결과물"이라며 "특히 김 전 대통령은 5월 항쟁의 국민적 계승투쟁인 6월 항쟁을 3당 야합으로 배신해 권자에 올랐다"고 반박했다.

진보연대는 또 "이번 행위가 전 시민의 열의와 공감을 사지 못한 조건에서 추진되어 되려 5월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근심과 걱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면서 "5월 단체 일부 상층의 잘못된 판단으로 5월정신이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진보연대 등은 특히 "5월단체 안에서 들려오는 이런저런 잡음은 지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 주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5월단체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한다"고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온다면 막을 이유는 없지만 영전을 하면서 공식초청하고 감사패까지 줘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전노를 재판장에 서게 한 것이 김영삼 개인의 결단으로 이뤄졌다고 미화하는 것은 민주화투쟁을 폄훼하고 역사인식의 천박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책임자 처벌은 95년 YS정권이 유야무야 넘기려던 것을 전국적인 책임자 처벌 투쟁에 밀려서 결국 재수사를 하게 한 것이지 YS가 결단을 해서 한 일이 아니"라며 "새삼스럽게 YS를 초청해서 감사패를 주는 것이 무슨 동서화합에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5월단체들은 보도자료에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5·18민주화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동과 서, 남과 북, 사회의 그늘진 곳과 양지바른 곳을 아우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을 비판한 것이다.

YS의 초청과 감사패 전달을 둘러싸고 광주지역 시민사회가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진보연대 등은 22일 YS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할 것으로 알려져,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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