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두화윤희경
불두화는 처음엔 연초록색으로 피어납니다. 연초록일 때가 가장 풋풋하고 싱그러워 제일 아름답습니다. 스님들이 출가해 머리를 깎을 때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러다가 얼마쯤 시간이 지나면 하얀색으로 변합니다. 스님들이 도를 닦아 마음을 비우고 무소유 경지까지의 불심이 깊어가는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고나 할까요.
불두화는 우아함과 그윽한 향기로 5월의 한낮을 더욱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꽃은 무성화(無性花)여서 풍성하고 탐스러우나 씨가 없습니다. 씨가 없으니 자손이 없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불심이 깊은 나무, 스님들의 성품을 쏙 빼닮은 꽃이기도 합니다.
이 꽃을 보면 그 풍성함 속에서 항상 숭얼숭얼 염불하는 독경소리를 듣습니다. 부처님 설법도 듣고 고승들의 법문도 듣고 가까운 절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도 듣습니다. '숭얼숭얼' 꽃 속에서 부처님 목소리 듣습니다.
부처손, 부처님은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千手千眼)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처님 손 숫자가 많아야 하는 까닭은 험난한 세상에 보듬고 쓰다듬어줘야 할 중생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부처손이 쉼 없이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할 적마다 자비의 은총과 푸른 세상이 열리고 있습니다. 고통의 바다(苦海)를 건너며 겪었을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 받는 중생들의 우울한 마음을 씻어내리고 새로운 나라를 맞이하도록 자애로운 손과 눈빛으로 가없는 사랑의 사인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