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용
아, 이렇게 멋진 곳인줄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도 이곳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여유있게 일정을 짰을 텐데…. 아쉬운 마음을 간신히 수습해서 왔던 길을 다시 걸어서 언덕 위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나의 발길은 여간 무겁지가 않았다. 오르막길이기도 해서 그랬을 테지만, 아쉬운 마음이 내 발길을 자꾸만 붙잡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으리라.
입장료 한 푼 내지 않고 이런 아름다운 바닷가를 구경했다는 것이 조금 미안스럽게 여겨져서 우리는 간이 안내소에 마련되어 있는 기부금 박스에 5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집어 넣었다. 그렇게 모아진 기부금은 이곳 캐씨드럴 코브와 그 주변 바닷가를 때묻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보존하는데 쓰여진다고 하니 아쉬운 가운데도 마음이 뿌듯했다.
언제 다시 이곳을 찾아와 눈부신 햇빛과 푸른 파도가 봉헌하는 자연의 미사에 마음껏 동참할 것인가. 아쉬움을 안고 차에 오르면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여행정보 안내책자에서 코로만델 반도를 묘사하는데 동원된 네 개의 형용사 중 하나인 ‘훼손되지 않은(unspoiled)’이라는 형용사는 바로 캐씨드럴 코브를 두고 한 말이었음을.
코로만델 반도의 보석과도 같은 관광지로 개발은 했으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그 주변 바다까지 해상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명한 관광지인데도 인공의 흔적이라고는 주차장과 간이 안내소와 화장실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고,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조차도 그냥 사람들의 발길에 의해 자연스럽게 다져진 오솔길이었음이 새삼 의식되었다.
그러자 저 언덕 아래에서 훼손되지 않은 대자연의 음악이 바닷가 대성당의 어둠 속에서 아득한 메아리가 되어 들려오는 듯 했다. 그러나 내 귀는 자연의 소리에서 음악을 듣는 데는 익숙치 못해서 이명처럼 웅웅거리는 소리만 귀에 가득할 뿐 알아듣지 못했다. 슬픈 마음 한 조각을 그곳에 두고 나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곳에 다시 오게 되면 그때는 알아들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덧붙이는 글 | 2004년 9월에 다녀온 코로만델 반도의 여행기 다섯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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