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동반자 정동영 전 의장, 오랜 벗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 시대 최고의 여성지도자 한명숙 전 총리, 한국적 기업 모델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진실한 정치인 천정배 전 장관, 성공한 지방자치 지도자 김혁규 전 지사에게 김근태가 드리는 글.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걱정하는 모든 분들께.
절대시간이 부족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나는 홀로 대선후보가 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분이 아니라면, 저를 포함한 모든 분들이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을까요? 용기가 없는 걸까요? 아니면 숨겨둔 비책들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니면 상대당의 분열로 어부지리를 바라고 계신가요?
국민 속에서, 국민과 함께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것만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우회로도, 꼼수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벌거벗는 각오로 국민 앞에 서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만이 민주주의의 성과와 평화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앞에 시간이라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습니다. 강조합니다. 절대 시간이 부족합니다.
5월 18일, 우리는 광주정신 앞에 겸손하지 못하였습니다.
백양사에서 이틀을 묵었습니다. 도심을 벗어나 바람소리, 물소리, 독경소리 안에서 잠을 이루려 했지만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아침이면, 같은 광주 안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와 표정으로 광주시민들을 만나는 우리들의 모습이 못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18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백양사로 돌아오면서 나는 아직도 광주항쟁의 위대함과 아픔을 함께 보여주었던 낡은 비디오테이프의 화면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지 않던가요?
그 영상기록속의, 그리고 지금도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시민의 숭고한 희생의 정신 앞에 우리 모두가 겸손하지 못했습니다.
혼자서는 되지 않습니다. 서로 딛고 가야합니다.
우리 모두는 아직 미약합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면 다를지 모르지만 국민들의 눈앞에서 우리 모두의 존재는 아직도 미미합니다.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통합은 시대정신이고, 지속적인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라고 이야기 해왔습니다.
통합은 시대적 요구입니다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통합을 위한 노력을 함께하지 않고, 통합의 노력을 부정하고, 작은 기득권을 만들어서 기대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냉정한 국민들의 눈을 속이지 못할 것이라 단언합니다. 그런 분들은 잠깐, 눈 깜짝할 사이에 지금의 작은 관심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함께 시작하면 다시 국민들의 눈길을 돌릴 수 있습니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여의도를 외면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데울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 국민들의 눈빛을 다시 열정으로 빛나게 하는 것,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시작하는 것입니다.
국민경선의 모습을 그려 보았습니다.
2007년 늦은 여름 어느 날, 국민경선이 제주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짧은 며칠 동안 제주도 전역을 누빈 예비후보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연단위에 있습니다. 지역 민방이 생중계하는 마지막 유세가 진행됩니다. 유권자 수 비례에 따라 선정된 제주 국민경선단 1만여명은 제주 곳곳에 설치된 투표소를 찾아 갑니다.
찾아가는 지역마다 선거결과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드디어 마지막 날, 22만명의 최대 국민경선단이 모여 있는 서울에서 유세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22만명의 선거결과가 시시각각으로 반영되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그렇게 한국민주주의의 위대한 드라마가 또 한번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국민들은 진심으로 지지와 축하의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23만명이 참여하는 경선을 합니다. 우리는 50만명, 아니 100만명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할 수 있습니다.
100만명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국민경선의 결과가 곧 마지막 결과여야 합니다. 국민경선에서 당선된 후보가 2002년처럼 다시 누군가와 여론조사 등을 해야 한다면, 감동은 절반 아니 그 이하로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해서 단일화된 후보에게 국민들은 심장에서부터의 지지를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2002년 같은 절차는 절대로 반복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둘째, 전국순회 경선방식이어야 합니다. 지역마다의 결과가 반전되고 축적되면서 극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국민들과 직접 만나고 대화할 수 있습니다.
셋째, 선거관리위원회에 경선 위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선관위는 선거관리와 투개표 운영에 각별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들로부터 공정성을 인정받고, 효율적으로 국민경선을 진행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100만 국민경선', 가능합니다
100만의 국민경선은 대통합의 시작이자 실천이며, 승리의 약속입니다.
한 개의 정당으로 통합이 된 후의 국민경선은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고민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개의 정당으로 통합되지 않았는데 국민경선이 가능하겠느냐고 많은 분들이 우려합니다. 선거법 개정 없이 국민경선이 불가능하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합니다.
첫째, 모든 정치세력과 후보가 평화와 개혁, 번영을 위한 정권창출이라는 역사적 대의에 동의하면 됩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도, 민주당도, 중도개혁신당도, 민생정치모임도, 미래구상을 포함한 정치권 외의 모든 세력도 모두 이 이야기를 합니다. 세력뿐만이 아니라 모든 예비후보자들도 이구동성입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 조건은 갖추어진 것입니다.
둘째, 대선과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과 대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이 병행할 수 있습니다. 모든 세력이 함께 대선을 치루고,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통합신당을 창당해 갈 수 있습니다.
먼저 국민경선과 대선을 위해 임시(가설)정당을 세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말씀드린 역사적 대의에 동의한다면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임시정당을 세우고 국민경선을 진행 할 수 있습니다. 당내경선의 피선거권 자격이 '동일정당 소속'이어야 하기 때문이며 선거권자의 자격은 '당원과 당원이 아닌 자'이기 때문입니다.
국민경선 이후 대선 캠페인은 제 정파가 함께하는 선거연합의 형태로 진행하면 됩니다. 대선 이후 각 지역의 선거연합체는 통 큰 단결의 정신으로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면 됩니다. 그렇게 총선을 거치면서 대통합은 완성되어 갈 것입니다.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그러나 대통합과 승리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우 지난하고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합니다. 단, 대한민국 민주주의 진전을 지켜온 국민들을 믿는 다면 반드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 민주노동당 역시 함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도 합류해야합니다
시간의 장애물, 뛰어넘어야 합니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7개월이 남았습니다. 12월 18일, 모든 공식 캠페인은 종료되고 운명의 날을 기다려야 합니다. 11월 25일과 26일 양일간 대통령 후보 등록입니다. 이때부터 22일간 선거운동을 합니다. 10월 28일은 국민경선이 종료되고 우리의 후보를 확정해야 합니다.
선거개시일(11월 27일) 30일전까지 당내 경선이 완료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0월 28일을 기준으로 이전 30일간 국민경선을 할 수 있습니다. 선관위에 위탁할 수 있는 기간이 30일 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선관위에 당내경선 위탁을 신청할 수 있는 날은 8월 30일이 마지막입니다. 경선 개시 30일 전에 위탁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8월 30일 전에 국민경선에 합의하면 된다고 오산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경선을 치루기 위해서는 (임시)정당을 만들어야 하고, 우리의 목표인 100만 국민경선단의 선거인 명부도 만들어야 합니다. 선관위에 위탁하지만, 국민경선 관리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국민경선을 진행할 당헌, 당규도 제정하여야 합니다. 지역별 프로그램등 실무적 문제도 완성해야 하고, 그것을 진행할 실무인력도 구성해야 합니다.
선거법에 명시된 일정으로 느슨하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6월 말까지 국민경선에 합의하여야 합니다. 7월에는 (임시)정당을 창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경선 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당헌, 당규를 제정해야 합니다. 8월에는 100만 국민경선인단을 모집해야 합니다. 모두가 휴가를 보내는 기간이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해야만 선거법에 명시된 일정을 최소한 준수하면서 대통령 선거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후보자 연석회의 합시다
지금은 5월 23일입니다. 5월도 가고 있습니다. 후보자 연석회의에 대한 답을 기대합니다.
현재의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포함한, 통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진심으로 6월 14일 이전.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통합의 씨앗이 싹트기를 기대합니다.
후보자 연석회의는 이 흐름에 반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후보자 연석회의를 통해 국민경선을 합의하는 것이 대통합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다시 한번 정동영 전의장, 손학규 전지사, 천정배 전 장관, 한명숙 전 총리, 문국현 사장, 김혁규 전 지사에게 제안합니다.
후보자 연석회의를 시작합시다. 마음 터놓고, 함께 하기를 제안합니다.
글을 마치면서...
그동안, 많은 분들을 뵈었습니다. 여의도에서 함께 해온 많은 선후배, 동료들, 그리고 지난 민주화 운동의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꼿꼿한 지표로 살아 온 존경하는 분들도 많이 뵈었습니다.
2007년이 한국사회 10년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2007년은 한국사회 성장의 마지막이 아니라고, 아직도 우리의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그래서 함께 용기를 내 주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분들이 주저하시는 만큼 저도, 당사자인 만큼의 주저함이 있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답답한 며칠을 보내고, 다시 용기를 내어 당당한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립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자랑스러워하는 국민들을 위해, 모든 분들의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합니다.
덧붙이는 글 | 김근태 기자는 국회의원이자 전 열린우리당 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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