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로 학창시절 보내는 아홉 '지지베'

정읍 서영여고 댄스 동아리 '지지베'를 소개합니다

등록 2007.05.23 14:38수정 2007.05.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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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4년 개교한 전북 정읍 서영여고는 총 9학급의 '정주여자고등학교'라는 교명으로 출발한 이래 2001년 '덕산학원 서영여고'로 이름을 바꾼 뒤 순수 인문계 고등학교로 새롭게 출범, 현재까지 1만2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서영여고는 학생들의 학업 능력 향상과 환경 개선을 위해 98년 15억을 들여 체육관 및 정보과학관을 지은 이후 정보화 시범학교로 지정됐다. 최근 7차 교육과정에 걸맞게 총 9억2600만원을 들여 냉·난방이 완비된 초현대식 4층 건물이 완성됐다.

특히 서영여고는 다양한 특별활동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교내 동아리 활성화 및 그 지원에 적극적인 자세로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으며 그 결과 독서동아리 '징검다리'가 한국청소년 동아리연맹에서 전국 동아리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지원금을 2년 연속 받는 성과를 나타냈다.

서영여고에는 현재 7개의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으며 그 종류 또한 댄스, 독서, 밴드, 방송, 신문, 차, 치어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21세기 젊은이들의 필수 요소라 불리는 댄스를 연마 중인 동아리 지지베(Jizibe)를 찾아가 봤다.


춤은 학창시절의 건전한 취미 활동

a 서영여고 댄스 동아리 '지지베'

서영여고 댄스 동아리 '지지베' ⓒ 정읍시민신문

정읍청소년 댄스가 한때 전국을 제패했던 적이 있다. 이것은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로 그 역사의 주인공은 바로 배영고등학교 댄스팀 재그(Zag). 90년대 중. 후반, 현재까지도 청소년 댄스의 로망이라 불리는 '문화관광부장관배 청소년창작댄스경연대회' 지역예선에서 수차례 우승, 본선에 올라 전국의 내로라하는 춤꾼들마저 무릎 꿇게 만들었던 장본인들이다.

이후 재그는 일약 스타가 되어 정읍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까지 초청돼 무수한 공연을 했으며 이들의 영향으로 각 학교마다 댄스팀이 탄생되는 등 당시 정읍 청소년댄스의 붐을 일으켰다.

최근 십이지(十二支)라는 연합팀으로 명맥을 이어오다 아쉽게 해체되고만 그들의 명성을 잇는 또 다른 팀이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워낙 유명해 정읍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단골로 초대되는 서영여고의 실력파 댄스팀 지지베(Jizibe)가 그 주인공.

지난 19일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나고 어스름이 질 무렵 김미광 담당 선생님과 함께 그들의 연습실을 찾아갔다. 연습실은 생각보다 훌륭했다.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아 공원을 전전해야 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 이곳에서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학업에 지친 일상의 활력을 찾는 '지지베'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습실 바닥에 둘러앉아 우선 상투적인 질문을 던졌다. 부모님들은 춤추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리더인 서지수(서영여고 2학년)양은 "처음엔 반대하시다가 직접 우리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시고 나면 열성팬이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실제 아홉 친구들은 모두 부모님의 허락 하에 춤을 추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과거 무대의상 마련을 위해 참고서 사야한다며 거짓을 고하는 불효를 저질러야했던 시절과는 확연한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안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예슬(2학년)양은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시작하게 됐지만 춤을 추면서 성격도 많이 밝아지고 주위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아 좋다"며 춤에 대한 자랑을 늘어놨다.

멤버 중에는 중학교 때부터 춤을 시작해 대학 진학을 춤 쪽으로 생각하는 친구도 있었다. 인터뷰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하며 시종일관 폭소를 유발했던 신미진(2학년)양이 그렇다. 신양은 여자가 하기에 다소 어렵다는 팝핀(poppin, 한국식으로 말하면 각기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근육을 튕겨 웨이브와 문워크 등을 병행해 신비한 효과를 내는 춤)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김미광 담당 선생님은 "아이들이 뮤직비디오 같은 걸 몇 번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하며 제자들의 실력에 경의(?)를 표하기도.

앞서 언급했듯 지지베는 정읍에서 벌어지는 각종 축제 및 행사에 초청되는 유명 팀이다. 최근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며 실력 또한 탄탄함을 입증했다. 아직 청소년인 멤버들에게 이런 상황들은 마치 연예인이 된 듯한 설렘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하지만 마냥 행복할 것 같은 이 친구들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저희 멤버 중에는 실장도 있고 영재반인 애도 있어요. 어른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춤이 그렇게 나쁘거나 문제 있는 애들이 하는 게 절대 아니란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학창시절 추억으로 생각하고 취미로 하는 거니까 너무 색안경 끼고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춤을 겸연쩍게 생각하는 어른들에 대한 '지지베'들의 공통된 항변이다.

취재 당시 배영고등학교 축제와 '늘 푸른 청소년 축제' 참가 준비로 연습에 열중이었던 지지베의 춤은 아기자기하면서도 화려했다. 인터뷰 때 얼굴이 발갛게 변하던 수줍은 모습들은 온데간데없고 허리가 휘어져라 율동하는 파워풀한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춤출 때만큼은 얌전하던 모습을 버리고 다른 내가 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인지 모두의 얼굴에 배어있는 미소가 보기 좋았다.

3학년이 되면 다시 공부를 위해 춤을 잠시 뒤로해야 한다는 서영여고 아홉 '지지베'들의 후회 없는 활약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 정읍지역신문 '정읍시민신문'에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 정읍지역신문 '정읍시민신문'에 실렸습니다.
#댄스동아리 #지지베 #서영여고 #정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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