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증명사진 촬영을 위해 제2학관에 모인 동기들최재인
내 친구를 나도 못알아보겠네
오전 10시, 여자 동기들이 미용실에서 화장을 하고 있거나, 이미 다 마치고 학교로 오고 있을 시간이다. 누구보다 가장 기대되는 사람은 진영(가명)이다. 평소 화장한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거니와 티셔츠에 면바지를 즐겨 입던 진영이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신'을 했을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11시부터 증명사진 촬영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제2학관으로 달려갔다. 소위 '졸업사진 의상'이라고 불리는 하얀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보통 치마)를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마치 여중생의 교복차림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얼굴을 보는 순간 생각이 달라진다.
대학생활하면서 이제껏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동기들의 '변신'한 모습이 하도 신기하여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최재인, 사진도 안 찍는 니가 여기엔 왜 왔어"라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시선이 닿는 곳에 진영이가 있었다. 한참만에야 알아봤다. 진영이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나를 보며 자신도 무안한지 연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화장을 하고 '졸업사진 의상'을 차려 입은 모습이 정말 예뻤다.
너, 어디서 얼마 주고 했니?
대기 중인 동기들의 주된 대화 소재는 "너 어디서 했니?" 였다.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서 이화여대, 성신여대 근처에 있는 미용실에 가서 화장과 머리를 하고 온 동기들의 수가 절대적이었다. 아니, 경진(가명)이 한 명을 제외하고 전부였다. 졸업사진을 찍기 위한 준비과정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나는, '변신'을 하는데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선민(가명)이는 발갛게 상기된 표정으로 일회용짜리 드라이를 하고 화장을 하는 데에만 4만원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동기들의 사례까지 모두 종합해 봤을 때 졸업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서는 옷 값까지 포함해서 평균 20만원 정도가 드는 셈이다.
하지만 남자 동기들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았다. 대부분 군복무 중이라 이번에 졸업사진을 찍는 사람은 두 명뿐이었지만, 정장을 입었다는 것 말고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심지어 형의 옷을 빌려 입었다는 명우(가명)는 졸업사진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찍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