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질만 하면 신도시 불쑥
후보지 집값만 '분당급' 올랐다

'분당급 신도시' 꼭 지금 발표해야 하나... 되살아난 '추병직 악몽'

등록 2007.05.26 14:55수정 2007.05.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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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의 한 부동산 중개소에서 손님들이 지도를 보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의 한 부동산 중개소에서 손님들이 지도를 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화성 동탄과 용인 남사·모현, 광주 오포 등 경기도 남부권이 최근 부동산 광풍에 휘말렸다. 정부의 '분당급 신도시' 발표가 임박하면서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른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배 이상 뛰어오르고 있다. 올해 초 '1·11대책' 이후 전국 대부분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것과는 딴판이다.

정부의 섣부른 '신도시 개수' 논란과 지방자치단체의 '명품신도시' 거론 등이 시장에 혼선을 일으키며 후보지 곳곳에 투기 바람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신도시 발표를 재검토하거나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배 가까이 가격 뛰어도 '매물 없어 못 사요'

a <font color=a77a2>2002년 판교신도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판교로또'라는 비난을 받아온 판교 신도시는 지난 2006년 아파트 당첨자를 발표했다. 견본주택 앞에 건교부의 '투기 적발자 처벌 공고문'이 놓여있다.

2002년 판교신도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판교로또'라는 비난을 받아온 판교 신도시는 지난 2006년 아파트 당첨자를 발표했다. 견본주택 앞에 건교부의 '투기 적발자 처벌 공고문'이 놓여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특히 최근 언론으로부터 최종 후보지로 집중 거론된 화성 동탄과 용인 남사 지역은 하룻밤 사이에 집값이 5000만~1억원씩 올랐다. 얼마 전까지 4억2000만~4억3000만원에 거래되던 동탄 시범단지 33평형 아파트는 호가가 5억원까지 치솟았다.

동탄면 진흥부동산 관계자는 "4월까지 주춤하다가 5월 들어 언론에서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최근 1주일 사이에는 호가가 30% 정도 올랐다"며 "절대농지도 평당 50만원 선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계속해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력지로 소문이 난 용인시 남사면 일대도 땅값과 집값이 뛰는 등 투기 조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 초 6000만~7000만원이던 20평대 빌라가 최근 1억원까지 올랐지만 그나마 매물이 없어 거래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용인 모현면의 경우 유력 후보지에서 다소 밀려났는데도 여전히 가격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2억원대 하던 32평형 아파트가 지금은 3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임야는 국도변과 접해 있는 경우 평당 300만원을 호가했다.

이들 신도시 후보지들은 실제 건설교통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올 1~4월 전국의 땅값 상승률에서도 전국 평균인 1.2% 보다 높은 2%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광주는 4개월간 2.7% 올라 전국 평균의 2배를 웃돌았으며, 용인 2.3%, 양주 2.3%, 하남 2.1%, 화성 2.0%의 상승률을 보였다.


또 신도시 불쑥 발표... '추병직 악몽' 되살아나

a <font color=a77a2>2005년 송파신도시... 서울 송파구 잠실아파트 단지. 지난 2005년 5월 촬영된 모습으로, 일부 지역에서 재건축이 진행중이다.

2005년 송파신도시... 서울 송파구 잠실아파트 단지. 지난 2005년 5월 촬영된 모습으로, 일부 지역에서 재건축이 진행중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당초 취지가 오히려 시장 불안을 부추기면서 정부의 어설픈 정책 추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처럼 경기 일대 부동산이 들썩인 데는 무엇보다도 신도시 개발 계획에 대한 한 고위당국자의 사려깊지 못한 발언이 단초를 제공했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가 최근 사석에서 "분당급 신도시가 두 곳"이라고 발언하면서 신도시 후보지로 알려진 곳의 땅값과 집값이 무섭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검단신도시 발표가 곧 있을 것이란 얘기를 불쑥 꺼낸 이후 부동산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을 때와 똑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땅값에 정부가 분당급 신도시 운운하며 투기 불쏘시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해 가을 추병직 전 장관의 언론 흘리기식 신도시 개발론의 악몽이 재연될까 걱정마저 든다"고 말했다.

신도시 정말 필요한가... 무용론 대두

이처럼 지난해 '검단 신도시발' 집값 폭등의 악몽이 수도권 곳곳에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정말 신도시가 필요한 것인가'하는 '신도시 무용론'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신도시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어가겠다고 주장하지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 그동안 신도시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폭등했다"며 "거품이 빠지려고 할 때마다 신도시를 발표해서 거품 붕괴를 인위적으로 막아왔던 게 정부다"는 입장이다.

실제 그동안 신도시 공급 발표 때마다 잠잠하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였다. 지난 2002년 판교신도시, 2005년 송파신도시, 지난해 검단 신도시에서 보듯 신도시 발표는 오히려 주변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은 "정부가 판교 신도시를 발표 할 당시에도 강남을 대신할 신도시라고 포장해 강남 집값을 평당 700만~800만원으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판교를 평당 2000만원에 분양하면서 강남 지역은 평당 3000만~4000만원으로 올라 결국 집값을 2~3배 키우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a <font color=a77a2>2006년 검단신도시... 지난해 10월 25일 인천시 서구 검단동 삼라마이다스 주택전시관에 투자자들이 한데 몰려 혼잡을 이루고 있다.

2006년 검단신도시... 지난해 10월 25일 인천시 서구 검단동 삼라마이다스 주택전시관에 투자자들이 한데 몰려 혼잡을 이루고 있다. ⓒ 연합뉴스 강종구

그동안 신도시 공급에 찬성 입장을 견지해온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도 정부의 신도시 발표 이후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상무는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경기 남부권은 수요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부동산 불안을 부추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채훈식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이번의 경우 시중 부동자금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평촌·분당·일산·중동 등 과거 5대 신도시를 발표했을 때와 같은 가격 안정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의 어설픈 신도시 발표가 꺼져가는 부동산 불패신화의 불씨를 되살려줄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헌동 본부장은 "모처럼 부동산시장이 안정돼 가는 시점에 섣부른 신도시 발표는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흐름을 뒤집어 버리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전체적인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발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분당급 #부동산 #추경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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