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불로 미역국을 끓이고 있다.이상기
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점심 공양을 준비하는 보살들의 모습이다. 샘이 있는 불유각(佛乳閣)에서는 묵은지를 잘게 송송 써는 작업이 한창이고, 그 옆 가마솥에는 국이 장작불에 펄펄 끓고 있다. 점심 공양 시간이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라 벌써부터 수십 명도 넘는 신도들이 각자 맡은 일로 분주하다.
내가 "그래, 준비하는 음식이 무업니까?"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러자 한 보살이 비빔밥과 미역국이라고 대답한다. "비빔밥에는 무엇이 들어가나요?"하고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묵은지, 무 생채, 콩나물, 묵나물, 미나리, 김 부스러기, 고추장"이라고 즉시 대답한다.
"그러면 밥은 어떻게 하느냐?"고 내가 물었다. "밥은 방앗간에서 쪄옵니다"라고 대답한다. 밥은 얼마나 하느냐고 다시 물으니, 쌀 12가마를 주문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초파일에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에 쌀을 12가마로 줄인 것이라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