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너무 이른가?

때이른 더위 속 계곡에서 동심의 세계로

등록 2007.05.28 12:59수정 2007.05.2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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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배는~' 26일 휴양차 찾은 속리산 만수계곡에서 동심을 생각하며 나뭇잎배를 만들어 시원한 계곡물에 띄웠다. ⓒ 김동이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배는
엄마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어린시절 너무나 자주 불렀던 동요 ‘나뭇잎배’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계곡을 찾은 이 날 동심을 생각하며 나뭇잎을 나뭇가지로 동여매 만든 나뭇잎배를 계곡물에 띄우며 몇 번을 반복해 동요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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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과 공기, 시원한 그늘로 가득 차 있는 만수계곡의 풍경. 아직은 찾는 이 많지 않지만 여름이 되면 행락객들로 북적거릴 것이다. ⓒ 김동이

온 계곡이 울창한 산림으로 덮여 있어 시원한 휴식공간을 제공해 주는 계곡이 있다. 보통 계곡이라고 해도 계곡물만 흐를 뿐 그늘이 없는 계곡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계곡 입구에서부터 발원지에 이르는 약 4km가 모두 나무 그늘이 만들어져 있고,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 또한 몸을 오싹하게 할 만큼 시원함을 제공해 준다.

이곳은 바로 속리산 만수계곡이다. 이곳은 속리산에 있는 수많은 이름있는 계곡과는 달리 그 아름다운 경관과 피서지로 적당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요새격인 공간이다.

때이른 더위가 찾아온 26일‘혹 춥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며 가족과 함께 만수계곡을 찾았다. 걱정과는 달리 우리들만의 공간을 찾아 올라가는 산길 곳곳에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는 행락객들이 보인다.

5월의 차가운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옷을 벗고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일행들도 자리를 잡은 뒤 돗자리를 펴고 삼겹살을 구워먹기 시작했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구워먹는 삼겹살은 그야말로 그 어떤 음식보다 입맛을 돋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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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의 세계로...] 오랜만에 아이들과 동심의 세계로의 여행을 즐겼다. 왼쪽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징검다리,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이들, 물에 띄운 나뭇잎배, 그리고 아이에게 만들어 준 나뭇잎 모자. ⓒ 김동이

허기를 달래고 난 후 일행들은 옛 추억을 더듬으며 어린 아이들에게 나뭇잎으로 만든 모자와 배를 만들어 주고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만들어 주는 등 동심 세계로 여행을 시작했다.

나뭇잎배를 물에 동동 띄워 누구 배가 더 빨리 내려가나 경기도 했다. 내가 띄운 배가 돌에 걸려 다른 배에 뒤쳐질 때면 돌을 피해 가도록 손으로 물장구치듯 물을 밀어 내기도 했다.

너무 물을 세게 밀어 배에 물이 들어가서 침몰하는 배도 속출했다. 이 날 승부의 순위는 애초부터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순위를 따지기보다는 동심의 세계를 즐기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 나뭇잎배를 띄우며 아이들과 같이 웃고 즐긴 것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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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계곡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울창한 나무들과 깨끗한 계곡물. 오른쪽 하단은 아이들이 직접 잡은 다슬기. ⓒ 김동이

이런 저런 놀이를 즐긴 후 일행들은 계곡 이곳저곳에 서식(?)하고 있는 다슬기를 잡기 시작했다. 계곡 위 아래를 오가며 잡은 다슬기가 종이컵에 가득 찰 때쯤 일행들이 있던 곳에서는 다시 삼겹살 파티가 시작되었다.

다슬기 잡고 신나게 놀이를 즐겼던 터라 때마침 허기를 느꼈던 일행들은 다시 한 자리에 모여 고기를 구워먹으며 연신 이야기꽃을 피웠다.

날이 점점 깊어가자 계곡에 놀러왔던 사람들도 자리를 떠나고 싸늘한 바람이 밀려왔다. 한 여름 같으면 밤을 지새워 놀겠지만, 아직 늦게까지 계곡 정취를 즐기기에는 너무 때가 일렀다. 일행들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짐을 챙기며 서로 한마디씩 했다.

“지금이니까 사람이 없어서 우리가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놀지 여름에는 아마도 좋은 자리 잡기가 어렵겠지?”
“그러면 차라리 여름에 오지 말고 조금 더 일찍 와서 놀자!”

사람들은 계곡을 떠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더위가 너무 일찍 찾아왔지만 아직은 계곡을 찾기엔 때가 이르다. 하지만,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가족과 함께 계곡을 찾아 동심의 세계로 빠져보는 것도 좋은 추억을 만드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수계곡 #동심 #나뭇잎배 #속리산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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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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