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prions)'이 파괴한 뇌의 사진. 뇌조직에 스폰지 같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USDA
쇠고기 수입을 주도하는 정부관계자와 수입업자들은 "미국인들은 안심하고 먹는데 왜 호들갑이냐"고 주장한다. 미국인이 먹는 것은 한국인도 조용히 따라서 먹어야 한다는 논리도 기이하지만, 무엇보다 그 주장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 미국인은 결코 자국산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지 않으며, 한국에서 먹는 것과 같은 부위를 같은 방식으로 먹지도 않는다.
미국의 신문과 방송에서는 광우병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광우병적' 대처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도축기업들과 유착해서 "국민들의 밥상을 러시안룰렛으로 전락시켰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한다. 그 결과 '홀푸드(Whole Food)'와 같은 유기농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느는 것은 물론, 치즈와 우유, 그리고 계란까지 거부하는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의 수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자체적인 지침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티본 스테이크나 갈비처럼 뼈가 붙은 부위의 살코기를 먹는 것은 위험하며, 뇌나 척수 등의 신경조직이 포함되기 쉬운 간 고기(분쇄육)과, 뼈 근처의 조각고기로 만드는 소시지, 피자토핑, 미트볼, 햄버거 패티 등도 피해야 한다. 부위와 관계 없이 뼈와 함께 굽거나 끓이는 것 역시 광우병의 원인인 변형단백질의 섭취의 가능성이 높이는 위험한 조리 방법이다.
'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되는 소의 머리와 척수는 물론, 전문가들이 위험부위로 구분하는 사골, 도가니, 꼬리, 갈비 등을, 그것도 장시간 물에 끓여 먹는 식습관을 가진 한국에서는 같은 쇠고기라도 훨씬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음식은 갈비구이, 설렁탕, 곰탕, 갈비탕은 물론 냉면과 라면스프, 조미료에 이르기까지 고기와 뼈를 같이 요리하거나 장시간 우려내는 조리법이 보편화 되어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식습관의 차이를 설명하며 미국정부를 설득했어야 옳다.
더구나 원산지 표시에 대한 규제가 허술하고 사후에 문제가 된 소의 기원을 추적할 아무런 장치도 갖추지 않은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30개월 미만의 살코기'가 광우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밝혀졌다. 일본에서는 21개월짜리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견되었고, 미국에서는 뼈와 인접하지 않은 근육부위에서도 광우병을 유발하는 변형단백질이 검출된 바 있다.
광우병이 아니어도 미국산 쇠고기는 여러 측면에서 국민보건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에 수입된 쇠고기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되었고, 최근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스완 교수 팀은 미국산 쇠고기를 즐겨 먹는 임산부일수록 남자 태아의 정자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학자들은 미국산 쇠고기에 널리 사용되는 성장 호르몬이 무/저정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잔류치는 유럽연합으로 하여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금지 조처를 내리게 했으나, 한국 정부는 호르몬 잔류치에 대한 아무런 기준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이미 검출된 다이옥신에 대해서조차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이미 위험한 살코기를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 뼈를 포함한 갈비까지 수입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시민사회는 미국정부의 광우병 관리체계에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해 왔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일본처럼 식용으로 도살되는 모든 소에게 광우병 검사를 의무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도리어 기존의 1% 검사를 0.1%로 줄이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내렸다. 강인규
이제까지 희생시킨 국민만으로 충분하다
미국사회가 보여주고 있듯, 광우병을 더욱 치명적으로 만드는 것은 강한 '은폐의 기제'다. 아무도 이 병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거나 다루고 싶어하지 않는다. 목축업자와 정부는 뚜렷한 증세가 없는 광우병을 밝히기는커녕, 드러난 광우병조차 숨기고 싶어한다.
인간 광우병 환자는 의료계에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2004년 미국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의 의사들이 의료도구의 오염 부담으로 인해 "광우병 사망자의 부검을 꺼린다"고 답했다. 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들은 장례 과정에서조차 차별 받는다. 장의사들 역시 감염의 위험으로 인해 이들의 사체를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환자 자신이나 가족들은 발병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정부, 산업계, 의료계 그리고 가정을 아우르는 이런 은폐의 기제는 인간광우병의 대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단 한국사회에 광우병이 도입되고 나면 한국 정부의 불투명한 정책수행 과정과 결합해 그 어느 재난보다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냐" 식의 안일한 태도를 가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광우병에 대한 시민사회의 당연한 우려를 '3류 공포영화 수준의 괴담'이라고 힐난한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FTA 하면 광우병 걸린 소가 들어온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한국정부는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 그리고 대구지하철 참사 등 부실한 안전관리로 수 많은 국민들의 목숨을 빼앗은 불명예스런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얼마나 더 괴담을 현실로 만들어야 교훈을 얻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정부를 인내해야 하는가.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감염소. 미국에서는 지난해까지 세 건의 공식적인 광우병 사례가 확인되었으나, 광우병 증세를 포함해 비상적인 증상을 보이는 상당수의 소들이 아무런 조치도 없이 도살되어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다. US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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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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