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가득, 웃음이 넘치는 장터

춘천시 석사동 제1회 꾸러기어린이장터

등록 2007.05.28 13:34수정 2007.05.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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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풍경 ⓒ 이선미

5월 26일 토요일 오전 11시. 유난히 햇빛이 쨍쨍하다. 석사동 현진애버빌 옆 놀이터에 천막이 하나 둘 세워지고, 마녀모자를 쓴 어머니도 등장한다. 노래소리가 흘러나오자 아이들이 돗자리를 들고 놀이터에 찾아 들었다.

이 날은 춘천시 석사동 꾸러기어린이장터가 열린 날이다. 후평동 꾸러기어린이도서관의 연례행사인 어린이 벼룩시장 꾸러기어린이장터가 석사동에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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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페인팅 ⓒ 이선미

춘천시 석사동은 지난 2006년 12월 현진애버빌 관리사무소 2층에 석사퇴계 꾸러기어린이도서관을 개관했다. 후평동에 이어 두번째로 만들어진 꾸러기어린이도서관으로 30여명의 자원활동가와 함께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석사퇴계 꾸러기어린이도서관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위치하고 있지만, 춘천시 석사동과 퇴계동 주민들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동네 도서관이다.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야기'나 엄마들을 위한 '북아트 강의'등을 진행하고 있고 어린이장터와 같은 다양한 동네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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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포를 파는 가게 ⓒ 이선미

석사동 꾸러기어린이장터는 처음 열린 것이라 대체로 물가가 비쌌다. 15,000원짜리 차부터 1,000원짜리 쥐포까지 후평동에 비해 물가가 비싸 아이들이 선뜻 물건을 사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가격이 낮추어지면서 장터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후평동과는 달리 석사동은 초등학생 고학년보다 6-7살 아이들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초보 장사꾼'이다보니 흥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아이들은 우물쭈물하며 진땀을 빼기는 했다. 하지만 한해 두해 지나면 이 아이들도 꾸러기어린이장터에 없어서는 안될 최고의 장사꾼이 될 것이 틀림없다. 후평동도 딱지만 팔던 친구들이 어느새 훌쩍 커 떡볶이 분식점을 열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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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을 하는 아이들 ⓒ 이선미

석사동 꾸러기어린이장터는 아이들이 참여하는 부대행사가 다채로웠다. 스펀지를 패러디한 '어린이도서관은 □□□다'라는 괄호넣기 보드판 행사부터 '손바닥 도장 찍기', '어린이북아트 무대북 만들기', '미니분식점', '마녀와 함께 그림책이야기', '페이스페인팅', '빨랫줄에 종이옷 널기' 행사 등이 이어졌다.

그 중 '마녀와 함께 그림책이야기'는 놀이터 정자 그늘에서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여 마녀모자를 쓴 어머니가 책을 읽어주는 자리였다. 손자벌 아이들을 데리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머니는 마녀모자를 쓰고 아이들에게 오근조근 이야기를 잘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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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를 하다가 잠깐 딱지치기를 ⓒ 이선미

바로 옆 정자에서는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엄마' 를 읽고 종이옷을 그려 빨랫줄에 널어보는 놀이를 했다. 어린 아이들은 정성스럽게 옷을 만들어 빨랫줄에 널어보고는 흡족한 듯 웃음을 지었다.

뜨거운 햇볕에 모두가 얼굴이 붉어져 동분서주 정신이 없던 장터였지만, 모두가 함께 만든 장터이기에 의미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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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를 낀 멋쟁이 장터 손님 ⓒ 이선미

어린이장터를 계기로 석사동도 작은 공동체 행사들이 자주 열려 생기가 감도는 따듯한 동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점점 사라져가는 동네 공동체 문화, 어린이장터와 같은 작은 시도가 주민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가 뒤섞인 꾸러기어린이장터. 활기가 넘치는 이런 동네행사가 많은 이들의 가슴에 따뜻한 씨앗 하나를 심어준 것 같아 마냥 흐뭇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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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 함께하는 그림책이야기 ⓒ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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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장 찍기 ⓒ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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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에 종이옷 널기 ⓒ 이선미

덧붙이는 글 | 이선미 기자는 춘천시민광장 부설 꾸러기어린이도서관(후평동)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선미 기자는 춘천시민광장 부설 꾸러기어린이도서관(후평동)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장터 #춘천 #석사동 #공동체 #장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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