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해준 팥죽 맛!

[재래시장을 살립시다] 정읍 구 시장 '옛날 팥죽'

등록 2007.05.29 14:11수정 2007.05.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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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읍 구 시장에서 팥죽식당을 운영하는 최춘자, 고경수 모녀

정읍 구 시장에서 팥죽식당을 운영하는 최춘자, 고경수 모녀 ⓒ 정읍시민신문


그 어느 곳보다 사람냄새가 묻어나고 주름진 상인들의 웃음이 살아 숨 쉬는 곳 재래시장. 최근 재래시장을 살려야 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온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과 시설의 낙후로 인해 점차 손님들의 발길이 줄고 있는 정읍 재래시장상인들은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낙천적인 사람들이 워낙 많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재래시장. 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재래시장 상인들을 매주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정과 사람냄새 묻어나는 곳, 재래시장

재래시장에는 다양한 냄새가 있다. 생선 가게를 지날 때면 비린 냄새가 나고 반찬 가게를 지날 때면 매콤하고 짠 냄새가 풍긴다. 하지만 이것은 향수다. 이 정겨운 향수를 맡으며 지나다 보면 코끝을 파고드는 구수한 팥죽 냄새가 난다. '옛날 팥죽'이란 정겨운 이름의 식당은 최춘자(65), 고경수(35) 모녀가 운영하고 있다.

5년 전부터 시장에서 팥죽식당을 시작했다는 최씨는 농사를 업으로 여기던 농군이었다. 그렇게 시골에서 살아가던 중 농약에 중독 돼 일을 계속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는 식당은 이제 제법 기반이 잡혔다고 한다.

"농번기라서 그렇겠지만 요즘 다들 힘들다고 해요. 하지만 올해는 벚꽃이 예쁘게 오래 간 걸로 봐서 풍년이 분명할 겁니다. 풍년이 되면 장사도 더 잘 된 다우. 그러니 걱정들 그만 했으면 좋겠어."

최 할머니의 '예언'이 적중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반가운 말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팥죽을 맛있게 먹고 있던 이호금(61·산외)씨에게 재래시장을 찾는 이유를 물었다. 이 할머니는 "마트는 뭐든지 딱딱 정해져있어서 정이 없어, 시장에 오면 덤이란 게 있어서 물건도 싸게 살 수 있고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좋지."

"사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잘 되는 집은 늘 사람이 붐벼요."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최씨의 말이다. 이러한 말들을 들으며 재래시장 내 모든 상가들이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원조'라고 해서 다 맛있고 잘 만드는 게 아닌 것처럼 아무리 경기가 어렵더라도 꿋꿋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노하우 개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손님이 너무 맛있어서 다시 오게 됐다고 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며 밝게 웃는 두 모녀의 행복한 모습이 영원하길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전북 정읍지역신문 '정읍시민신문'에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전북 정읍지역신문 '정읍시민신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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