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 안꺼지는 소화기 사라니..."

소방방재청 '투척용 소화기' 소급적용· 의무 설치 논란

등록 2007.05.29 17:05수정 2007.05.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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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청이 오는 6월 7일까지 전국의 모든 '노유자(어린이집, 유치원, 노인복지시설 등) 시설'은 현재 설치된 소화기 갯수의 2분의 1 이상 '투척용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투척용 소화기란 소화용 액체를 병에 담은 소화기로 시중에서 2만원 가량인 일반 소화기(3단위)에 비해 50배 이상 비싼 가격인 108만원에 팔리고 있다.

애초 소방방재청 소방제도팀은 지난해 12월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된 직후 "소급설치가 아닌 신규 노유자 시설에만 시행령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제처에 스스로 제정한 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맡긴 뒤 올해 4월에 "시행령 이전 시설에도 해당돼야 한다"며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기존 노유자 시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런 소급적용... 노유자 시설 '반발'

기존 노유자 시설이 반발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투척용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 시행령에 따라 투척용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이를 다시 어길 경우 1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하지만 정작 시행령 소급 적용을 받는 노유자 시설은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사)유치원연합회 서울지부 관계자는 "유치원에 투척용 소화기라니 처음 듣는 얘기"라며 "연합회 회의에서나 소방서에서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으며 만약 사실이라면 연합회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소방관들도 시행령 소급 적용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소방서 점검팀 담당자들은 "다중이용업소 특별법 시행 후 대전의 경우 휴폐업률이 50%에 가깝고 업주들이 일선 소방관들에게 불만이 크다"며 "이제 노유자 시설에 고가격의 투척용 소화기까지 갑자기 소급 적용해 비치하도록 만들어야 하니 떳떳이 점검을 해야 하는 소방관들이 처음 보는 소화기 판매원까지 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소방방재청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지만 점검하면서 물건까지 팔아야 하는 소급 법령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시험중 유리 파편 튀고 불도 안꺼져

투척용 소화기의 더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울산의 한 석유화학업체 L부장은 " 지난 2005년 울선소방서에서 안전협의회 행사 중 투척용 소화기 업체에서 불을 붙이고 직접 던져서 시험을 해보는 것을 울산 공업단지내 40-50개 회사에서 관람했는데 소화탄을 몇개를 던져도 꺼지지 않아 웃음거리가 돼 버렸다"며 "그 후 기업체에서 단 한 개도 구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런 제품이) 소방검정공사 테스트를 어떻게 통과 했는지 모르겠다"며 "노인이나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는데 불이 잘 꺼지지도 않을 뿐더러 유리 파편이 눈에 튀면 어찌 될지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과연 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포항의 한 제강업체 T팀장 역시 "회사 임직원들이 다 있는 상태에서 효과가 좋다해 투척용 소화기 시범을 보였는데 망신을 당했다"며 "산소를 억제하여 순간진화 하는 방식인데 개방된 장소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장 말아먹을 사람이라는 얘기까지 들었으니 말 다 한것 아니냐"며 투척용 소화기의 성능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상황이 이런데도 투척용 소화기를 만드는 업체는 지난 2월 노유자 시설들에 '투척용 소화기가 의무, 소급 설치이며 과태료가 부과되니 빨리 구매하라'는 내용의 안내지를 보냈다. 소급 적용에 대한 법제처 유권해석이 나오기 전부터 안내문을 발송한 것이다.

당시 전국의 소방서는 '소급 설치가 아니니 강매에 주의할 것'이라는 안내문을 각 노유자 시설에 발송했지만, 소방방재청은 2개월 뒤 '소급 적용' 공문을 일선 소방서로 내려보냈다. '강매 주의' 안내문까지 보냈던 소방서에서는 불과 2개월 만에 또 다시 투척용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공문을 보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소방방재청이 '투척용 소화기' 제조 업체를 위해 법령을 제정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법제처 담당자는 "소방방재청에서 의뢰한 투척용 소화기 관련법에 대한 유권해석만을 했을 뿐"이라고 책임을 피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119매거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119매거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소방법 #방염 #다중이용업소 #노유자 #소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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