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IT 자문위원 "FTA 비준 안될 수도"

29일 서울디지털포럼 특별세미나에서 엘리 노엄 교수 발언

등록 2007.05.29 17:57수정 2007.05.2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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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9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무궁화홀에서 서울디지털포럼 2007 개막에 앞서 '한미FTA가 미디어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특별세미나 열렸다.

29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무궁화홀에서 서울디지털포럼 2007 개막에 앞서 '한미FTA가 미디어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특별세미나 열렸다. ⓒ 서울디지털포럼 2007

"한미FTA가 미국 미디어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농산물이나 공산품 분야와는 달리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이미 미국 미디어시장은 콘텐츠, 배급, 장비 등 세 부문에서 상당히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FTA에 대해 미국 미디어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또 대선이 치러지는 해인데다가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디지털포럼 정식 개막에 앞서 29일 '한미FTA가 미디어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열린 특별세미나에서 엘리 노엄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는 기조연설을 통해 한미FTA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인 여론을 소개하면서 미국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록 과장과 엄살이 섞인 전망이라고 하더라도 2003년 백악관 IT 자문위원으로 임명됐고 <온라인 파이낸셜 타임즈>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한 미국 경제학자의 발언이기에 객석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엘리 노엄 교수의 발언은 바로 이어진 전망과 주문에 좀 더 무게가 실렸다. 그는 "그 같은 부정적 분위기 때문에 한미FTA 추진론자들로선 한국 측에 더 많은 양보를 계속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함께 리더십을 발휘해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덧붙였다.

한미FTA가 미국 미디어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필립 에반스 보스턴컨설팅그룹 수석 부사장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특별발표를 통해 "장비 등 제품의 경쟁 우위로 글로벌시장에서 유리한 분야와 신문 등 유통의 경쟁 우위로 국내시장에서 유리한 분야에선 이미 게임이 끝난 상태"라면서 "따라서 한미FTA가 시행되더라도 전반적인 미디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필립 에반스 수석 부사장은 제품과 유통의 경쟁 우위가 맞물리는 음반과 비디오게임 부문에선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비디오게임업계에서 할리우드식 기업형태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가상현실 게임인 '세컨드 라이프'를 예로 들면서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뉴미디어시장에서는 그 같은 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엘리 노엄 콜럼비아대 교수

엘리 노엄 콜럼비아대 교수 ⓒ 서울디지털포럼 2007

미국은 한 목소리, 한국은...

미국에서 온 발표자들은 한미FTA의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측한 반면 국내 참석자들은 모두 국내 미디어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미FTA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선 엇갈리는 입장을 보였다.

먼저 김대호 인하대 교수(언론정보학)는 특별발표에서 "한미FTA 체결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이며, 따라서 한미FTA를 "우리 미디어업계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진일보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 특히 미디어와 IT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로 새로운 시장 틀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필요없이 새롭게 별도의 공공기관을 만드는 대신 ▲PP(프로그램사업자)업계와 채널업계는 통합ㆍ재편 등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미국드라마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본받아 제작시스템을 개선하고 ▲관련 제도를 개혁할 것 등을 제안했다.

패널로 나선 최민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다소 조심스러웠다. 그는 방송위의 기본 방침을 "방송시장에서 무료ㆍ보편적인 영역은 개방하지 않고 유료ㆍ사적인 영역은 최소한으로 제한적 개방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소개한 뒤 "미디어산업에서 콘텐츠 제작 지원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PP 콘텐츠제작센터 건립 등 여러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지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국내 미디어업계의 비상한 노력, 정부 지원책의 병행과 함께 미국 메이저 미디어그룹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미국 측에 "미국 프로그램 수출을 통해 단기간에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좀 더 길게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내 제작 환경도 키워 좋은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해외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시청각·미디어 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방송영상학)는 한미FTA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 입장이었다. 그는 반대의 이유를 "미국의 초국적기업과 국내 재벌의 이해관계에서 왜곡될 수 있는 사회와 산업을 대중적 관점에서 지켜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이어 "한미FTA 논의 과정에는 국가와 자본 에이전트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참여가 필요하다"면서, 실질적인 논의를 위해서 정부나 기업 등 한미FTA 추진론자들에게 "추상적인 전망이 아니라 분명하고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서울디지털포럼 2007은 '미디어 빅뱅!'을 주제로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다.
#한미FTA #미디어시장 #서울디지털포럼 #엘리 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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