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섹스 앤더 시티' 언니들 수고했어요

[리뷰] 드라마 <로맨스 헌터> 종영

등록 2007.05.30 09:54수정 2007.06.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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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더 시티>의 캐리와 한 핏줄 자매 홍영주 ⓒ tvn

이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확실한 직업군을 가진 당당한 커리우먼이 대세다. 그저 순종적인 전업주부 혹은 가난하지만 씩씩한 캔디형은 설 자리가 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이상하게도 직업이나 성격 등 무엇 하나 빠진 것이 없지만 연애와 사랑에는 숙맥이다.

그러한 여성은 먼 나라 미국에서 건너와, 어느덧 우리나라 여성들도 그들과 이복자매를 자청하고 나섰다. 그 중의 원조 언니는 <앨리 맥빌>앨리는 변호사지만 번번이 연인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는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언니 <섹스 앤더 시티>의 캐리는 칼럼니스트로 당당한 뉴요커지만 언제나 사랑에 갈증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나라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언니가 바통을 받아 전국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 바로 케이블 채널 인기프로 <로맨스 헌터>가 있다. <로맨스 헌터>가 얼마 전 종영했다. 평균 시청률 1%. 케이블 채널이 시청률 1%를 넘기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시청률이었다. 게다가 작품성에서도 인정을 받아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눈길을 끌고 있다.

캐리와 한 핏줄인 영주와 친구들

그런데 이들 여성이 등장하는 드라마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것은 늘 언제나 마음속으로 독백하는 여성과 전혀 생각을 알 수 없는 욕정적인 남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언제나 여성들은 사랑에 있어 자신의 감정을 중요시하고 남성들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로맨스 헌터>는 <섹스 앤더 시티>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이런 문제들을 더욱더 극렬한 대립으로 승화했다. 우선 <섹스 앤더 시티>와 닮은꼴을 찾아본다면 바로 캐리와 <로맨스 헌터>의 영주(최정윤)의 비슷한 캐릭터 설정이다. 약간 엉뚱하면서도 덜렁거리는 성격부터 직업까지, 쌍둥이 자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섹스 앤더 시티>에서 캐리가 사랑과 섹스에 대한 칼럼을 썼다면 <로맨스 헌터>의 영주는 사랑과 섹스를 상담하는 로맨스 헌터다. 다만 다소 생소한 직업군을 사용했다는 점만 다를 뿐 그녀들은 한 핏줄이다.

그리고 역시나 그녀들에게 약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오히려 사랑과 섹스에 밀접한 직업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의 사랑과 섹스라이프는 신통치 않다. 이것뿐이 아니다. 캐리에게 미란다, 샬롯, 사만다가 있다면 영주에게는 절친한 친구와 직장 동료가 함께 한다. 그리고 그녀들은 늘 공통의 과제 '사랑과 섹스'를 두고 담론한다.

그렇지만 <로맨스 헌터>는 <섹스 앤더 시티>의 아류작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성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취미 등이 비슷한 주요 소재로, 번번이 사랑에 실패하면서도 또 다른 사랑을 꿈꾸고, 결혼에 갈증을 느끼는 모습은 공통적이지만 나름대로 한국적으로 해석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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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을 사랑한 두 커풀은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줘 공감을 얻어냈다. ⓒ tvn

일단 영주 위주의 친구와 동료가 그렇다. 영주의 절친한 친구 안남희(전혜진)는 샬롯처럼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더욱더 지고지순한 여성이다. 한 남자를 10년간 사랑하고 그를 위해 헌신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완벽한 결혼을 꿈꾸며 노력하는 샬롯과는 분명 다르다. 그녀는 완벽한 결혼을 꿈꾸지 않는다. 다만 한 남자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또한 동료들인 송한나(채민서)와 심수연(고다미)은 미란다와 사만다를 연상케 하지만 오히려 송한나는 미란다와는 정반대 성격으로 허영있는 여성이다. 심수연은 사만다처럼 성에 있어 적극적이지만 사만다처럼 특별한 가치관 따위는 없다.

약간의 캐릭터 수정으로 무엇이 그리 변화했을까 싶지만 이들 캐릭터의 변화로 인해 당연히 내용도 조금씩 우리나라 정서에 맞춰 바뀌게 되었다. 특히 백향진(신소미)은 유일한 유부녀로 무능한 남편과 결혼해 경제를 책임지는 주부로 등장해 결혼 생활의 고달픔을 보여줘 현실감을 더해주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은 라디오라는 친숙한 친구를 이용해 우리의 마음속을 파고들어왔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로맨스 헌터>는 단지 <섹스 앤더 시티>의 아류작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사랑은 감성으로 하는 여성 VS 단순하고 이기적인 남성

그리고 <로맨스 헌터>의 여성을 제외한 남성들과의 대립은 굉장히 재미나게 그려지고 있다. 이것은 <로맨스 헌터>가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 즉 <섹스 앤더 시티>에서도 갈팡질팡한 빅이 등장하고, 어리석고 단순하면서도 이기적인 남성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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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더 시티>와는 다른 유부녀를 등장시키며, 결혼의 현실성을 보여줘 차별화를 이루었다. ⓒ tvn

하지만 그것이 여성과의 대립이기보다는 그저 여성들의 사랑관과 다름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면에서 <로맨스 헌터>에서는 오히려 여성과 남성이라는 생물학적으로, 정신적으로 다른 사랑관을 지닌 존재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사랑과 섹스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사랑, 섹스 취향이 뚜렷한 여성들과 다채로운 남자들은 사랑과 연애를 시작하지만 곧 여성들은 "저 남자 생각보다 이상한데?" 혹은 "왜 저렇게 이기적이야!"라고 말하곤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내용 전반에 걸쳐 이러한 대립과 갈등은 심화되고, 혹은 화해를 하기도 하지만 결국 단순하고 이기적인 동물인 남성의 모습에서 일어난 파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 현실감을 더했다.

특히 안남희(전혜진)의 오랜 남자친구 한동민(최욱환)의 이기적인 행동은 장기 연애를 하는 연인에게는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이들의 사랑 패턴에 많은 공감을 표시한다.

하지만 <로맨스 헌터>는 대립과 갈등으로 두 존재는 원천적으로 화합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끝내지 않는다. 그러한 사실을 두 존재가 인정하고 화해와 소통을 맺는 방법을 택한다. 사실상 연애의 갈등이 없는 관계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 <로맨스 헌터>는 이러한 사실적인 사랑과 연애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현실적으로 풀어내는지를 보여줘 한 뼘 성장하는 성숙한 여성으로의 모습을 탄생시킨다.

결국 이 귀엽고 발칙한 여성들의 성장담을 보여주면서 그녀들이 겪는 성장통이 곧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음을 이야기함으로써 다소 동떨어졌던 <섹스 앤더 시티>의 언니들과는 또 다른 동질감을 이끌어 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로맨스 헌터 #섹스 앤 더 시티 #내 이름은 김삼순 #케이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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