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에서 - '아버님 제 손잡고 오래오래 사세요.'김옥자
'부모님은 살아서 가만히 방 구둘만 지키셔도 등이 든든하제.'
결혼 전, 친정에서 할머니께 심심찮게 듣던 말이다. 그런 가정 교육을 받고 자라서인지 멀쩡하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홀로 계신 아버님을 모시겠다고 낙향하는 남편을 말리기는커녕 한 술 더 떠서 '생각 잘 했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렇게 남편이 시골로 간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났다. 그 1년이란 시간은 남편을 시골 농투성이로 만들었고. 어쩌다 한 번 올라오는 그의 서울행은 애써 땀으로 지은 농사의 결실인, 양손에 들린 보따리가 그의 시골 생활을 대변한다.
말이 좋아 땀의 결실이고, 말하기 좋아 무공해 식품이지 그것이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기까지 시골의 하루는 그야말로 몸으로 시작해서 몸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점점 까매지는 남편의 얼굴을 보며 처음에는 진정 우스워서 웃었는데, 살이 빠지며 겉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요즘은 가슴이 알싸하니 '생고생 하는구나' 하는 착잡한 심경이다.
진정 입에 발린 소리는 아니지만 "여보, 나도 시골 내려 가서 살까요?"라고 물어 보면 "당신은 시골 생활 못해. 그리고 하는 일도 있잖아. 아직은 나 혼자 할 만해요"라고 대답할 때면, 고맙다기보다 '우리 아버님은 참 효자 아들을 두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님은 원래도 건강하셨지만 요즘은 더 건강해지셔서 얼굴에 화색이 만연하시다. 읍내에 혼자 나가셔서 머리도 깎고 농협일이나 군청일도 보러 다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