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정거장 1500원, 네 정거장 2700원?

[기획리포트] 대중교통 무료환승 혜택 사각지대 많다

등록 2007.05.31 08:38수정 2007.05.3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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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철도 계양역 개찰구. 서울지하철이나 인천지하철 등 타 수도권전철과 달리 공항철도는 민간기업에서 건설한 민영철도(사철)로서 서울특별시 주도의 대중교통통합요금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 이준혁

인천시 계양구 박촌역 가까운 집에서 서울 D대학까지 통학하는 편아무개씨. 편씨는 지난 3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사이를 오가는 인천국제공항철도(아래 '공항철도') 개통 당시 큰 기대를 걸었다. 지금까지 수도권전철을 이용하여 서울로 가려면 거대 환승역으로 유명한 부평역에서 수도권전철로 갈아탄 후 부천을 거쳐 한참 돌아가야 했지만,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서울지하철 5호선(아래 '서울5호선')의 김포공항역까지 단 세 정거장이면 돼 통학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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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 요금(900원) 별도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인천1호선 계양역과 서울5호선 김포공항역간 '무료환승'만 허용해도 승객들은 900원을 아낄 수 있다. ⓒ 공항철도

그런데 편씨는 공항철도를 한 차례 이용해 본 뒤 급할 때가 아니면 예전처럼 부평역을 통해 서울로 다니고 있다. 문제는 교통카드를 이용하더라도 공항철도는 민영전철(사철)이라 별도의 운임체계를 통해 기존 수도권 전철과 무료 환승이 안 된다는 것. 게다가 일단 개찰구를 통과하면 노선버스를 거치지 않는 한 다른 전철 무료 환승이 안 되기 때문에, 인천지하철(1호선)-공항철도-서울지하철(5호선)으로 갈아탈 때마다 매번 900원씩 모두 2700원을 내야한다고 하소연한다.


이렇듯 서울과 수도권 전철노선 곳곳에는 대중교통 무료 환승 혜택의 '구멍'이 존재한다. 가까운 전철역인데도 환승 통로가 없어 무료 환승이 되지 않는 '단거리 단절부'(Missing Link)가 바로 그것. 현장 실험을 통해 그 실태를 살펴보고, 일본 사례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본다.

개찰구 통과하면 무료 환승 안된다?

2004년 7월 서울시 대중교통통합요금제(통합거리비례요금제) 도입 이후 전철-노선버스, 노선버스간 무료(할인) 환승이 일상화됐다. 오는 7월부터는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다.

아래 [표1]과 같이 통합거리비례요금제가 적용되는 대중교통수단 간에는, 기본운임(10km 이내 900원)을 내고 5번까지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30분 이내 환승만 가능, 10km 초과구간에서는 5km당 100원의 추가 운임). 단 개찰구를 통한 수도권 전철역간 환승은 무료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광역버스를 제외한 노선버스 간 환승이나 버스와 도시철도 간 환승과 달리, 도시철도의 경우 역사 내 환승 통로를 통한 환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환승 외 짧은 개인 용무 등 다른 목적으로 통합요금제를 남용하는 경우를 막는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이런 원칙 때문에 불편을 겪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표1] 서울특별시 대중교통통합요금제(통합거리비례요금제) 적용 대중교통수단 현황

 

대중교통수단

관리기관

비고

서울지하철 1~4호선

서울메트로

수도권전철

서울지하철 5~8호선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수도권전철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광역시지하철공사

수도권전철

인천/천안~구로~서울~청량리~의정부~소요산, 용산~덕소, 일산선, 과천선, 안산선, 분당선

한국철도공사

수도권전철

서울특별시 간선(B, 파랑/블루)버스, 지선(G, 초록/그린)버스, 순환(Y, 노랑/옐로우)버스, 마을버스

서울특별시, 각 운수업체

서울버스

 

(2007년 7월 1일부터 경기도 면허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와 함께 적용할 수 있도록 요금제 통합 추진 중)

ⓒ 이준혁

환승 할인받으려면 상당 구간 우회해야

[사례1] 용산역→신용산역, 동암역→간석오거리역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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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산역 출구 뒤편에서 찍은 사진으로, 사진 중앙의 유리 외벽이 용산역이다. ⓒ 이준혁

용산역(수도권전철)에서 신용산역(서울지하철 4호선), 동암역(수도권전철)에서 간석오거리역(인천지하철 1호선) 구간은 비교적 거리가 가깝지만 환승 통로가 없다. 남자 청소년 기준으로 도보로 각각 5분과 10분 정도면 승강장 간 이동이 가능하나, 개찰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무료 환승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환승 할인을 받으려면 가까운 환승역인 서울역이나 부평역을 거쳐 다섯 정거장 더 돌아가는 불편이 따른다. 도보로 양 역을 이동하는 경우와, 환승역인 서울역·부평역으로 이동 후 환승 통로를 통해 이동하는 경우 중 당연히 전자가 짧을 수밖에 없다.(용산역의 경우 용산-덕소간 중앙선을 이용해 이촌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으나 배차 간격이 시간당 3~5회로 길다.)

예를 들어 노량진에서 과천까지 가는 경우 노량진역에서 국철을 타고 서울역까지 우회한 후에야 서울지하철4호선 남쪽 방향을 이용할 수 있으며, 동막역 쪽에서 주안역까지 빠르게 이동하고자 인천1호선을 탄 승객의 경우 부평역까지 이동한 후 주안역으로 가야 추가운임을 지불하지 않는다.

하지만 용산역-신용산역의 경우는 양 역간 거리가 불과 230m 정도여서, 서울역이나 이촌역까지 가느니 두 역간 환승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일부 승객들은 용산역에서 하차 후 용산역 바로 앞을 지나는 5012번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 만에 내려 신용산역으로 환승하는 '도시철도-버스-도시철도' 방식으로 추가비용을 피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를 '무료환승' 때문에 굳이 버스를 타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례2] 계양역 → 김포공항역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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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촌역에서 송정역까지 전철을 이용하면 1500원이 들지만 3번 환승에 80분 넘게 돌아가야 한다. 반면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네 정거장이지만 운임이 2700원이 든다. ⓒ 서울메트로

앞서 사례를 든 편씨가 집에서 전철로 방화역까지 갈 경우를 가정해 보자. 환승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박촌역에서 동막행 인천1호선을 타고 부평역에서 내린 후 서울방향 수도권전철로 환승한 뒤, 신도림역에서 까치산행 서울지하철 2호선 신정지선으로 환승, 까치산역에서 방화행 서울5호선 환승 등의 과정을 거쳐, 총 39.3km의 거리를 90분 정도 걸려 이동(요금 1500원)하게 된다.

반면 계양~김포공항 구간의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이동거리는 총 11.1km에 환승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대신 삼중 요금(총요금 2700원)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는 개찰구 통과시 전철 노선간 무료 환승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때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용산역-신용산역 구간처럼 노선버스 끼워넣기를 활용할 수 있을까? 그러나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공항철도와 노선버스간의 무료 환승이 안 되기 때문에 일단 공항철도를 거치게 되면 이전 단계에서 전철을 이용한 기록은 버스 환승시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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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장의 카드로 [표2]의 실험을 진행했다. ⓒ 이준혁

그렇다고 무료 환승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바로 2개의 교통카드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다. 직접 실험을 해봤다. 우선 서울5호선 송정역에서 공항철도(김포공항-계양)를 거쳐 인천1호선 박촌역까지 실험 구간(다섯 정거장)으로 설정한 뒤, 단일 교통카드로 이용하는 경우와 공항철도 구간만 다른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경우, 김포공항에서 '버스 이용' 과정을 끼워넣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등 모두 네 가지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는 아래 [표2]와 같다.

[표2] 공항철도 경유 송정역에서 박촌역까지 환승 실험 결과

 

Card

No.

실험조건

결과운임 (단위:원)

#1

송정역-(서울5호선)->김포공항역-

(공항철도)->계양역-(인천1호선)->박촌역

[같은 교통카드 사용]

2,700

= 900(서울5)+900(공항)+900(인천1)

#2

송정역-(서울5)->김포공항역-(서울버스)->김포공항역-

(공항철도)->계양역-(인천1)->박촌역

[같은 교통카드 사용]

2,700

= 900(서울5+버스)+900(공항)+900(인천1)

#3

송정역-(서울5)->김포공항역-

(공항철도)->계양역-(인천1)->박촌역

[인천국제공항철도는 다른 교통카드 사용]

2,700

= 900(서울5)+900(공항)+900(인천1)

#4

송정역-(서울5)->김포공항역-(서울버스)->김포공항역-(공항철도)->계양역-(인천1)->박촌역

[인천국제공항철도는 다른 교통카드 사용]

1,800

= 900(서울5+버스+인천1)원+900(공항)

ⓒ 이준혁


실험 결과, 인천국제공항철도는 1회용 승차권이나 다른 교통카드를 이용하고, 대중교통통합요금제가 적용되는 서울특별시 면허 노선버스와 인천지하철 1호선 간의 30분 이내(야간 60분 이내) 환승시,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는 사실(Card No. #4, 인천국제공항철도 900원, 대중교통통합요금제 적용 구간 900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노선버스와 인천1호선간 환승이라도 하나의 카드로 인천국제공항철도까지 모두 이용했을 경우 직전 승차기록이 지워져 무료 환승이 불가능했다. 또 공항철도 구간을 표나 다른 교통카드로 이동하고 또다른 카드로 서울5호선에서 곧바로 인천1호선을 환승하더라도 개찰구를 통과한 이상 무료 환승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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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역 개찰구에서 김포공항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환승 통로. 인천국제공항철도는 1회용 승차권이나 다른 교통카드를 이용하고, 다른 대중교통수단은 서울특별시 면허의 노선버스를 중간에 포함하면 교통비 이중 부담은 막을 수 있지만, 이처럼 긴 환승통로 때문에 또 다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 이준혁


인접 역에 한해 개찰구간 무료 환승 허용해야

이런 사례는 이곳만이 아니다. 배차 간격이 긴 용산~덕소간 중앙선 노선 이용시 청량리역 지상역(중앙선)과 지하역(1호선)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차후 인천지하철 2호선이 완공된 뒤 검암역과 김포공항역의 경우나 신분당선이 완공된 뒤 강남역과 정자역의 경우 등 도시철도 신설 시 승객 이동 패턴 및 역사 위치, 환승 여건 등을 따져보면 그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

분명 도시철도간 환승시 역사 내 환승 통로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개찰구간 무료 환승을 허용하는 것은 대중교통통합요금제에 따른 무료 환승 본연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앞선 사례처럼 비효율이 발생하는 경우엔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실제 도시철도가 발달한 일본은 비슷한 경우 전철역간 무료 환승이 가능한 별도 개찰구를 만들었다(아래 상자기사 참조). 이처럼 특정 역에 한한 교통카드 처리 문제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면, 일회용 확인증을 발급하거나 교통체계상에 해당 구간을 운행하는 가상버스노선을 넣어 양 역의 개찰구에서 각각 두 차례 교통카드 접촉을 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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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의 텐진역(1호선) 개찰구는 2종류로, 좌측의 적색 개찰구는 텐진역을 끝으로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을 사람들을 위한 개찰구이며, 녹색 개찰구는 성인 남성의 도보 기준으로 7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텐진미나미역(3호선)으로 환승할 사람들을 위한 개찰구이다. 녹색 개찰구의 경우 1회용 승차권을 넣으면 다시 나오며 120분 이내에 텐진미나미역 녹색 개찰구에 넣을 경우 추가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 일본철도연구회 김성수

도시철도 승차 후 공항철도로 갈아타면, 교통카드에 남아있던 무료 환승시 활용되는 직전 승·하차기록이 사라지는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대중교통통합요금제에서 배제되는 공항철도 이용기록은 교통카드 내에서 다른 교통수단 이용기록과 분리해 별도 관리해야 한다.

교통전문가 한우진씨는 "시민들이 공공교통(대중교통)보다 개인교통(자가용)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중간정차 없어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지만 환승 불편도 큰 몫을 차지한다. 지금처럼 도보가 더 나은 환승 환경을 제공하는 구간에서의 환승 비적용은 비효율을 낳으며, 이러한 환승의 불편함은 공공교통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일본은 '오렌지색 개찰구'로 도보 환승 허용
[외국사례] 도쿄 히비야역과 유라쿠초역의 사례

▲ 히비야역과 유라쿠초역은 가까운 거리에 있으나 엄연한 별개의 역사이다. 하지만 두 역은, 특수개찰구를 통한 도보환승을 허용하는 도쿄의 대표적인 도보환승허용 역이다. 도쿄메트로는 두 역의 관계를 노선도상의 '느슨한 연결'을 통해 승객들에게 쉽게 알리고 있다.
ⓒ도쿄메트로(한국어사이트)
가까운 일본에서는 '가상 환승 통로'를 만들어 개찰구를 통한 무료 환승도 허용하고 있다. 일본 도쿄 히비야역과 유락죠역. 일본의 대표적 사철(社鐵) 업체인 도쿄메트로에서 운영하는 치요다선·히비야선(히비야역) 및 유락죠선(유락죠역)의 역으로, 두 역은 역 이름도 다르고 역사 위치도 약간 차이가 있으며 상호 환승 통로도 없지만 거리가 가까워서 양 역간 도보 환승을 허용한 대표적인 역사이다.

양 역에 따로 마련된 '오렌지색 개찰구(후쿠오카는 녹색 개찰구)'를 통과하여 상대편 역에서 30분 이내 갈아타면 무료 환승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즉, 환승 하차역의 오렌지색 개찰구에 1회용 표를 집어넣으면 회수되지 않고 환승 처리가 되어 나오며 이 표를 다시 환승 승차역의 오렌지색 개찰구에 넣으면 환승 처리가 되는 방식이며, 교통카드의 경우 두 개찰구를 이용시 별도 운임 적용이 되지 않는 방식이다.

이러한 특수 개찰구를 통한 환승은, 도쿄에서는 여러 역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총 8개 노선(요스바시선, 미도스지선, 다니마치선, JR고베선, JR교토선, JR오사카환상선, 한신 본선, 한큐 다카라즈카선)간 환승이 가능하다. 이밖에 오사카의 대형 환승역으로 꼽히는 우메다역의 요스바시선(니시우메다), 다니마치선(히가시우메다)에서의 환승(별도 환승 통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역 위치가 떨어져 있으며, 역 구분을 위하여 동/서 표기를 해놓음)과, 후쿠오카의 후쿠오카교통국에서 운영하는 구코라인(덴진), 나나쿠마라인(덴진미나미역)간의 환승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 경우에도 절차와 방식은 동일하다.

일본의 이러한 '통로를 통한 역사 밖 환승'은, 무수한 철도와 지하시설물이 존재하는 일본에서 더 이상 도시철도 환승 통로를 포함한 무언가를 담아낼 지하공간이 부족하여 자연스레 나온 환승 방법으로, 이를 통하여 환승 통로 공사에 따른 비용을 절감함은 물론 승객들 또한 먼 거리를 우회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게 하고 있다.

/ 이준혁 기자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기획취재기자단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기획취재기자단 기사입니다.
#공항철도 #지하철 #전철 #환승 #용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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