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사람은 이성친구 있으면 안돼?

노인 100명 상대로 설문조사... 사회참여·복지 프로그램 마련돼야

등록 2007.05.30 16:42수정 2007.05.3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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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80대 노모가 길에 버려진 사건이 발생했다. 자식들이 서로 노모를 모시지 않겠다고 다투다 길에 방치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에 의해 발견된 노모는 "길을 못 찾아서 그렇지 버려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껴안고 있는 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8일 발표한 '세계보건통계2007'에 따르면 2005년 통계를 기준으로 한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남성은 75세, 여성은 82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에 도달함으로써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26년에는 노인 인구의 비율이 20%를 넘어 초 고령화 사회, 2050년에는 세계 최고령 국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인 문제가 복지 차원의 중요한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노인 문제의 사회적 관심에 대해 지난 16일부터 경남 남해에서 열린 '고령 사회를 고민하는 국제학술대회'에서 한동희(47·여) 노인생활과학 연구소장은 "노인 문제는 정책과 제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사회가 가진 문화와 자원을 활용, 노인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창간 3주년을 맞은 김포 지역신문인 <김포저널>과 함께 그동안 가려진 노년층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 사회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노인 100명을 대상으로 하는 공동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김포시 노인복지회관'을 이용하는 불특정 노인 100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을 통해 이뤄졌으며 남자 58명, 여자 42명이 참여했다. 응답자의 연령 대는 ▲60대 35명 ▲70대 56명 ▲80대 9명으로 분포됐다.


설문 내용은 노후의 삶을 보람 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건인 ▲가족이나 배우자를 통한 애정 욕구의 만족 ▲경제적인 안정 ▲좋은 말상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 수행 ▲쾌적한 주택 ▲적당한 성적 만족 등에 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졌다.

이성 교제 50%, 성생활 56% 필요성 밝혀


a 설문조사로 나타난 노인 욕구의 여러가지 통계

설문조사로 나타난 노인 욕구의 여러가지 통계 ⓒ 김포저널

먼저 '이성 친구 즉 연인에 대한 생각'을 설문한 결과 '있다'고 답한 사람은 15명,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있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3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50%가 이성 친구에 대해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울러 '어떠한 이성 친구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69명이 '취미가 같고 정서가 맞는 친구를 원한다'고 답해 친밀감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경제적 능력이 있는 이성과 돌봐 주고 싶은 이성은 각각 5명이 답했다.

노년의 성생활에 대한 설문에서는 '꼭 필요하다'가 6명,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여의치 않다'고 답한 사람이 40명으로 노인층의 성적 욕구 정도를 나타냈다.

'노인의 성'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노인 문제를 전체적으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노인에게 성적 욕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거나 설령 성적 욕구를 인정하더라도 그 욕구 충족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노년층의 이성 간 교류에 대해 '주책'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미 10년 전인 96년, '아산사회복지 사업재단'이 '현대사회와 성윤리'라는 심포지엄을 통해 '노년층의 성문제'가 사회 복지학과 관련, 중요한 주제임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이 심포지엄에 참석한 정동철 신경정신과 박사는 '노년의 성과 성윤리'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65세 이상 남자 노인의 89.4%, 여자 노인 중 30.9%가 성기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66세부터 70세 노년층의 62.2% 가량이 월 1~5회의 성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하고 "노년의 성생활은 더 이상 주책스런 노망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에 근거할 때 노인층의 성적인 문제, 특히 노후에 배우자가 없는 노인의 성적 욕구를 위해 사회 복지적 측면에서 ▲일반인에 대한 노인의 성에 대한 정보 제공 ▲노인의 재혼을 위한 상담 사업 및 프로그램 제공 ▲각종 상담 기관에 성상담 전문가 배치 등이 필요함을 제기했다.

취미 생활 즐기고 싶다

지난해 '김포시노인복지회관'에서 관내 거주 노인 3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인복지 욕구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228명이 경제활동이 전무한 가운데 질병을 가진 노인들이 많았으며 더불어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번 설문에서도 31명이 '노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한 반면 34명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며 자녀가 책임질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26명은 기초생활보장 정도는 정부가 해줘야 하는 것으로 답해 69%가 노후 준비가 없음을 나타냈다. 반면 경제활동을 할 경우 만족하는 수입으로는 49명이 5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를 선택했다. 100만원 이상은 23명, 반대로 50만원 이내는 14명이 답했다.

용돈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은 46%가 노후 연금을 포함한 경제활동으로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고 했으며 ▲자식으로부터 받는 경우 33명 ▲늘 부족한 경우 5명 ▲기타 16명으로 54%가 용돈 조달에 문제가 있음을 밝혔다.

노년기에 대한 욕망 중 경제적 활동을 하고 싶다고 답한 사람은 13명인 반면 29명은 봉사 활동을 하고 싶어 했으며, 61명은 취미 생활을 즐기고 싶어 했다. 이는 경제적 여유와는 별개로 노인층의 욕구가 여유로운 생활을 요구하고 있으며 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노인을 위한 사회적 프로그램도 필요함을 나타냈다. 이같은 결과는 노인들로 하여금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복지 서비스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모로서의 합당한대우? 스스로 만족한다

한편 가족간의 문제에 대해 2가지의 설문이 진행됐다. 먼저 '자녀들에게 부모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보는가에 62%가 충분하다고 했으며 25%는 그렇지 않아서 많이 서운하다고 답했다. 결과로 볼 때 자녀와의 문제가 크게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54%가 홀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으며 36%가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고 답해 자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 강하게 작용하는 듯했다. 다만 7%는 실버타운이나 양로원 등 복지시설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령화로 인한 질병 및 장애 증가와 이에 따른 보호의 어려움 등으로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인 면에서 노인이 생활하기 적합한 주택, 즉 노인주택을 갖고자 하는 욕구는 있으나 경제적 현실과 여건이 그렇지 못해, 기대치도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설문을 시작하기 전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질문이 '자식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아니지?'라고 말했다. 그 말에서 스스로 자녀에게 충분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싶은 감정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각종 사회적 분위기에서 보듯 '온갖 정성을 들여 길러 놨더니 이제 힘없고 늙었다며 멸시받는 처지가 됐다'는 푸념이 노년층에서 일반적이란 점에서 그렇다. 질병에 걸려 병상에 눕기라도 하면 자식들의 서늘한 눈치를 보며 좌불안석이다.

특히 '로또 복권에 당첨될 경우 누구에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14%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고 답해 다소 충격이었다. 이어 가장 많은 48%가 '배우자'를 선택해 인생의 반려자에 강한 연대감을 보인 반면 20%만이 자녀에게 알리겠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노령화 사회에 앞서 노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위한 기초적인 것으로 노인복지에 관한 과제가 광범위함을 인식한 계기가 됐다. 노령화 사회에서 노인은 소수집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의 사회참여 방안과 복지 차원의 프로그램 접근이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사회적 관습에 의해 스스로 억압하려던 성적인 문제 또한 '인간적인 삶'이란 측면에서 사회의 프로그램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나타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고령화 #노인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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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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