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표현한 남녀의 동상이몽

작곡가 신동일 6월 2일 '연애담' 공연...개인 경험 곡으로 만들어

등록 2007.05.30 20:48수정 2007.05.3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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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년 베토벤의 나이 46세가 되던 해 그는 이제껏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곡을 만들기 시작한다. 의사이자 시인인 야이텔레스의 시 여섯 편에 곡을 붙인 <멀리 있는 연인에게>를 만든 것.

제1곡 '언덕 위에 앉아서'를 비롯해 '산은 푸르러' '가볍게 춤추는 작은 새여' '높은 하늘을 떠가는 구름' '5월이 되면' '여느 때의 노래로 이별을' 등 매 곡에 사랑의 느낌이 풍만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베토벤이 말한 '연인'이 누구인지는 지금까지도 논란거리다. 아무튼 6개의 가곡으로 된 이 곡들은 이후 연가곡(連歌曲, song cycle)집의 효시가 됐고, 이후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1823), <겨울나그네>(1827)를 작곡한 슈베르트에 이르러 크게 꽃을 피운다.

연가곡(連歌曲)은 여러 개 곡을 한 주제 아래 이어 붙였다는 뜻이지만, 낭만적인 가사와 제목 때문에 종종 연가(戀歌曲, a love song)로 오해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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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곡 형태의 공연인 '연애담' ⓒ 신동일

그걸 의도한 것일까. 오는 2일 서울 CTS 아트홀에서 작곡가 신동일이 발표하는 '음악과 이야기 연애담(戀愛譚)'은 노래하지 않는 연가곡(連歌曲)이면서 연가(戀歌曲)다. 연가곡은 성악곡을 뜻하기 때문에, 기악곡인 '연애담'은 연가곡이 아니다. 하지만 연애에서 결혼까지란 일관된 주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연애담'은 '노래하지 않는 연가곡'이라 부를 수 있다.

신동일은 1997년 <푸른 자전거>를 발표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국내 작곡가가 발표한 거의 유일한 뉴에이지 피아노 음반이었던 '푸른 자전거'는 KBS '스타 칼럼 아름다운 세상' 등 드라마, 일기예보, 다큐멘터리나 교양 프로그램, 광고 등 여러 곳에 배경음악으로 쓰였다. <마리이야기>를 연출한 이성강 감독의 단편 <우산>의 배경음악도 바로 <푸른 자전거>였다.

그가 곡을 붙인 그림책 <노란우산>이 2002년 <뉴욕타임스> 선정 최우수 그림책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문화관광부 2003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2003), 'KBS 국악대상 작곡 및 지휘 부문 수상'(2004)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그는 이후 침체기에 들어섰다. 어린이음악가로 변신했지만, 기대만큼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한 것.

이번 공연은 그동안의 침체를 벗고 다시 출발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연애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뜻에서 공연 제목을 '연애담'으로 잡았다. 그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신은경씨가 공연 무대에 함께 선다.

연주곡은 모두 17곡. 피아노,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등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지며 긴 연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시작은 '첫 만남', 이후 '망설임' '멀어져 가고' '다시 그대를 바라보며' 등 연인들의 일반적인 만남과 이별 공식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결혼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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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신은경씨 부부. ⓒ 신동일

곡과 곡이 바뀌는 중간중간엔 신동일, 신은경씨의 실제 연애 이야기가 내레이션으로 나올 예정이다. 현직 연극배우가 가벼운 몸짓과 함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 제목은 '동상이몽(同床異夢)'. 신동일씨가 실제 연애하면서 느낀 남과 여의 착각과 오해를 떠올리면서 이와 같은 제목을 붙였다.

"제가 마음을 고백한 적이 있어요. 은경씨의 표정을 보고 저는 제 마음을 받아들였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나중에 물어보니, 은경씨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이해를 못했더라구요. 그런데도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으니, 재미있는 거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생기는 아이러니와 이를 넘어서는 정서적 교감이 이번 작품의 주제다. 신동일씨는 이번 작업을 준비하면서 무척 즐거웠다고 말한다. 옛 연애편지를 꺼내 읽으면서 곡을 쓰고, 내레이션 대본도 썼기 때문.

'악기편성에 따라 3-5분 정도 되는 곡이 들락날락하면 산만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그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편성이기 때문에 악기 교체 시간이 길지 않고, 중간중간 내레이션이 깔려 자연스럽게 곡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정말 그런지는 공연을 봐야 알 일이다.

덧붙이는 글 | 2007년6월2일(토) 오후 5시 / CTS Art Hall(02-6333-2505, www.ctsarthall.com) /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서 대방역 방면 400m / 노량진 수산시장 맞은편 CTS 기독교 TV 건물 지하 / 입장권 : R석 20,000원 / S석 15,000원 / 02-584-9039, 010-2480-2962

덧붙이는 글 2007년6월2일(토) 오후 5시 / CTS Art Hall(02-6333-2505, www.ctsarthall.com) /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서 대방역 방면 400m / 노량진 수산시장 맞은편 CTS 기독교 TV 건물 지하 / 입장권 : R석 20,000원 / S석 15,000원 / 02-584-9039, 010-2480-2962
#신동일 #푸른 자전거 #연애담 #신은경 #연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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