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결전 - 15회

두레마을 공방전 - 15

등록 2007.05.31 10:47수정 2007.05.3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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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져라!”

짧은 투창을 든 건장한 너르족 병사가 먼저 힘차게 목책 위를 향해 창을 내던졌다. 창은 높이 솟은 목책을 넘지 못하고 아랫부분을 맞출 뿐이었다. 그 뒤를 이어 돌과 화살이 날아 들어갔지만 목책 위의 두레마을 장정들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그래도 이러한 공격이 몸을 노출시켜 활을 쏘고 장대를 휘두르던 두레마을 장정들을 위축시키기에는 충분해서 목책 위에서 밀려났던 사다리는 제대로 위치를 잡아나갔다.


“그만 쏘아라! 우리 사람들이 다친다!”

활과 돌을 쏘던 너르족 병사들은 일사분란하게 동작을 멈추고 대신 사다리를 타고 목책을 올라가는 병사들을 응원하는 함성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우와아! 와 와!”

“적이 또 다시 올라온다! 두려워 말고 적에게 맞서라!”

하달을 위시한 장로들이 전에 없이 악을 쓰며 독려하자 두레마을 장정들은 하나둘씩 목책 위에서 허리를 일으켜 사다리로 올라서는 너르족 병사들을 향해 돌과 오물을 마구 집어던졌다. 너르족 병사들은 혹은 돌을 맞고 머리가 으깨서 굴려 떨어졌고 혹은 오물을 뒤집어쓴 채 겨우 목책 위로 올라와 흐린 시야를 가눌 새도 없이 두레마을 장정들의 돌도끼를 맞이해야만 했다. 목책 위에서는 피가 튀고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이 불을 지르려 합니다!”

겨우 목책 위로 기어올라온 너르족들을 격퇴했는가 싶더니 하달에게 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하달은 지체 없이 너르족들이 불을 지른다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너르족들이 장작을 잔뜩 쌓아놓고 짐승의 기름을 목책 위에 발라놓은 채 이미 불을 놓아 검은 그을음이 마구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서 물을 가져오너라! 어서!”

하달이 악을 썼지만 두레마을 장정들의 행동은 그가 보기에 굼뜨기 짝이 없었다. 속이 탄 하달은 목책 아래로 달려가 직접 물을 길어 목책 아래로 쏟아 부었다. 하달이 이렇게 솔선수범을 보이니 두레마을 장정들은 물론 아녀자와 아이들까지 제 몸의 안위를 돌볼 틈 없이 줄을 서서 정신없이 물을 길러 나르기 시작했다.

반면 불을 지른 너르족들은 그을음으로 인해 제대로 공격을 할 수 없어 목책이 타 넘어지기만을 기다렸다가 계속 물이 쏟아져 내리자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어느 공격도 통하지 않게 된 너르족들은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고 목책 위에서는 승리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하달은 그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보다는 피해상황과 전과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서덜한은 손을 다쳤고 설반은 어깨에 화살을 맞았으나 깊은 상처는 아닙니다.”

“오련이 머리에 돌도끼를 맞았는데 정신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두가 돌을 나르다가 손을 다쳤습니다. 구파련이 목책 아래로 떨어져 적들에게 잡혀갔는데 생사를 알 수 없습니다.”

피해에 대한 파악은 거의 정확했으나 전과는 크게 부풀려져 정확하지 않았다.

“서쪽 목책에서 활로 쏘아 쓰러트린 적이 다섯, 밀어 떨어트린 적이 열이라고 합니다.”

“동쪽 목책에서 돌도끼로 찍어 떨어트린 적이 여덟이라 합니다.”

차분히 보고를 듣고 있는 하달과 장로들 앞으로 장정 하나가 미친 듯이 달려와 외쳤다.

“큰일 났습니다! 남쪽의 목책 문이 열려 그쪽으로 적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달은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어 잠시 할 말을 잃고 멍해져 버렸다. 승리에 들뜬 다른 장로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서 사람들을 모아라! 그쪽으로 가자!”

하달이 더 이상 생각해볼 것도 없다는 듯 벌떡 일어나 돌창을 움켜쥐고 달려 나갔다. 두레마을의 장정들도 당장의 위기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앞뒤 가릴 것 없이 손에 잡히는 무기를 주워들고 무작정 하달의 뒤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덧붙이는 글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결전 #두레마을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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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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