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엔 뼛조각, 이번엔 '통뼈'
"검역할 가치 없다, 모두 반송해야"

[현장] 농수산위 소속 의원 4명 갈비뼈가 발견된 보관창고 방문

등록 2007.05.31 23:07수정 2007.05.3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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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에 보관중인 뼈를 발라내지 않은 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에 보관중인 뼈를 발라내지 않은 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오마이뉴스 권우성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를 방문해서 뼈를 발라내지 않은 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를 방문해서 뼈를 발라내지 않은 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를 살펴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고의든 실수든 보통 문제가 아니다."

뼈가 붙어있는 갈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강기갑 민주노동당의 의원은 "너무나도 괘씸한 일"이라고 말했다. 자리를 함께한 홍문표, 최규성, 김낙성 의원도 "당장 반송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국회 농수산위 소속 국회의원 4명은 31일 오후 2시 뼈를 발라내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가 보관돼 있는 경기도 용인시 고매동의 수입 축산물 전용 보관창고를 찾았다. 지난 28일 뼈를 발라내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가 발견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보관창고에 간 것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 해 10월 수입재개 된 후 3번의 뼛조각 발견으로 전량 반송 폐기된 바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현재 이에 대해 잠정 수출중단 조치를 내린 상태다. 검역원은 30일 "해당 물량에 대한 조치는 국내 정밀 검사와 함께 갈비뼈가 포함된 경위에 대한 미국 측의 자체조사 결과를 확인한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농림부 직원 코빼기도 안보여"

이날 국회의원들이 방문한 보관창고 입구에는 수입 축산물을 실은 냉동차량이 쉴 새 없이 들어왔다. 창고 건물에서는 지게차로 수입 축산물을 창고 내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국회의원들은 창고로 들어가기 전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과 만났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정확하고 합리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문일 검역원장은 "(발견된) 갈비뼈는 광우병을 일으키는 특정위험물질(SRM)은 아니"라면서도 "정밀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정위험물질(SRM)은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소의 뇌, 내장, 척수를 포함한 척추 등이다. 또한 횡돌기 등의 뼈에도 살코기에 붙어있는 특정위험물질이 남아있을 수 있다. 한국이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의원들은 이날 관계자를 참석시키지 않은 농림부를 성토하기도 했다. 홍문표 의원은 "쇠고기 수입에 대해 정책적인 파트를 맡고 있는 농림부 직원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며 "농림부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한 강 검역원장에게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해 농림부로터 지침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강 검역원장은 "없다"고 답했다. 홍 의원이 계속해서 "통뼈가 발견된 후 농림부 간부가 현장을 확인했느냐?"고 묻자 강 검역원장으로부터 "없다"는 똑같은 답변이 되돌아왔다.

강기갑 의원 역시 "농수산위 의원 4명이 온 것은 준 상임위 수준"이라며 "농림부의 책임 있는 사람이 와서 답변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를 높였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강기갑, 홍문표, 최규성, 김낙성 의원은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에서 엑스레이 투시기를 이용해서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뼈조각을 발견해내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강기갑, 홍문표, 최규성, 김낙성 의원은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에서 엑스레이 투시기를 이용해서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뼈조각을 발견해내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검역원 "명백한 위생조건 위반"

국회의원들은 2시 30분 갈비뼈가 검출된 쇠고기가 보관되어 있는 4층의 보세창고로 향했다. 보세창고 앞에서 박재현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서울지원장의 간단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박 지원장은 "지난 25일 부산항을 통해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15.2톤, 492박스를 검역하는 과정에서 뼈를 발라내지 않은 갈비로 채워진 박스 2개(53kg)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에 홍문표 의원은 "미세한 뼛조각이 들어와도 문제인데 통째로 들어왔다"며 "담당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재현 지원장은 "명백한 위생조건 위반"이라고 답했다.

이어 검역원 직원들은 의원들 앞에서 뼛조각을 발견하는 X-레이 검사기를 시연했다. 검역원 직원들은 "3mm 크기의 이물질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은 "(통뼈가 발견돼) X-레이 검사기가 필요 없게 됐다"고 비꼬았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강기갑, 홍문표, 최규성, 김낙성 의원은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에서 엑스레이 투시기를 이용해서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뼈조각을 발견해내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테스트를 위해 미국산쇠고기 상자에 넣은 쇠조각이 엑스레이 투시기 모니터에 붉은 점으로 표시되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강기갑, 홍문표, 최규성, 김낙성 의원은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에서 엑스레이 투시기를 이용해서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뼈조각을 발견해내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테스트를 위해 미국산쇠고기 상자에 넣은 쇠조각이 엑스레이 투시기 모니터에 붉은 점으로 표시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한 박스 전체가 갈비 통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시연회가 끝나고 오후 3시 보세창고의 문이 열렸다. 어둠침침한 보세창고는 2층 높이의 갖가지 박스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보세창고의 온도는 영하 25도로 보세창고에 들어온 사람들의 몸을 움츠려들게 했다. 의원들은 박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한쪽 끝에 쌓인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박스더미 앞으로 다가갔다.

뼛조각이 발견 된 2개의 박스 중 한 박스에는 살을 도려내지 않은 갈비가 가득했고 다른 한 박스에는 뼈가 포함한 쇠고기 한 덩어리가 발견됐다.

의원들은 쇠고기를 들여다보며 "미세한 뼛조각도 아니고 한 박스 전체가 갈비 통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기갑 의원은 "(이는) 고의일 수도 실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고의라면 한국을 무시한 미국의 매우 괘씸한 처사"라면서 "실수라면 도축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검역할 가치가 없다, 모두 반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규성 의원은 "이건 아예 주의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 김낙성 의원 역시 "속이며 팔면서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파는 사람이 소리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강기갑, 홍문표, 최규성, 김낙성 의원은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에서 엑스레이 투시기를 이용해서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뼈조각을 발견해내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강기갑, 홍문표, 최규성, 김낙성 의원은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에서 엑스레이 투시기를 이용해서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뼈조각을 발견해내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

보세창고에서 머무른 시간은 15분여. 창고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은 몸을 으스스 떨며 안경의 낀 서리를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강문일 검역원장은 "정밀검사를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현장을 떠나기에 앞서 "반송을 하려면 빨리 해야지, 검사해서 문제가 없으면 다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냐?"면서 강 검역원장을 몰아세웠다.

강기갑 의원은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떠났다.

한편, 이날 오전 8시 '한미 FTA 반대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는 국회에서 열린 '한미 FTA협상 분야별 평가 2차 회의'에서 "미국 현지 도축장 위생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조사단의 구성과 쇠고기 광우병 수입 문제에 관한 별도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뼈를 발라내지 않은 갈비가 발견된 것과 관련 "정부가 전량 반송 조치를 하지 않고 통뼈가 반입된 경위를 분명히 규명하지 않을 경우 시국회의가 직접 행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산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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